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이 비핵화의 조건으로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지 않았다는 주장과 관련해 한반도 전문가들은 엇갈린 해석을 내놨습니다. 미국이 북한을 적대국으로 대하지 않는 이상 주한미군을 허용한다는 북한의 기존 입장과 다를바 없다는 평가도 있지만 북한의 진의를 알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김소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북한이 비핵화 조건으로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적대 정책을 쓰지 않는 이상 북한이 주한미군을 허용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보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북한이 협상장에서 원하는 바를 우선 얻기 위해 내놓는 술책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미국 랜드연구소(Rand Corporation)의 브루스 베넷(Bruce Bennett) 선임연구원은 중국을 전적으로 신뢰하지 않는 북한이 남북 평화협정 체결 후에는 주한미군을 원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적대 정책을 멈추고 공격하지 않을 것을 약속하면 북한 측에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오히려 주한미군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베넷 선임 연구원 : 김정은에게 가장 큰 걱정 거리는 중국일지도 모릅니다. 북중관계는 소련이 존재했던 과거와 매우 다릅니다. 주한미군이 있음으로써 중국이 남북한에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은 크게 낮아질 수 있습니다.
미국 맨스필드 재단의 프랑크 자누지 대표는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이번 발표가 놀랍지 않다고 말합니다.
이미 북한은 오랫동안 미국 정부에 미북 간 평화적인 관계 수립의 조건으로 북한에 대한 적대 정책을 그만두라고 요구해왔지, 주한미군 철수를 원하지 않았다는 주장입니다.
자누지 대표 : 만약 미국이 북한과 정상적인 외교 관계를 맺고 국제사회가 북한 정권을 보장해준다면 북한은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지 않겠다고 미국 정부에 오랫동안 말해왔습니다. (북한의 이번 주장이) 기존의 입장을 바꾼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자주 ‘말바꾸기’를 해왔던 북한의 말을 무조건 믿을 수는 없다는 회의론도 나왔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우선 양보안을 내놓고 체제 보장과 대북제재 해제 등 원하는 것을 얻고 난 후 언제든 다시 미군 철수를 요구할 수 있다고 베넷 연구원은 지적했습니다.
베넷 선임 연구원 : 많은 미국인들은 (북한의 주한미군 허용에 대해) 회의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가장 우려되는 바는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을 속여 우선 현안을 해결한 후 입장을 바꿔 결국 미군을 철수하도록 만들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북한이 실제 핵시설을 동결하고 국제기구로부터 핵무기 개발에 대한 사찰을 받는 등 실제적인 행동으로 비핵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