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정상회담에 바란다] 한국내 탈북자ㆍ북한인권단체들의 제언 “인권 문제 해결 없이 대북제재 풀지 말아야”

탈북자 단체들이 지난 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9층에서 ‘남북•미북 정상회담을 향한 탈북민 시각'을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탈북자 단체들이 지난 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9층에서 ‘남북•미북 정상회담을 향한 탈북민 시각'을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RFA PHOTO/ 노재완)

0:00 / 0:00

앵커 : 한국 내 탈북자단체와 북한인권단체들은 이번 미북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인권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북한 핵문제를 해결해선 안 된다며 북한 인권 문제가 핵심 의제로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미북 정상회담에서 인권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대북제재도 풀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노재완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내 탈북자들과 북한 인권 운동가들은 미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 핵문제 해결과 북한의 인권이 함께 개선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난 2일에는 탈북자와 북한 인권단체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의 핵 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북한에 대한 압박을 멈추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최정훈 북한인민해방전선 대표 : 북한 정권은 지난 25년 동안 핵 개발에 자원을 탕진하면서 수백만 명을 굶겨 죽였습니다. 나라 경제는 파괴되었고 무고한 인민들이 굶어죽고 수십만 명의 난민이 발생했습니다. 북한 핵은 김씨 일가의 체제유지용일 뿐 인민에게는 고통과 불행의 화근입니다.

최 대표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정치범수용소의 해체를 위해 노력해 줄 것을 촉구했습니다. 최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범수용소 문제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는 만큼 이번 미북 정상회담에서도 문제 제기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최정훈 북한인민해방전선 대표 : 미국은 인류를 노예로부터 해방시킨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 분단국가였던 독일을 통일로 이끈 자유의 수호자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이번에 기회를 놓치면 북한 인민은 영원한 노예로 살게 됩니다. 북한의 핵과 정치범 수용소가 해체되고 자유를 얻게 되는 날 2천 5백만 북한 인민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환영할 것이다.

한국 내 탈북자 단체들은 미국이 인권문제를 중시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서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에 앞서 북한 인권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함경남도 요덕수용소 수감 경험이 있는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는 이번 미북 정상회담이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결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 : 북한 문제는 수령 독재에 의한 주민들의 인권탄압과 자유 없는 시스템 속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의 삶을 말합니다. 정상회담에서 핵 문제만 논의한다면 정작 북한 주민들의 삶에 대해선 전혀 관여하지 않겠다는 의미입니다.

인민군 상좌 출신의 최주활 탈북자동지회 회장도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인권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북한 핵문제를 해결해선 안 된다며 이번 미북 정상회담에서 북한 인권 문제가 핵심 의제로 다뤄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최주활 탈북자동지회 회장 : 인권만은 절대 양보해선 안 됩니다. 인권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핵문제가 논의돼도 대북 경제제재를 풀지 못한다는 사실을 반드시 주지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중국 공안에 붙잡혀 강제 북송될 위기에 놓인 탈북 난민들의 가족들은 탈북자 강제송환 문제를 다뤄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탈북자 강제송환 금지와 이들의 석방을 위해 노력해왔던 한국 내 변호사모임은 중국에서 송환돼 온 탈북자들이 처형되거나 정치범수용소에 보내지는 일이 없게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탈북자 강제송환 문제를 거론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김태훈 한변 상임대표 : 현재 중국에는 북한 정권의 폭압에 못 이겨 자유를 찾아 넘어온 탈북자들이 많은데요. 이 중에는 한국행을 시도하다가 중국 공안에 의해 체포돼 북한에 강제송환되거나 송환을 대기중인 북한 난민들도 무척 많습니다.

또 북한에 억류된 한국 국민 6명의 송환 문제와 전시 납북자 문제도 거론해달라는 요청이 있습니다.

도희윤 피랍탈북인권연대 대표 : 한국인 억류자 문제와 전시 납북자 문제, 국군포로 문제도 함께 해결돼야 한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번 미북 정상회담에서 반드시 해결되기를 소망합니다.

북한의 위장 평화공세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북한인권단체총연합은 비핵화와 관련해 북한이 그동안 여러 차례 합의하고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면서 이번 미북 정상회담에선 과거의 실수가 되풀이 되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밝혔습니다.

박상학 북한인권단체총연합 상임대표 : 저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언하고 싶습니다. CVID를 통해 북한의 완전한 핵폐기를 원합니다. 이 원칙만 지킨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의 거짓쇼에 속지 않을 것입니다. 이번이 마지막입니다. 다시 김정은에게 속아 북한 핵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그 비극적인 결과는 우리 7천만 겨레에게 들이닥칠 것입니다.

비핵화와 변화를 언급한 북한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 환상을 갖지 말라는 조언도 있습니다. 일부 탈북자 단체는 국제사회가 김정은 위원장에게 막연한 기대를 갖는 것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김태희 자유와 인권을 위한 탈북자연대 대표 : 김정은에 대한 환상과 꿈을 접으십시오. 그는 자기 고모부도 처형했고 자기 심기를 거스르면 언제든 화염방사기를 들이댈 사람입니다. 그리고 김정은은 김일성과 김정일의 유훈을 관철시켜야 하는 김씨 왕조 세습체제를 잇는 독재자에 불과합니다.

북한의 비핵화 실현을 위해선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김흥광 NK지식인연대 대표는 과거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은 늘 검증단계에서 실패해왔다며 미북 정상회담 합의문에서는 비핵화 검증 방식과 범위가 명시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흥광 NK지식인연대 대표: 북한 평산에 가면 세계 제2의 우라늄 광산이 있습니다. 우라늄 광산에서 채광한 천연 우라늄을 정제한 뒤 원심분리기 안에 넣고 돌리면 핵물질이 바로 생산됩니다. 원심분리기만 확보하면 어디서든 농축우라늄의 은밀한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실상 북한의 비핵화를 어떤 방법으로도 확인이 불가능합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김정은의 양두구육(羊頭狗肉) 같은 농간질에 절대로 넘어가지 말아야 합니다. 양 머리를 걸어놓고 개고기를 파는 그런 국제적인 사기극에 넘어가지 말 것을 호소합니다.

또 핵무기와 더불어 생화화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에 대한 완전한 폐기 논의도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