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미북 정상회담이 '성공적인 대통령'으로 평가받길 원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재차 시간을 벌면서 국제사회에서 외교적 위상을 높이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이 우려했습니다. 김소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워싱턴 DC 헤리티지재단에서는 5일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미북 정상회담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을 듣는 자리가 마련됐습니다.
토론회에 참석한 3명의 미국 전문가는 미국 대통령과 북한 최고 지도자의 최초 정상회담이라는 점에서 역사적인 의미는 있지만 두 정상이 이번 기회를 정치적 드라마의 장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미국 터프츠대 외교대학원의 이성윤 교수는 김 위원장이 미사일 시험발사를 중단하고 핵실험장을 폐기하는 등 비핵화 의지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예전 북한 정권과 같이 시간을 벌면서 동시에 자신들이 원하는 바를 얻어내려는 속셈을 가진 것으로 못박았습니다.
분명 이번 회담에서 김 위원장은 2차 회담을 갖자고 제안할 것이고 그 사이에 중국 등 주변 국가나 유엔에 대북제재 완화를 요청할 것이라는 게 이 교수의 설명입니다.
이성윤 교수 : 이것은 모두 (북한의) 함정이며 회담은 성공적으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양국 정상은 정치적 드라마를 위해 서둘러 만나는 것입니다.
함께 토론회에 참석한 한국 ‘한반도 미래포럼’의 김두연 객원 선임연구원은 이번 미북 정상회담은 어떤 방식으로든 ‘성공적인 회담’이 될 것이라고 역설했습니다.
회담에서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가 없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 회담을 자신의 기준에 따라 ‘성공적’이라고 평가하며 자신의 업적 홍보에 활용할 것이란 게 김 연구원의 설명입니다.
김 연구원은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쉽게 북한과의 평화를 선언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두연 선임연구원 : 미북 두 정상,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평화 선언을 하고 싶어할 것입니다. 이 회담을 전례없는 역사적인 순간으로 만들고 싶어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진정으로 핵무기 위협이 없는 한반도의 평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수미 테리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미북회담을 하기도 전에 이미 많은 것을 얻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김 위원장이 최근 중국의 시진핑, 즉 습근평 국가 주석,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과 두 번이나 회담했고 러시아 대통령과도 회담을 갖기로 계획하는 등 자신을 국제사회에서 정상 국가의 정상적인 지도자의 모습으로 각인시키는 효과를 얻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함께 미북회담 분위기와 더불어 북한에 대한 제재도 이미 한층 느슨해졌다고 테리 연구원은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