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선언 제안으로 미북대화 재개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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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 정부가 미북 간 신뢰 구축을 위해 재차 한반도 종전선언의 필요성을 거론한 가운데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이를 미북관계 정상화를 위해 필요한 단계라면서도 이를 통해 당장 북한을 협상장에 복귀시키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김소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정의용 한국 외교부 장관은 31일 한반도 종전선언이 "미북 간 뿌리 깊은 불신을 해소하는 데 효과적인 단계가 될 수 있다"며 "북한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정 장관은 또 "미국도 (종전선언을) 좀 더 긍정적으로 검토해주길 기대한다"는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이와 관련 미국 평화연구소(USIP)의 프랭크 엄(Frank Aum) 선임연구원은 31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문재인 한국 정부가 미북대화 활성화를 위한 조기 화해 제스처(신호)로서 조 바이든 미 행정부에 종전선언 고려를 제안한 것이라고 풀이했습니다.

엄 연구원은 북한이 종전선언 제안을 미국의 이른바 대북 적대시정책 철회의 의미로 보고, 관심을 가질 순 있지만 이보다는 대북제재 완화나 주한미군 철수에 더 큰 관심이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북한이 종전선언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호의적으로 받아들이면서도 협상장으로 돌아갈 만큼 충분한 제안은 아니라는 게 엄 연구원의 설명입니다.

그는 또 바이든 미 행정부 입장에서도 임시 합의(interim agreement) 차원으로 종전선언에 관심을 가질 수 있지만 북한과 대화를 시작하기도 전에 먼저 종전선언을 제안하는 것은 시기상조로 여길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로버트 갈루치(Robert Gallucci) 전 미 국무부 북핵특사는 31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북한 비핵화 과정에서 종전선언은 미북관계 정상화를 위해 언젠가는 꼭 이뤄져야 할 단계로, 북한도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갈루치 전 특사: 종전선언은 관계 정상화 과정의 한 부분입니다. 이는 북한에 엄청나게 큰 단계는 아니지만 북한 뿐 아니라 동아시아 지역 전체에 중요한 조치입니다.

갈루치 전 특사는 오랫 동안 논의돼 온 종전선언을 어떤 맥락(context)에서 진전시키느냐가 더욱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현재 대북정책을 검토 중인 바이든 행정부가 우선 북한과 외교적 관여, 대화를 재개할 의사가 있는지부터 결정한 뒤 종전선언이 논의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지난 17일 미국 내 정치, 연구기관, 비정부기구, 예술 분야 등에서 활동하는 미국계 한인 지도자 70여명은 바이든 대통령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에 종전선언을 촉구하는 서한을 발송했습니다.

서한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한국 전쟁에 대한 공식적인 종식을 선언하길 바란다"면서 "종전선언은 더 넓은 평화 프로세스를 진전시키는 데 중요하고, 구체적인 의미를 가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들은 2019년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67%가 한반도 평화협정을 지지한다고 밝혔으며, 지난 116대 미 의회에서 발의됐던 한국전쟁 종식과 평화협정을 촉구하는 연방하원 결의안(H.Res.152)에 50여명의 의원들이 지지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백악관 대변인실은 미국에 종전선언에 대한 긍정적인 검토를 기대한다는 한국 측 발언에 대한 31일 자유아시아방송(RFA) 논평 요청에 "현재 이에 대한 의견이 없다"며 즉답을 피했습니다. (We won't comment on this fo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