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 국무부는 최근 한 민간단체가 북한이 의장국으로서 주도하는 유엔 군축회의 불참을 촉구한 것에 대해 미국이 군축회의에 관여하는 것은 중요하다면서도 미국 측 대표는 대사급 이하가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서혜준 기자가 보도합니다.
올해 들어서만 20여 차례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한 북한이 스위스 제네바 유엔 본부에서 열리는 유엔 군축회의의 순회 의장국을 맡게 돼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앞서 지난 달 26일, 스위스 제네바 소재 비영리 단체 ‘유엔워치’의 주도 하에 전세계 40개 이상의 비정부기구(NGO)들은 성명을 통해 오는 2일 열리는 군축회의 본회의를 시작으로 북한이 의장국을 맡는 기간 회의에 불참할 것을 관련국들에 촉구했습니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달 31일 북한이 순회 의장국을 맡는 기간에 회의에 불참할 지 여부를 묻는 자유아시아방송(RFA) 질의에 “미국이 군축회의에 계속 관여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답했습니다. (It is important for the United States to remain engaged at the CD,)
그는 “다른 회원국들이 군축회의의 오랜 교착 상태를 깨고 검증 가능한 핵분열물질 생산금지 조약에 대한 협상을 시작하는 데 동의하도록 독려하기 위해 미국의 관여가 특히 중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Especially as we seek to encourage other Member States to agree to break the long-standing deadlock there and initiate negotiations on a verifiable fissile material cutoff treaty.)
이 대변인은 “유감스럽게도 군축회의는 수년간 절차상 교착 상태에 빠져 실질적인 결과를 내지 못했다”며 “안타깝게도 우리는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어 핵분열물질 생산금지 조약 목표를 향해 나아가기 위한 다른 방법을 찾고 있다”고 밝히며 미국 참여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습니다.
다만 “북한이 주재하는 모든 공식 및 비공식 군축회의에 나가는 미국 대표는 대사급 이하일 것”이라며 미국 측에서 주요 인사가 참석하지는 않을 것을 시사했습니다.
캐나다의 제임스 임마누엘 완키 외교부 대변인은 1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캐나다는 우리와 뜻을 같이하는 동반국들과 마찬가지로 북한이 주재하는 모든 군축회의에 실무급에서 참석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완키 대변인은 “캐나다는 군축회의에서 건설적인 역할을 하고 군축을 위한 다자 협상장의 통합성(integrity)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캐나다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한 반복적인 탄도미사일 발사를 포함해 국제 안보를 위협하는 북한의 지속적인 도발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국무부 대변인은 북한이 군축회의 의장 자격이 있다고 보는지 묻는 질문에 “의장직 자체는 의정의 기능”이라면서도 “그 어떤 군축회의 의장도 미국을 포함한 다른 회원국들의 합의∙승인 없이 결정을 내릴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유엔 군축회의는 세계 유일한 다자 군축 협상의 장으로 총 65개의 회원국 중 영문 알파벳 순서에 따라 매년 6개국이 4주씩 돌아가면서 순회 의장국을 맡는데, 올해는 중국, 콜롬비아, 쿠바, 북한, 콩고민주공화국, 에콰도르 순으로 북한이 지난 달 30일부터 오는 24일까지 의장을 맡게 된 겁니다.
아울러 국무부 대변인은 “미국은 북한이 국제적 의무와 약속을 위반하는 핵, 미사일 등의 프로그램을 지속적이고 도발적으로 개발하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심각한 우려에 공감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북한에 유엔 안보리 결의 1718호와 그 후의 모든 결의 및 2005년 공동성명에 따른 의무를 준수하고, 도발적인 행동을 중단하며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향한 되돌릴 수 없는 조치를 취할 것을 계속 촉구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지난 2월 열린 유엔 기자설명회에서 파르한 하크 유엔 부대변인은 북한이 4주 동안 군축회의 의장을 맡는 것은 모든 회원국이 자체적으로 설정하고 동의한 규칙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하크 부대변인 :우리는 (북한이 군축회의 의장국을 맡는 것을) 반대하지 않을 겁니다. 분명히 이에 대한 인식은 세계 언론 및 사람들이 임의대로 해석할 수 있지만 북한이 의장국이 될 것이라는 사실은 기본적으로 회원국이 자체적으로 합의한 절차일 뿐입니다.
군축회의 불참 공동성명을 주도한 유엔워치의 힐렐 노이어(Hillel Neuer) 대표는 성명 발표 이후에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 트위터에 “김정은 정권이 세계의 핵 군축(회의)을 주도하게 하는 것은 연쇄 강간범에게 여성 보호시설을 맡기는 것과 같다”며 회원국들의 불참을 재차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기자 서혜준,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