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 대북 지지 실효성 미미…미북 간 비핵화 합의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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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러시아 외무장관이 북한을 방문하고 북한과 중국, 러시아 3국 간 정상회담이 미북 정상회담 전에 열릴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북한이 미국과 협상하기 앞서 자신의 협상력을 키우기 위해 중러 양국을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미북 간 비핵화에 대한 합의가 도출되지 않으면 중러 양국의 대북 지지는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이상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러시아 외무부는 30일 성명을 통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이 31일 북한을 방문한다고 밝혔습니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북한의 초청으로 이뤄진) 이번 방문은 미국과의 핵 협상에 관련한 북한의 입장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홍콩 동방일보는 다음달 9일 중국 칭다오에서 북한과 중국, 러시아 3국 정상회담이 열린다고 홍콩 인권단체인 중국인권민운정보센터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동방일보는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지역 안보•경제 협력체인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가 다음달 6~9일 칭다오에서 열리는 것을 계기로 북•중•러 정상회담이 개최된다는 설명입니다.

러시아 정치외교 전문가인 스티븐 블랭크(Stephen Blank) 미국외교정책위원회 선임연구원은 30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라브로프 장관의 방북은 러시아 측에서는 최근 남북, 미북 정상회담의 움직임 가운데 소외되지 않고 자신들의 국익을 챙기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블랭크 선임연구원:
미북 정상회담이 열리는 과정에서 러시아는 소외돼 왔습니다. 러시아는 이 과정에 참여하길 간절히 원합니다. 어떻게 되어가는지 관여하면서 자신들의 이익을 확보하려는 겁니다.

미국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제임스 쇼프(James Schoff) 선임연구원은 30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은 미북 정상회담이 열렸을 때 중국과 러시아의 외교적 지지를 이용해 미국을 압박하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궁극적인 문제는 비핵화에 대한 미국과 북한의 견해 차이기 때문에 북한이 중국, 러시아와 양자회담을 갖고 혹은 북, 중, 러 3국 간 정상회담을 갖더라도 미북 간 비핵화 합의가 없으면 이런 회담들은 소용이 없다고 쇼프 연구원은 말했습니다.

쇼프 연구원:
그들은 원한다면 북중러 3국 간 정상회담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중요한 문제는 미북 간 비핵화의 범위와 속도에 대한 견해 차이입니다. 이 회담들이 북한 비핵화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그 실효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