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판문점 회담 상황 공유…“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중”

강경화 외교부 장관(오른쪽)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북미정상회담 의제조율을 위한 실무회담 미국 측 대표단의 성김 주필리핀 미국대사와 대화하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오른쪽)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북미정상회담 의제조율을 위한 실무회담 미국 측 대표단의 성김 주필리핀 미국대사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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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미북 정상회담과 관련해 판문점에서 북한과 협의를 벌인 미국 대표단이 한국 정부에 관련 상황을 공유했습니다. 미국 대표단은 뉴욕과 판문점, 싱가포르에서 열리고 있는 미북 정상회담 사전협의가 원활히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서울의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달 27일과 30일 판문점에서 미북 정상회담 핵심 의제와 관련해 북한 측과 논의를 벌인 성김 필리핀 주재 미국 대사가 1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회동했습니다.

김 대사는 앞서 열린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의 뉴욕 회동, 판문점과 싱가포르에서 열린 미북 간 사전협의에 대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아있다”고 밝혔습니다.

김 대사는 이어 “최근 개선된 남북관계와 향후 열릴 미북 정상회담은 항구적 평화와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매우 역사적인 기회”라며 “폼페이오 장관이 말했듯이 미북 정상회담은 미국과 북한 두나라의 새로운 시대와 번영, 평화를 위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국 체류 일정에 대해서는 “좀 더 머물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김 대사는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에서의 추가 회담 가능성도 시사했습니다.

강경화 장관은 성김 대사가 이끄는 미국 대표단과의 회동에 앞서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전화통화로 현재 진행 중인 미북 접촉 결과와 향후 추진 방향을 논의했습니다.

한국 청와대도 1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미북 고위급회담과 관련해 “조심스럽게 그리고 주의를 기울여 지켜보고 있다”면서도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들고 워싱턴으로 간다는 것은 미북 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라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한국 내 전문가들은 미북이 여전히 북한 비핵화 방식과 관련해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간의 미북 고위급회담이 열렸음에도 아직 미북 정상회담 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점은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합니다.

고위급회담 이후 “회담에서 좋은 진전을 이뤘다”고 밝힌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정치적 수사일 뿐이라는 겁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폼페이오 장관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지도자로서의 결단을 촉구하며 “아직 많은 일이 남아있다”고 말한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 : (미북 고위급회담에서) 김영철 부위원장은 비핵화와 관련해 자신이 결정할 권한이 없기 때문에 본국에 전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을 겁니다. 김 부위원장은 전권을 위임 받은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미북 회담에서 마찰이 발생하지 않았던 이유입니다. 폼페이오 장관이 김 위원장의 결단을 요구한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신 센터장은 “북한이 ‘트럼프식 해법’에 동의하지 않고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며 “북한은 여전히 핵 동결, 신고, 검증, 폐기라는 과거의 단계적 비핵화 방식에 따른 보상을 요구하고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김영철 부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할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도 비핵화와 관련한 북한의 원론적인 입장만 담겨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김 위원장의 친서에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CVID를 일괄타결 방식으로 수용하겠다는 입장이 담겨있었다면 김 부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곧바로 만나러 갔을 것이란 관측입니다.

정영태 북한연구소장은 “김 부위원장의 본래 임무는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것이었다고 본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대면하기 전에 미국의 비핵화 관련 입장을 다시 한번 가늠하기 위해 뉴욕에서 폼페이오 장관과 회동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정영태 북한연구소장 :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기에 앞서) 뉴욕에서 사전에 실무를 조율할 필요가 생긴 것 같습니다. 워싱턴에는 북한과 연결되는 통신망이 마땅치 않지만 뉴욕에는 유엔 주재 북한 대표부가 있습니다. 이런 실무적인 문제 때문에 미북 고위급회담이 뉴욕에서 개최됐을 겁니다.

신범철 센터장은 “미북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은 높다고 보지만 아직도 개최 합의가 나오지 않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입장을 어느 정도까지 수용할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분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