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 정상회담, 기회보다 위기될 수도”

사진은 2008년 영변 핵시설 냉각탑 폭파장면.
사진은 2008년 영변 핵시설 냉각탑 폭파장면. (ASSOCIATED PRES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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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이르면 오는 5월로 예정된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돼 자칫 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미국과 북한은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미국의 저명한 국제정치학자가 지적했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학교의 로버트 저비스(Robert Jervis) 박사는 10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미북 정상회담이 기회보다 위기가 될 가능성이 더 많다고 우려했습니다.

저비스 박사 :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둘 다 서로를 분명히 이해하지 못하고 정상회담을 가질 위험이 있다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김 위원장이 말하는 비핵화와 미국의 비핵화 개념이 매우 다르다는 것입니다.

저비스 박사는 미국이 말하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 폐기라는 비핵화와 달리 북한이 말하는 비핵화란 주한미군 철수 등 상호 군비축소 개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미북 정상이 상대방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이해가 없이 회담에 나선다면 회담이 결렬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로 인한 양국 간 긴장고조가 전쟁으로까지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저비스 박사는 주장했습니다.

저비스 박사 :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이 어느 정도 미국에 대한 협상력을 높여 주긴 했지만, 반대로 미국의 대북 군사행동을 유발할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저비스 박사는 자신의 저서 ‘국제정치에서의 인식과 오인(Perception and Misperception in International Politics)’에서 상대 국가의 의도와 자국의 상황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전쟁 발생의 원인이 된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저비스 박사는 따라서 트럼프 행정부는 미북 정상회담의 준비 과정에서 북한과 협상 경험이 있는 전직 관리와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협상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또 북한이 보내는 신호나 의도를 분명히 파악하기 위해 정보기관에 북한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점뿐 아니라 불리한 점이 무엇인지도 정확히 알려주도록 요청해야 한다고 저비스 박사는 지적했습니다.

미북 양국 정상은 철저한 준비를 바탕으로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저비스 박사는 강조했습니다.

저비스 박사 : 협상의 중요한 시작은 미국이 대북제재 동결 혹은 완화를 제안하고, 북한은 핵실험 동결과 더 이상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생산하지 못하도록 사찰과 검증을 받는 것이 될 수 있습니다.

저비스 박사는 따라서 미북 양국 정상은 돌발적 상황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정상회담을 철저히 준비하는 한편 회담에서 예기치 않은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앞으로의 대화 가능성을 차단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회담의 결렬이 외교적 노력을 중단하고 전쟁으로 이어지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 저비스 박사의 주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