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의 대사급 인사가 오는 9월 27일 제76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라고 유엔 측이 밝혔습니다. 올해 미국의 조 바이든 새 행정부가 출범한 후 처음 열리는 유엔총회에서 북한 측이 어떤 발언을 내놓을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이경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다자 외교의 꽃으로 불리는 올해 제76차 유엔총회의 일반토의(General Debate)가 오는 21일부터 27일까지 대면과 화상 연설이 섞인 혼합 방식(hybrid format)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유엔총회의 일반토의는 전 세계 지도자들이 미국 뉴욕 유엔본부 연단에 올라 연설을 하는 연례행사입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이 31일 입수한 유엔 공보국의 '일반토의 잠정 명단'(Provisional list of speaker)에 따르면 북한은 김정은 총비서 국가원수급과 리선권 외무상 장관(Minister)급이 아닌 대사(CD·Corps Diplomatique)급 인사가 기조 연설자로 나서게 됩니다. (왼쪽 표 참고)
따라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김성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대사가 기조 연설자로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대사는 일반토의 마지막 날인 9월 27일 후반부 회의(오전 3시~오후 9시)의 첫번째 연설자로 나설 예정입니다.
각국 연설자에게 주어지는 시간은 15분 가량이며, 김성 대사는 이날 오후 3시께 발언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유엔 공보국 명단에 따르면 미국은 일반토의 첫 날인 9월 21일 회의 전반부(오전 9시~오후 2시45분)에 브라질에 이어 두 번째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유엔총회 연설에 나설 예정입니다. (오른쪽 표 참고)

브라질은 1947년부터 유엔총회 개회식 기조연설을 첫번째로 하는 것이 관례로 돼 있으며 유엔 본부가 미국에 있기 때문에 미국은 두 번째로 연설을 하게 됩니다.
앞서,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지난 13일 다른 192개 회원국에 "9월 21일 시작되는 제 76차 유엔총회에 정상이나 고위급 인사를 보내는 대신, 가급적 녹화된 화상 연설을 보내달라"며 "다른 모든 유엔 행사나 회의도 온라인으로 치르자"고 제안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19일 AP통신이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바이든 대통령도 취임 후 첫 유엔총회 일반토의를 사전녹화 영상 방식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관련, 유엔 주재 미국 대표부 대변인은 31일 바이든 대통령이 유엔총회 기간 직접 뉴욕을 방문할지 묻는 자유아시아방송(RFA)의 질의에 "우리는 뉴욕과 전 세계 보건상의 위험과 상태를 계속 감시하고 있다"며 "현재로서 방문이나 미국 대표단에 대해 발표할 정보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We continue to monitor the conditions and health risks in New York and around the world. At this time, we do not have information to announce on travel or the U.S. delegation.)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도 바이든 대통령과 같은날인 21일 회의 전반부의 14번째로 연설할 예정입니다.
남북한 유엔 동시가입 30주년을 맞은 올해 유엔총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후 다섯 번째, 그리고 임기 마지막 연설을 하게 돼 북한에 대해 어떤 발언을 내놓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문 대통령은 사전녹화 영상으로 참여한 제75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한반도 종전선언'을 위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요청하고, 북한을 포함한 '동북아 방역ㆍ보건 협력체' 창설을 제안한 바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종전선언'을 통해 화해와 번영의 시대로 전진할 수 있도록 유엔과 국제사회도 힘을 모아주길 바랍니다.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에서 비핵화와 함께, '항구적 평화체제'의 길을 여는 문이 될 것입니다.
지난 3일 한국 언론에 따르면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유엔총회 참석 여부가 결정됐느냐'고 묻는 질문에 "문 대통령의 유엔총회 참석 여부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며 "여러 상황을 고려해 추후 결정할 예정"이라고 답했습니다.
이와 관련, 미국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데이비드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31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문 대통령은 올해 유엔총회에서도 북한 문제를 언급할 것라고 말했습니다.
맥스웰 선임연구원: 문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한반도 평화 의제를 다룰 것으로 확신합니다. 역사적으로 외교 정책과 안보 문제는 유엔총회에서 매우 적절한 주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올해 유엔총회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과 언제 어디서나 전제조건 없이 협상할 용의가 있다며 공을 김정은 총비서에서 넘기는 연설을 하거나,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유지와 이행을 전 세계에 상기시킬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미국 중앙정보국(CIA) 분석관을 지낸 수 김(Soo Kim) 랜드연구소 정책분석관도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문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유엔총회 연설임을 감안할 때, 문 대통령은 국제사회에서 북한에 대한 메세지를 전하고 싶어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김 정책분석관은 남북한 평화와 화해와 대한 미사여구가 국제사회를 어느정도 설득시킬 수 있을지 불분명하다면서, 북한 문제도 중요하지만 아프가니스탄, 코로나19 등 국제사회와 미국의 관심을 필요로 하는 긴급한 문제들이 더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유엔 사무국 관계자는 31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유엔 주재 북한 대표부가 현재 대사급 연사가 기조연설에 나서겠다고 유엔에 잠정적으로 보고한 것으로, 회원국의 요청 또는 사정에 의해 기조 연설자급과 연설 일자가 조정될 수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 지난 2017년의 경우 리용호 외무상이9월 25일 기조연설을 하기로 돼 있었지만 22일로 변경됐고, 다시 총회기간 도중 하루 늦춰져 결국 23일에 연설했습니다.
또 2019년에도 북한이 장관 급에서 대사 급으로 기조연설자를 변경해 통보한 바 있습니다.
한편, 중국과 러시아의 경우 25일 후반부 회의(오후 3시~오후 7시)에서 각각 9번째, 12번째로 연설할 예정입니다.
중국은 부총리(DPM∙Deputy Prime Minister)급이 러시아는 장관(Minister)급이 일반토의 기조연설에 나서겠다고 유엔 공보국에 통보했습니다.
기자 이경하,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