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0 미북정상회담] 치열한 기싸움 돌입한 미북, 접점 찾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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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한미 정상회담은 미북 정상회담을 앞둔 미국과 북한의 사전 탐색전이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한국을 매개로 미북이 각각 자신들의 입장을 간접적으로 주고받았다는 건데요.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취재할 한국 취재진의 명단을 늦게 수령한 것도 이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서울의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전문가들은 미국과 북한이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미북 정상회담의 전초전을 벌였다고 분석합니다. 한국을 통해 자신들의 입장을 간접적으로 전달하고 미북 정상회담의 사전 조율을 시도했다는 겁니다.

북한은 미국에 ‘비핵화 기준을 완화해달라’는 메시지를, 미국은 북한에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인 CVID가 미북 정상회담의 핵심의제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미국과 한국을 비판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한 것도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합니다. 당시 김 제1부상은 미북 정상회담을 재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한미 정상회담에서 “여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회담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이 기싸움을 벌이는 모양새입니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미국과 북한이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활용한 측면이 있습니다. 한국이 '북한은 비핵화 의지가 있다'는 내용을 미국에 재차 전달했을 것이고 미국은 한국에 'CVID 입장에서 물러설 수 없다', '일괄타결이 기본적인 입장'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북한이 한미 정상회담 종료 직후 풍계리 핵실험장 취재를 위한 한국 기자단의 방북을 뒤늦게 승인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한국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입장을 잘 전달할 수 있도록 압박하는 차원에서 한국 기자단의 방북 승인을 최대한 미뤘다는 겁니다.

정영태 북한연구소장 : 북한이 한국을 한미 정상회담을 압박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부터 완전히 (한국 취재진을) 배제할 생각은 없었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송대성 전 세종연구소장도 “북한이 뒤늦게 한국 기자단의 방북을 승인한 것은 한미 정상회담에 참여한 문재인 대통령을 압박하기 위한 차원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CVID, 일괄타결 방식과 관련해 협상의 여지가 있다고 시사한 부분을 북한이 눈여겨 봤을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CVID를 강조하면서도 “일괄타결 방식이 바람직하지만 (비핵화가) 한꺼번에 이뤄진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에 대한 한국 내 평가는 엇갈립니다.

정영태 소장은 “미국이 북한의 CVID와 일괄타결 방식에서 한 발자국 물러선 느낌을 받았다”며 “북한으로서는 미북 정상회담까지 가는 문턱이 조금 낮아졌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반면 오경섭 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여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미북 회담을 열지 않겠다고 밝혔다”며 “이는 북한이 CVID에 동의하지 않으면 미북 대화가 무산될 수도 있음을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