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2 싱가포르회담 이후②] 미북 후속협상 난항으로 ‘제동’ 걸린 남북관계

0:00 / 0:00

앵커 :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의 분수령이 된 미북 정상회담이 열린 지 50여일이 지났지만 비핵화를 둘러싼 미북 간 입장차로 후속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미북 정상회담 이후 교착 국면에 빠진 북핵 협상과 한반도 정세를 전망해보는 기획보도를 보내드리고 있는데요. 오늘은 두번째 순서로 속도조절에 나선 남북관계를 보내드립니다.

서울에서 노재완 기자 보도합니다.

판문점 선언 채택 100일을 맞아 한국 정부는 지난 3일 판문점 선언의 의미와 평가를 내렸습니다.

한국 정부는 판문점 선언으로 한국 국민들이 전쟁의 공포에서 완전히 벗어나 평화가 일상화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유진 통일부 부대변인 : 지난 100일 동안 정부는 관계부처와 협의 아래 국제사회와 긴밀히 공조하면서 판문점 선언이 차질 없이 이행될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해 왔습니다.

판문점 선언 이후 획기적인 진전이 이뤄질 것만 같았던 남북관계는 100일이 지난 지금 소강상태에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가을에 평양에서 다시 만나기로 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일정도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 내에서는 비핵화 협상의 진전이 없는 데다가 대북제재가 지속되면서 남북관계가 추진 동력을 상실한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판문점 선언은 크게 남북관계 개선, 군사적 긴장완화,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등 3가지 항목으로 구성됐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4월 27일 판문점 선언): 앞으로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남과 북이 더욱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을 분명히 밝힙니다. 우리는 또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통해 한반도의 불안정한 정전 체제를 종식시키고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해나가기로 합의했습니다.

그러나 미북 간에 비핵화를 둘러싼 후속 협상이 지지부진한 탓에 판문점 선언도 기대만큼 이행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남북이 판문점 선언에서 각계각층의 다방면적 교류·협력과 왕래·접촉 활성화를 합의했지만 대북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에서 일을 추진하다 보니 교류협력에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남북은 대북제재에 영향을 덜 받는 체육분야와 군사분야를 중심으로 교류협력에 집중해왔습니다. 그 결과 군사분야에서는 확성기 방송 시설이 철거되고 군 통신선을 복원하는 성과가 있었습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 (6월 29일 한반도평화 심포지엄): 판문점 선언 가운데 가장 먼저 이행된 것이 대남·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과 시설 철거입니다. 앞으로도 군사분야의 대화와 협력은 남북관계 발전을 이끌고 또 뒷받침할 것입니다.

판문점 선언 이후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했던 한국은 최근 들어 미국과 북한으로부터 모두 압박을 받는 양상입니다.

한국이 6.12 미북 정상회담 이후 남북 경제협력 재개에 대한 의지를 표출하자 미국은 ‘비핵화가 먼저’라며 대북제재의 엄격한 준수를 촉구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지난달 중순 비공개로 미국을 방문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을 만나 남북 간 경제협력을 유엔 제재의 예외로 인정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미국 측이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지난달 26일에는 폼페이오 장관이 한국의 조명균 통일부 장관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대북제재 준수를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북한 비핵화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남북경협이 앞서가지 않도록 당부한 겁니다.

그러자 북한은 관영매체를 동원해 한국이 미국 주도의 대북제재에 계속 동참하면서 남북 간 협력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가 개성공단 가동과 금강산 관광 재개에 나서줄 것을 촉구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대북제재 해제 이후에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북한의 요청을 거절했습니다.

이유진 통일부 부대변인 : 정부가 개성공단 재개 문제를 공식적으로 제기한 바는 아직까지 한 번도 없고요. 또 비핵화 진전 상황에 따라서 검토해 나가겠다는 정부 입장에도 변화가 없습니다. 개성공단 재개 문제는 장기적 차원에서 본다면 대북제재 해제 이후에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보입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의 진전에 따라 대북제재를 완화할 것이라는 전망을 제기합니다.

동시에 북한이 미국을 만족시킬 만한 비핵화 조치를 취한다면 미국은 정권수립 70주년을 맞는 북한을 위해 종선선언과 같은 보상을 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경우 남북관계는 획기적인 전환을 맞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임을출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 종전선언은 미북 간의 공식적인 적대관계 해소를 의미하기 때문에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대북제재 완화 조치가 이어질 수밖에 없고 이런 조치가 남북 경협의 활성화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북한은 정권수립 70주년을 맞아 대규모 행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집단체조인 ‘빛나는 조국’을 준비하는 데 적잖은 외화가 들어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대북제재로 외화난을 겪고 있는 북한으로선 외국 관광객들의 참관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북한은 특히 한국 관광객들의 대규모 참관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9월 9일까지 한 달여 남은 기간 북한이 대북제재를 완화시킬 수 있는 대담한 비핵화 조치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선 한국이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보다 적극적인 ‘촉진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 : 북한에는 핵능력을 신고하라고 요구하고 미국에 대해선 북한이 핵능력을 신고하면 종전선언을 해주고 단계적으로 대북제재도 해제해 줄 것을 요구함으로써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일각에서는 미북 대화의 돌파구를 찾고자 한국 정부가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가을 평양 남북 정상회담을 9월 초에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재완입니다.

앵커 : 자유아시아방송이 마련한 기획보도, 오늘은 두번째 순서로 속도 조절에 나선 남북관계를 보내드렸습니다. 내일 이 시간에는 북한의 대내 행보 전망을 전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