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예정인 미북 정상회담에서 철저한 준비를 바탕으로 협상에 나서야 할 것이라는 전문가의 지적이 나왔습니다. 그가 북한 측에 즉흥적인 양보를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미국의 정책연구소 뉴아메리카재단(New America)의 수잔 디마지오(Suzanne Dimmagio)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즉흥적으로 북한에 너무 많은 것을 양보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한다고 말했습니다.
디마지오 연구원 : 저는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준비된 대본에 충실할 것인가 염려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상회담에서 어떤 말을 해야 할 지(a short list of talking points)에 관한 목록이 주어질 것입니다. 그가 회담 준비 과정을 진지하게 생각하고(take the preparation seriously) 북한에 너무 많은 것을 주지 않길 바랍니다.
디마지오 연구원은 4일 미국 워싱턴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와 정책연구소 스팀슨센터가 공동 개최한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에 관한 토론회(The Singapore Summit: What’s a Good Outcome?)에서 이 같이 지적했습니다.
그는 특히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즉각적으로 수락할 것을 우려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앞서 미국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리비아 방식의 북한 비핵화 방안을 언급한 데 따른 북한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강경 대응에 트럼프 대통령이 한창 준비 중이던 미북 정상회담 취소를 선언한 것은 그가 필요이상으로 극적인 행동을 취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디마지오 연구원은 염려했습니다.
디마지오 연구원은 특히 이 같은 취소 발언이 한국과 협의나 고지를 하지 않은 채 이뤄져 동맹관계에 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더구나 트럼프 대통령이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백악관에서 회동한 후 최대한의 대북 압박 정책을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여전히 대북 압박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동맹국들에 혼선을 야기할 수 있다고 디마지오 연구원은 주장했습니다.
그는 또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와 교류에 나서며 제재가 완화되면서 다시 제재를 강화하려면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게 됐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날 함께 토론회 연사로 나선 미국의 로버트 갈루치 전 북핵특사는 지난해 6월 미북 정상 간 강경한 발언으로 위기가 고조되었던 것과 비교해 미북 정상회담에 나선 지금은 상황이 좋아졌지만, 북한의 장거리탄도미사일 시험 중단 등을 비핵화 협상의 평가기준으로 성급하게 받아들인다면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갈루치 특사 :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이외에 모든 것을 얻더라도 비핵화를 이루지 못한다면 협상에서 지는 것입니다.
정상회담을 포함한 향후 대북 관여 정책을 통해 북한에서의 핵무기·핵물질·핵물질 생산 능력 등을 모두 제거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가 돼야 한다고 갈루치 특사는 강조했습니다.
갈루치 특사는 그러면서 북한과의 진정한 관계정상화를 위해서는 북한이 어느 시점엔가 반드시 인권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