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나흘 앞으로 다가온 미북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가시적인 성과를 위해 북한 측과 성급한 평화선언(peace declaration)을 할 가능성이 우려된다는 전문가의 지적이 나왔습니다. 김소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워싱턴 DC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8일 미북 정상회담 전망과 관련해 기자 간담회를 개최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전문가들은 북한이 비핵화할 가능성이 매우 낮은 상황에서 북한이 원하는 평화 선언문이 섣불리 채택될 가능성을 우려했습니다.
이 연구소의 수미 테리 선임연구원은 이번 미북 정상회담에 대한 최악의 결과는 자신의 성공을 과시하고 싶어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철저한 검토없이 한국전 종전선언 등 평화선언을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테리 선임연구원 : 트럼프 대통령이 일종의 평화협정에 동의하는 것을 우려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협정이 가져올 여러 후과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을 수도 있고, 심지어 이런 협정 체결을 양보로 여기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I'll just say what my personal biggest nightmare scenario is, and that's President Trump agreeing to some sort of a peace treaty – not some sort of, a peace treaty that has all kinds of consequences that he doesn't really think about, or actually he knows. And he's not even looking at it as a concession…)
테리 연구원은 북한이 미북회담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미 많은 이익을 얻었다며 이번 회담 결과에 크게 연연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우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북한이 완성된 핵무기와 핵기술을 보유한 국가라는 점을 전 세계에 인식시키는 데 성공했고, 처음으로 한국, 중국의 정상들과 회담을 가지면서 북한의 외교 관계를 넓혔다는 설명입니다.
또한 경제 개발이 국가의 최우선 목표가 아닌 북한 정권의 특성상 이번 회담에서 비핵화에 합의하지 않아 대북제재가 유지된다 하더라도 북한으로서는 크게 잃을 것이 없다고 테리 연구원은 덧붙였습니다.
이 연구소의 빅터 차 한국 석좌 역시 이번 미북회담에서 양국이 비핵화 합의에 도달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지난 수십 년간 북한이 말했던 비핵화의 의미에 변화가 없는 이상 이번 회담도 과거 협상의 반복일 뿐이라고 차 석좌는 말했습니다.
빅터 차 석좌 : 이번에도 북한이 원하는 비핵화에는 변화가 없습니다. 북한은 1990년대부터 늘 한반도의 비핵화, 미국의 적대정책 철회를 요구해왔습니다.
다만, 이번 회담에서 미북 공동 선언문이 발표되고, 비핵화를 이행하기 위해 양국이 구체적인 절차를 밟아간다면 어느정도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해볼 수도 있다는게 차 석좌의 설명입니다.
한편 이 연구소의 마이클 그린 부소장은 이번 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돼 추가 회담으로 이어질 경우 북한은 미국에 적대 정책 철회와 대북제재 해제, 에너지 지원 등을 차례로 요구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후 미국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말처럼 북한에 경제적 투자를 시작할 가능성이 있고 마침내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그린 부소장은 전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