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보면서 북한의 김정은 총비서는 어떤 생각을 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그가 향후 더 신중한 행보를 보일 것이란 일부 전망도 제기됐습니다. 보도에 홍알벗 기자입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현지시각으로 24일 새벽, 전격적인 우크라이나 침공에 앞서 가진 대국민 연설을 통해 러시아의 군사력에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습니다.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에 대한 공격은 모든 잠재적 침략자들에게 괴멸과 가공할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데 추호의 의심도 있을 수 없다"고 경고했습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시 전면에 내세운 가장 큰 이유는,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 즉 나토(NATO) 가입 시도 때문입니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면, 우크라이나에 미국과 유럽의 부대 및 공격 무기가 들어오게 되고, 그만큼 러시아의 서부 국경 안보에 직접적인 위협이 생기게 된다는 게 러시아 측의 설명입니다.
24일 현재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곳곳의 군사시설을 정밀 타격하면서 수도인 키예프 지역 북쪽까지 진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 침공을 감행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행보가 북한 김정은 총비서에게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랜드연구소 군사전문가인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24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 인터뷰에서 “북한 (김정은 총비서)은 미국과의 전쟁을 원치 않으면서도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보면서 남한을 장악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 것”이라면서, 조만간 미사일 발사 등 군사도발 가능성을 예측했습니다.
베넷 선임연구원: 그러므로 북한은 점차 우리를 압박하면서 (우크라이나 사태에) 미국이 어떻게 대응하는지, 어떤 일까지 기꺼이 하려는지 보는 것입니다. 김정은은 한국을 침략할 것 같지는 않지만 미국을 시험할 것 같으며 그것은 미사일 발사일 수도 있고 어쩌면 핵실험일 수도 있습니다. (And so, what they're going to do is to gradually push us and see what the US is willing to do. And so, Kim Jong-Un isn't likely to invade South Korea, but he is likely to test the United States and that could be missile launches, maybe even a nuclear test.)
미국 중앙정보국(CIA) 분석관을 지낸 수 김(Soo Kim) 랜드연구소 정책분석관은 24일 전자우편을 통해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의 무기 실험 결정은 이 시점에서 실험을 하는 것이 김정은의 이익에 도움이 될 것인지 여부에 대한 자체 시간표에 의해 더 결정될 것”이라며 “김 총비서의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은 우크라이나 사태든 아니든 간에 진행될 것인데, 왜냐하면 그것은 그의 이익에 부합하고 체제 생존을 보장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 해군분석센터(CNA)의 켄 고스 선임국장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전화통화에서, 김정은 총비서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대하면서 동시에 중국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고스 선임국장: (베이징) 올림픽이 끝난 뒤 북한이 무엇인가 할 것이라고 예상됐지만 그들은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중국이 북한과 어떤 식으로든 논의를 해왔거나, 북한 측이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깨달았음을 시사합니다. (You would have expected that North Korea would have done something after the Olympics. They haven't done anything yet. And that suggests to me that China has been having some sort of discussions with them to try to keep them in line, or the North Koreans have realized themselves this is not the time for them.)
그런가 하면, 영국 리즈대학의 로버트 윈스탠리 체스터즈 교수는 같은 날 전자우편으로 “북한은 서방의 군사적 위협을 제거하고, 전 세계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항하기 위해 러시아를 따를 것으로 보인다”면서 “북한은 조만간 미사일 시험 발사를 계속할 수도 있지만, 북한은 이미 상당한 수준의 핵과 미사일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이 가까운 장래에 일어날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북한은 우크라이나 문제를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의 갈등 및 침공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자제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북한 관영매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실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북한은 외무성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러시아가 실효지배하고 있는 쿠릴 4개 섬이 일본 영토라는 일본 주재 미국 대사의 발언을 비난하면서 러시아를 간접적으로 지지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기자 홍알벗,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