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문가 “북, 트럼프 친서 활용 ‘북한판 대미 최대압박’ 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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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서한을 보내 코로나19, 즉 신형 코로나바이러스(비루스) 관련 지원 의사를 나타낸 것이 꽉 막힌 미북 비핵화 협상에 숨통을 열 수 있을 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이 오히려 대미 최대압박 전략을 펼치고 있다며, 향후 비핵화 협상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지예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민간연구기관 애틀란틱카운슬의 로버트 매닝(Robert Manning) 선임연구원은 23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 친서에 대한 반응을 김여정 제1부부장 명의 담화를 통해 내놓는 것엔 매우 영리한 계산이 깔려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매닝 선임연구원: 트럼프 대통령 친서에 대한 북한 반응이 김 위원장 자신이 아닌 그의 여동생 김여정에게 나온 것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미묘한 모욕(subtle snub)입니다. 북한은 트럼프-김정은 사이의 좋은 관계를 분명히 평가하면서도 이를 핵 정책과는 따로 구분하는 등 매우 영리하고 절묘한(nuanced) 반응을 내놨습니다.

그는 이어 최근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시험발사 역시 적어도 당분간은 미북 간 비핵화 협상이 다시 살아나지 못할 것임을 시사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대미 협상으로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내지 못할 것으로 북한은 인식한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미국에 수용하기 어려운 수준의 양보를 압박하면서 자국에 유리한 쪽으로 시간을 끄는 이른바 '북한판 최대압박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매닝 선임연구원은 분석했습니다.

마크 피츠패트릭(Mark Fitzpatrick) 전 국무부 비확산 담당 부차관보는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트럼프의 서한은 미북 비핵화 협상에 실질적인 영향이 전혀 없는 '홍보 술책'(public relations ploy)에 불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김정은은 세계 초강대국 지도자의 편지 친구로 계속 남아있는 것에 기쁠 수 있겠지만 경계를 늦추거나 대화 재개를 향한 조치를 취하진 않을 것"이라며 "북한은 미국의 '말'(words)보다 '행동'(deeds)를 원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 무대에서 여전히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과 관대함을 보여주기 위해 김 위원장에게 서한을 보내고 이를 광고하고 있다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부담 없는(cost-free) 행보일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패트릭 크로닌(Patrick Cronin)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 석좌 역시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은 타당하지만, 북한이 이 기회를 이용할 것이란 조짐은 없다"며 "평양은 지난 몇 달 동안 수 많은 기회를 그냥 지나가게 했고 미북 양국을 갈라놓는 문제들은 매우 심오하고 복잡하다"고 진단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스캇 해롤드(Scott Harold)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도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대북 지원이 전 세계적인 보건위기 차원에선 타당하지만, 북한의 진정한 비핵화를 견인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해롤드 선임연구원:(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지원 제안이 북한의 진정한 비핵화 의지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습니다. 북한은 정권 안보를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핵무기를 엄청난 투자라고 인식합니다.

그러면서도 코로나19 지원 제안은 북한이 대북제재 완화를 얻기 위한 비핵화 협상 재개 '정치전'(political warfare)을 벌이는 출발점이 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