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 측이 유엔 군축회의에서 미국의 이른바 '대북 적대시 정책'을 문제삼은 것은 미국 대선까지 미국과 핵협상을 하지 않고 현 상황을 유지하겠다는 속셈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상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제네바 주재 북한 대표부의 한대성 대사는 24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군축회의에서 미국이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계속하면서 첨단무기를 한국으로 들여오고, 또 최대한의 대북 압박 정책을 지속하는 등 이른바 대북 적대시 정책(hostile policy)을 펼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미국이 대북 적대정책을 포기하지 않으면 자신들로부터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대해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박정현(Jung Pak) 한국석좌는 25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보낸 전자우편에서 북한이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을 문제삼는 것은 협상이 교착됐을 때 사용하는 전형적인 수법으로 새로운 게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박 석좌는 그러면서 이것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비롯해 북한 정권이 북핵 협상에 관심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It has been clear that the regime, including Kim, has little interest in credible nuclear talks.)
미국 허드슨연구소의 패트릭 크로닌 선임연구원은 25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보낸 전자우편에서 북한이 아주 낡고 오래된 주장인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에 대한 비난을 늘어놓는 것은 북한 정책이 얼마나 정체되어있는 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크로닌 선임연구원은 이어 지난 2년을 돌아볼 때 김정은 위원장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회피하면서 핵과 미사일 능력을 조용히 증강하는 것에 만족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정책 조정관도 25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 대선 전까지 조용히 있기로 마음을 먹은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의 경제적 지원과 대북제재 회피 등으로 북한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견딜만해지면서 김 위원장은 미국 대선 때까지 기다려보자는 입장이라는 게 세이모어 전 조정관의 설명입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되면 정상회담 등에서 새로운 기회가 있지 않을까 기회를 엿보면서 미국 대선 때까지 인내하며 기다려보자는 입장이라고 봅니다.
이런 가운데 크로닌 연구원은 미국 조야는 대북제재 이행 강화, 동맹관계 강화, 북한 인권문제 부각 등 대북압박을 강화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25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은 그동안 핵능력을 줄이는 대신 오히려 증강시켰다면서 북한이 주장해 온 상응조치에 따라 북한이 핵능력을 증가했으니 대북제재를 강화시키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 부차관보는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이 말하는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종식은 한미상호방위조약 폐기를 통한 한미동맹 종식과 이를 통한 미국의 핵우산 폐기를 의미한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