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건재 불구 미북대화 재개 난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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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행적을 감춘지 20여일 만에 북한 관영매체에 등장한 데 대해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 내 급변사태가 없는 것은 다행이지만 여전히 미북 간 대화의 물꼬가 트일지는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소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공개 행보를 시작하면서 교착 국면에 빠진 미북 관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간 추구해 온 위에서 아래로의 일명 '톱다운' 소통으로 이어질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은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의 재등장이 미북대화 재개로 당장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내다봤습니다.

미국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 연구원은 4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미국과 한국은 반복적으로 북한에 외교적인 관여를 제안해왔지만 대화를 거부한 쪽은 북한이었다"면서 "북한은 이미 지난해부터 미북 간 비핵화 논의를 위한 실무회담이나 정상회담을 할 의사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고 말했습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현재 미북관계가 교착 상태에 빠진 원인이 미국이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지 않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3번이나 김 위원장을 만났고, 이는 톱다운 외교방식이 성공적이지 않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평가했습니다.

미국 퀸시 인스티튜트의 제시카 리 선임 연구원은 4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제재 완화와 같은 북한 경제와 관련된 새로운 협상안을 제시하지 않는 한 북한이 협상장으로 돌아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습니다.

리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 역시 현재 미국 내 코로나19 대응과 11월 대선 준비에 집중하는 와중에 미북대화 재개를 위한 새로운 정책을 취할 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리 연구원: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협상장으로 돌아오게 만들 새로운 것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을지 결정해야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6개월 전 그렇게 할지는 불확실합니다. 그의 새로운 사고(rethinking) 없이는 협상을 진전시키기 어렵습니다.

리 연구원은 그러면서 지금과 같은 미북 간 교착상태로 외교적 관여가 지체될수록 양국의 강경파들은 더욱 대립각을 세우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리 연구원은 북한군이3일 비무장지대(DMZ) 내 한국 측 감시초소(GP)에 총탄 사격을 가한 것은 남북간 군사 합의서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남북이 2018년 작성한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는 남과 북은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이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하였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리 연구원은 남북 간 지속적인 대화와 양국 간 신뢰 구축의 부재가 이러한 총격 사건을 양측의 심각한 갈등 확대로 이끌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데이빗 맥스웰 선임 연구원은 김정은 건강이상설에 대한 일련의 불확실한 보도들과 대처들을 보고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재차 상기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맥스웰 연구원은 김 위원장의 건강이 좋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며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김 위원장의 갑작스런 사망, 건강악화로 인한 북한 내 권력 승계나 급변사태에 대비해 한미동맹이 즉각적인 대응책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김 위원장의 진정한 비핵화 이행 의도가 전제돼야만 외교적 협상을 통한 북한 비핵화를 추구할 수 있다면서 그 때까지는 북한에 대한 한미동맹의 억제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맥스웰 연구원은 최근 비무장지대에서의 총격 사건에 관해 4차례나 총알이 발사됐다는 점을 봤을 때 단순한 실수로 단정지을 수만은 없지만 심각한 도발로 보긴 어렵다고 분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