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장관 “김여정 ‘대한민국’ 호칭, ‘2개 국가’ 의미인지 지켜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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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권영세 한국 통일부 장관은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대한민국' 호칭을 사용한 것에 대해 남북이 별개의 '2개 국가'라는 의미로 사용한 것인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권영세 한국 통일부 장관은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최근 담화에서 ‘남조선’이 아닌 ‘대한민국’ 호칭을 사용한 것과 관련해 “이것이 2개 국가 방향으로 가는 것이 아니냐고 생각을 하는데 조금 더 볼 필요가 있다”는 신중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권 장관은 13일 한국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얼마 전 현정은 회장이 방북을 신청했을 때 북한 외무성 이름으로 (입경이 아닌) ‘입국’을 거부한다는 식으로 표현한 부분을 주목해 봐야겠다”면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10, 11일 김정은 총비서 위임을 받았다며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두 차례 발표한 담화에서 한국에 대해 그동안 사용했던 ‘남조선’, ‘남조선 괴뢰’가 아닌 ‘대한민국’이라고 지칭했습니다.

북한은 또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 추진에 대해 대남기구가 아닌 외무성을 통해 방북 거부 입장을 밝히며 ‘입국’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이에 한국 일각에서는 북한이 ‘통일’ 노선 대신 별도 국가로서의 남북 공존을 의미하는 ‘2개 국가’ 노선을 분명히 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 바 있습니다.

권 장관은 “북한이 보통 창의적으로 말을 만들어 내는데 굳이 그렇게 (‘대한민국’ 지칭) 한 이유가 무엇인지 지속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권 장관은 “남북관계는 (국가 간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잠정적 특수관계라고 주장해야 한다”고 밝혔고 “대한민국의 헌법에는 ‘통일 추구 의무’가 있기 때문에 ‘2개 국가’로 보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권영세 한국 통일부 장관:대한민국 헌법상 '통일 추구 의무'가 있지 않습니까. 그런 부분에서 (남북을) 두 나라로 보는 부분을 인정하는 것은 '통일 추구 의무'에 어긋나는 부분이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입니다.

김여정 부부장이 ‘대한민국’ 호칭을 사용한 것과 관련해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 출신인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할아버지, 아버지도 지켜온 ‘남북 특수관계’ 대원칙을 손자 대에서 ‘국가 간 관계’로 변경하려는 것인지 공개 질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이날 국회 외통위 전체회의에서도 같은 입장을 밝혔습니다.

태 의원은 “북한이 무정부 상태나 급변사태로 인도적 재난이 일어났을 때 남북관계를 국가 간의 관계로 두면 중국군이 압록강을 넘어가는 것과 우리 군이 넘어가는 게 같은 격이 되는 위험한 상황이 된다”며 통일부를 향해 북한에 공개 질의장을 보내라고 촉구했습니다.

태 의원은 또 “북한의 이러한 변화가 지난해 9월 핵무력 법제화 이후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북한이 ‘국가 간 관계’로 정립하려는 목적은 핵무력 사용을 합법화하는 수순으로 가려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 통일부가 이 문제를 명명백백하게 북한에 공개 질의장이라도 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대한민국'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국가 간 관계'로 정립하려는 목적이 핵무력 사용을 합법화하려는 수순으로 가고 있다 이렇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통일부 관계자는 지난 12일 김여정 부부장의 ‘대한민국’ 호칭 사용에 대해 “북한이 공식 발표에서 ‘대한민국’으로 지칭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안다”며 “다만 국제경기대회, 남북회담에서 제3자 발언 등을 인용할 때 ‘대한민국’이라는 표현을 한 적은 있다”고 밝혔습니다.

서보혁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발표한 ‘김정은 정권의 통일정책은 없다?’ 보고서를 통해 “북한 체제가 처한 객관적인 여건에서 ‘통일’은 정책 우선순위에서 뒤처져 있다”고 평가하며 “김정은과 권력 엘리트들이 통일에 얼마나 관심을 두고 있는지 검토할 바”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와 함께 권 장관은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통일부가 ‘대북지원부’ 역할을 해서는 안 된다고 주문한 것과 관련해 “교류협력이 거의 진행되지 않는 상황에서 관련 조직ㆍ인원을 그대로 두는 것보다는 탄력적으로 운영할 필요는 있다”면서도 “기본적으로 헌법ㆍ법률에 따라 통일부 업무로 지정된 부분을 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권 장관은 또 최근 북한과 일본이 납북자 문제 등을 놓고 수차례 물밑접촉했다는 보도가 나온 것과 관련해 “북한과 일본이 교섭하는 부분에 대해 일부 걱정이 있지만 통일부는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며 “우리와 같은 가치를 지향하는 나라와 북한이 계속해서 교섭을 하게 된다면 북한이 변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이밖에 권 장관은 이날 현안보고를 통해 북한이 불리한 정세를 타개하기 위해 최근 한반도 인근 한미 정찰활동 등에 대해 비난하고 10, 11일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로 위협하는 한편 12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는 등 대남ㆍ대미 압박을 재개하는 데 시동을 걸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권 장관은 또 오는 27일 전승절 70주년을 앞두고 대규모 열병식을 준비하는 북한의 동향이 포착됐으며 북한이 한미에 대한 대화 거부 입장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