앵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식 직후 북한의 해안가 콘도를 언급해 그 배경과 의도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요, 이번 발언은 단순한 즉흥적 발상이 아니라 과거부터 이어진, 맥락이 있는 외교적 메시지라고 전직 북한 관리는 분석했습니다. 자민 앤더슨 기자가 보도합니다.
[트럼프 대통령] 우리는 잘 지냈어요. (김정은은) 제가 돌아오는 걸 보고 기뻐할 것 같습니다. 저는 그가 엄청난 콘도를 지을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북한에는 해안선이 많고요.
지난 20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 서명식을 진행하던 트럼프 대통령이 한 발언입니다.

미국의 안보 위협에 관한 대화 중에 북한을 거론하며 해안가 콘도를 언급한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미북정상회담 기자 회견에서도 그는 “북한에는 훌륭한 해변이 있다”면서 “세계에서 가장 좋은 호텔을 지을 수도 있다”라고 당시 김정은 북한 총비서에게 호텔 건설을 제안한 사실을 밝힌 바 있습니다.
RFA의 주간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북한 노동당 39호실 고위 관리 출신 리정호 코리아 번영개발센터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20일) 언급한 해안 콘도는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인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이는 과거부터 이어진 맥락이 있는 메시지”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20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 한 전화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총비서가 하노이 회담 실패 이후에도 편지를 주고받으며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눴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리정호 대표] 최근에도 (트럼프 대통령과 김 총비서 사이에) 편지가 자주 오고 갔다는 추측도 있잖아요. 그 편지 속에는 아마 '평양에 한 번 방문해도 좋다'든지, 콘도 이야기를 했을 수도 있고요. 그런 연결고리가 계속 진행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김 총비서는 지난 12월 말, 딸 주애와 함께 강원도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를 방문해 준공된 호텔 등 여러 시설을 둘러봤습니다.
이 관광지구는 10년 간의 공사를 마치고 올해 6월 공식 개장을 앞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맞물리며 그 배경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부동산 사업가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는 흥미로운 내용이자,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경제적 유인책으로서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고 리 대표는 설명했습니다.
또 리 대표는 2018년 미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정부 인사들과의 만남에서 김 총비서가 당시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고 밝혔습니다.
[리정호 대표] 당시 매튜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보좌관과 앨리슨 후커 선임보좌관이 참석한 자리에서 (비핵화를 위한 협상 조건으로) 김정은은 갈마 해안 관광지구 건설을 집착하고 있다고 이야기 했어요. 우리가 외교적으로 협상을 이끌어내는 데 좀 더 자극적이고 유리한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이러한 논의는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대화에서 유효한 전략적 요소로 작용하고 있으며, 이번 발언 역시 과거 협상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에서 비롯한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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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첫날부터 북한에 대한 긍정적인 발언을 내뱉은 가운데, 이것이 앞으로 양국의 대화 재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됩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