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베트남 즉 윁남 하노이에서 오는 27일 개최될 2차 미북 정상회담을 위한 막바지 실무협상이 열리고 있는 가운데 미국 고위 당국자가 정상회담 의제의 우선순위 중 하나로 '모든 대량살상무기와 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동결'을 언급해 주목됩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미국의 데니스 와일더(Dennis Wilder) 전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은 22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날 미국의 한 고위당국자가2차 미북 정상회담과 관련해 ‘모든 대량살상무기(WMD)와 미사일 프로그램의 동결’을 거론한 데 대해 적절한 조치라고 환영했습니다.
와일더 전 보좌관 : 핵과 미사일 실험 중단의 다음 협상 단계는 핵무기와 미사일의 개발과 생산 중단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차근 차근 단계를 밟아 가는 협상 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노이 2차 정상회담에서 ('모든 대량살상무기와 미사일 프로그램의 동결'에) 충분히 합의 가능하다고 낙관합니다.
와일더 전 보좌관은 그러나 ‘영변 핵시설 폐기와 플러스 알파 즉 추가 조치’를 요구하던 미국 정부가 갑자기 ‘동결’이라는 발언을 한 것은 협상의 기대치(bar)를 낮춘 것 아니냐는 일부 전문가들의 지적에 대해 ‘현실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와일더 전 보좌관 : 미국의 협상 목표는 '비핵화'입니다. 제가 백악관 선임보좌관 시절 수 많은 나라와 협상했던 경험으로 미뤄보면,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에 대해 너무 빨리 완전한 합의를 하려고 하면 거의 실패합니다. 따라서 목표 달성을 위해 인내심을 갖고 협상을 하면서 신뢰를 구축해 나가는 단계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와일더 전 보좌관은 신뢰 구축을 위해 현재 거론되는 연락사무소 설치나 교류사업, 그리고 일부 대북 경제제재 면제 등의 조치가 적절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그러나 ‘모든 대량살상무기와 미사일 프로그램의 동결’에 합의하더라도 제재를 해제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못 박았습니다.
1990년대 제네바 핵 협상과 미사일 협상 등에 참여한 로버트 아인혼 전 미국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별보좌관은 ‘모든 대량살상무기와 미사일 프로그램의 동결’이란 목표는 미국이 비핵화 협상의 기준을 낮춘 것이 결코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아인혼 전 보좌관 : 제가 보기에 '동결'에 관한 좋은 합의라면 북한 전역에서 모든 핵 물질 생산을 중단하는 것입니다. 비핵화 목표를 위한 중간 조치(interim step)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이를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봅니다.
아인혼 전 보좌관은 북한이 영변 핵 시설의 ‘검증 가능한 폐기’에 대한 상응조치로 개성공단이나 금강산관광 재개가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북 간 ‘비핵화 정의’에 합의하기에는 양측의 간극이 너무나 큰 것 같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한편,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실험 중단 이외에 '모든 핵 활동의 동결'이라는 추가 조치에 전혀 합의할 의사가 없어 보인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말했습니다.
미국 정보당국, 국제원자력기구, 많은 전문가들에 따르면 북한은 계속해서 핵물질을 생산하고 핵무기와 미사일을 제조하고 있는데, 미북 정상 간 비핵화 회담을 불과 며칠 남겨두고 미국 고위관리가 미북이 비핵화에 관한 정의에도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시인했다고 그는 지적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비핵화 협상을 서두르지 않겠다고 밝혀 북한 측에 미국은 특정 시기가 아니라 언젠가 ‘최종적으로’ 비핵화를 하면 되고, 미국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실험의 중단을 원할 뿐이라는 잘못된 메시지를 북한에 전달했다고 주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