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일 북한 국무위원장의 생일을 축하하는 메시지를 한국을 통해 전달한 것은 현재 미국과 북한 간 소통이 막혀있는 상황을 보여주는 방증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제기되었습니다. 이상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10일 미국에서 열린 한·미·일 고위급 안보 협의에 참석하고 한국에 돌아온 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생일에 대한 덕담을 하며 문재인 대통령이 그 메시지를 김 위원장에게 꼭 전달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고 밝혔습니다.
정 실장은 이어 지난 9일 적절한 방법으로 북측에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가 전달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 부차관보은 10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트럼프 대통령의 생일메시지가 기존의 미북 간 채널을 통해 직접 전달되지 않고 한국을 통해 전달되었다는 것은 현재 미북 간 소통이 사실상 막혀있다는 것(the poor state of U.S.-North Korea contacts)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또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가 한국을 통해 북한에 전달되면 역시 막혀있는 남북 관계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한미 양국의 계산도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정책 조정관은 10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미북 간 뉴욕채널 즉, 유엔주재 대표부를 통한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통해 이 메시지를 전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 미국은 그런 (생일축하) 메시지를 보통 뉴욕채널을 통해 (북한에) 전달해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북한은 뉴욕채널을 통해 미국으로부터 이 메시지 받는 것을 거부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미국은 한국에 이 메시지를 전달해달라고 요청할 수 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가운데, 수잔 손튼 전 국무부 동아태차관보 대행은 10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는 트럼프 행정부가 여전히 북한과의 외교적 관여를 원하고 있고 동시에 상황이 악화되기를 바라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생일축하 메시지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의 소통을 유지하고 더 나아가 미북 간 소통이 정상화되는 등 미북 관계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길 바란다는 게 손튼 전 차관보 대행의 설명입니다.
하지만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 생일메시지가 북한의 현재 경로를 바꾸기에는 충분치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도 김정은 위원장은 사실상 미국과의 북핵 협상을 포기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생일메시지에 관심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말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한 보고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비핵화 압박을 중단하고 대북제재를 해제하며 북한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위협을 제거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가운데 어떤 것도 하지 않을 것 같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까닭에 북한 입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생일메시지는 의미가 없다는 게 리비어 전 부차관보의 주장입니다.
미국 평화연구소의 프랭크 엄 선임연구원도 10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미국이 북한이 원하는 대북제재 해제 등 큰 유연성을 보이지 않는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생일메시지는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한편,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생일메시지에 대한 자유아시아방송(RFA)의 확인과 논평요청에 10일 오후까지 답변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