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국제사회의 규탄을 국가주권 침해라고 비판했던 북한 당국이 정작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지지한 것은 '철저한 위선(totally hypocritical)'이라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이상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지난 2일 유엔 긴급특별총회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고 철군을 요구하는 결의안 채택에 반대표를 던졌습니다.
이 결의안은 이날 유엔 회원국193개국 가운데 표결에 참석한 181개국 중 141개국의 찬성으로 압도적으로 채택됐는데 반대표를 던진 나라는 북한을 포함해 러시아, 벨라루스, 시리아, 에리트리아 등 5개국에 불과했습니다. 중국, 인도, 이란, 쿠바 등은 기권표를 던졌습니다.
이러한 북한의 행태에 대해 미 전직 고위관리들은, 북한이 자국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국제사회의 규탄에 대해선 국가존엄과 자주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반발하면서 정작 국가주권을 실제 침해하며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지지한 것은 '위선'이자 북한판 '이중기준'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해리 해리스 전 주한미국대사는 3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국가주권을 강조해오던 북한이 독립주권국가인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지지하는 위선적인 태도는 놀랄 일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해리스 전 대사는 이와 비슷하게 북한의 계속되는 탄도미사일 시험도 놀랄 일이 아니라며 이 모든 것들은 북한과 동반자(partner) 관계를 맺으려고 하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 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마크 피츠패트릭 전 국무부 비확산담당 부차관보도 3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지지한 것은 완전히 위선적이고 이중잣대를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이것은 어떤 나라가 자유, 평화, 법의 지배를 지지하고 있는지 또 어떤 나라가 침략자 편인지를 보여줍니다.
그는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비쳐지는 이미지를 신경쓰지 않는다며 러시아의 지지를 얻는게 제일 중요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정책조정관도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에 중요한 것은 국가주권 등 국제사회 규범이 아니라 오직 자국의 국익 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북한이 러시아를 지지한 이유는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추가 대북제재가 이뤄지지 않도록 '방패막' 역할을 계속 해주길 원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북한은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러시아를 지지하면 차후에 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장거리탄도미사일 시험과 핵실험을 재개해도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에서 추가제재가 나오는 것을 막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주러 미국대사를 역임한 알렉산더 버시바우 전 주한미국대사는 3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강대국들이 어떤 처벌도 받지 않고 독립국가들을 침공하고 무력으로 국경을 바꿀 수 있는 세계에선 북한의 안보가 훨씬 더 취약해지게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과거 우크라이나로부터 핵미사일 기술과 잠수함 기술을 전수받은 것으로 알려졌다며 그럼에도 러시아를 지지한 것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배은망덕'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됐습니다.
한편, 미 국무부는 3일 북한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한 유엔 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진 것에 대한 자유아시아방송(RFA)의 논평요청에 언급할 것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기자 이상민,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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