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대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한국 정부는 현시점이 미북대화가 열릴 가장 좋은 시기라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에 미국과의 대화에 나서라고 촉구한 건데요. 남북대화가 미북대화로 연결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정부는 현재 미국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를 위한 문을 열어놨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쏟아내는 대북 발언이 강경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렉스 틸러슨 국무부 장관이 “북한과 대화할 수 있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기 때문입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2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은 북한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북한이 미국과 대화하려면 지금이 가장 좋은 시기”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이 ‘비핵화 전제’라는 대화 조건을 완화했다고 평가하는 겁니다. 평창 올림픽이 미북대화를 촉진할 수 있다는 입장도 밝혔습니다.
이 고위 당국자는 “남북대화는 미북대화 혹은 다른 비핵화를 위한 대화를 추동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북핵 해결에 도움만 된다면 미북 양자 대화도 무방하지만 한국의 입장과 참여는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당국자는 긴장 상태가 완화된 현 상황을 어떻게든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활용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도 평창 동계올림픽과 남북대화를 북핵 문제 해결의 단초로 삼아야 한다고 제언합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 : 평창 동계올림픽으로 인해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감이 약화되는 흐름이 만들어진다면 미국도 대북 대화의 문턱을 낮출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북미대화를 유도하는 차원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문제는 북한이 현시점에서 미국과의 대화에 나설지 여부입니다. 이에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북한은 아직은 나올 때가 아니라고 판단하는 것 같다”면서 “하지만 한국 정부는 어떤 형식이든 현시점이 대화하기 좋은 적기라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전문가들은 북한이 아직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핵 무력을 완성하지 못했기 때문에 대미대화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습니다. 북한이 ICBM 완성을 위한 시간 끌기 목적으로 대화에 나설 가능성은 있다고 지적합니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 : 북한은 핵 무력 완성을 얘기했습니다. 남은 것은 미국과의 담판입니다. ICBM 완성을 위해서는 몇 차례 시험이 필요하기 때문에 평창 이후에 관련 도발을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다시 관계가 악화되는 상황이 올 것 같습니다.
미국 정부의 대북 기조를 한국 정부와는 다르게 평가하는 전문가도 있습니다. 여전히 미국은 비핵화를 전제로 한 대북대화를 강력하게 추구하고 있다는 겁니다. 송대성 전 세종연구소장은 “어떤 형태로든 미북대화의 가능성은 있지만 미국에는 더 이상 북한에 속지 않겠다는 인식이 확산돼 있다”면서 “남북대화 자체를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공조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대북제재가 여전히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는 가장 유효한 수단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북한이 대화에 나오지 않으면 제재는 해제될 수 없다”면서 “북한이 대화의 필요성을 느끼게 하는 좋은 수단은 대북제재”라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