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미북 정상회담 성과에 대해 확신할 때까지 5월 미북 정상회담을 연기하려 할 것이라고 개리 새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정책 조정관이 전망했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새모어 전 조정관은 2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미북 정상회담 준비를 더 철저히 하기 위해 회담 일정을 5월 이후로 연기하려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새모어 전 조정관 : 미북 간 '비핵화' 접근 방식에 대한 간극이 너무나 큰 상황입니다. 김 위원장은 미북 정상회담에서 긍정적 결과가 나온다는 확신을 갖기 전까지 회담을 미루려 할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다 구체적이고 즉각적인(much more concrete and immediate) 비핵화 조치를 원합니다. 북한은 그럴 준비가 돼있지 않기 때문에 중국, 한국, 일본, 러시아 등과 정상회담을 거쳐 합의 사항을 도출하기 위해 미북 정상회담을 5월 이후로 연기하려 할 것입니다.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지난달 9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남북한과 미국, 중국 4개국이 평화협정을 체결할 것을 제안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새모어 전 조정관은 비핵화와 평화협정를 함께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새모어 전 조정관 : 궁극적으로 평화협정과 비핵화는 동시에 이뤄져야 합니다. 그러나 과거에도 평화협정을 논의했지만 북한은 한국을 평화협정에서 제외하려 했습니다. 1990년대 중반 남북한과 미국·중국 4자회담에서처럼 평화협정이 논의될 수 있지만, 이러한 북한의 입장에 변화가 없다면 평화협정은 없을 것입니다.
평화협정 체결에는 반드시 한국이 포함돼야 한다는 것이 새모어 전 담당관의 지적입니다.
미국 대표단 부단장으로1994년 미북 제네바 합의을 이끈 새모어 전 조정관은 그러면서 미북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전반적인 틀(general framework)에 합의하는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새모어 전 조정관 : 정상회담에서는 비핵화와 미북 관계정상화·평화협정체결·경제협력 등에 대한 전반적인 틀(general framework) 혹은 원칙에 합의하고 이후 구체적 행동 대 행동 등 상세한 단계적 조치에 대한 실무 협상이 이뤄질 때 북한이 핵무기·핵물질·장거리미사일 생산 중단에 합의할 지가 관건입니다. 왜냐하면 이 같은 합의에는 광범위한 검증과 확인이 따라야 하는데 북한이 수용하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최근 북한 영변 핵 시설에서 실험용 경수로가 시험 가동됐을 가능성이 제기된 것과 관련해 새모어 전 조정관은 더 심각한 문제는 북한이 영변 이외 지역에서 비밀리 운용하고 있는 우라늄 농축 시설 등을 공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새모어 전 조정관 : 앞선 북핵 합의에서 영변 핵 시설에 대한 사찰은 북한이 합의한 바 있습니다. 국제 사찰단은 영변의 새 경수로 폐연료봉이 어디에 사용되는 지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문제는 핵무기 제조에 사용될 핵물질을 비밀리에 생산하는 공개되지 않은 농축시설 등입니다. 북한이 영변뿐 아니라 모든 핵물질 생산시설을 공개하고 사찰단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북핵 합의는 매우 약한 것이 될 것입니다.
새모어 전 조정관은 북한이 이처럼 강력한 검증에 합의하지 않는 한 미북 간 어떤 합의도 불가능할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핵 능력을 제한하고 한반도 전쟁을 막기 위한 외교적 노력은 계속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새모어 전 조정관 : 제 생각과 달리 북한이 2005년 9·19공동성명에 당시보다 더 강력한 검증에 응할 자세가 되어 있을 지 누가 알겠습니까? 북핵 협상 30여 년간 북한은 핵과 미사일 능력을 키워 협상이 더 어려워졌지만, 한편으로는 한국이 북한보다 명백하게 성공적인 나라가 되었다는 것은 다행입니다.
새모어 전 조정관은 따라서 한국이 핵문제를 해결하고, 장기적으로 남북한 간 문화·경제·사회 교류를 통한 평화적 통일을 주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