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미국 뉴욕에서8일 열릴 예정이던 미북 고위급 회담이 불과 하루 전인 7일 새벽 전격 연기된 것은 의제 조율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미국의 전문가들은 관측했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미국 측 차석대표는 7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미북 고위급 회담이 연기된 것은 양측 모두 회담 의제에 대한 합의에 시간이 더 필요했기 때문으로 해석했습니다.
완전한 비핵화와 양국 간 관계 개선에 관한 의제와 이에 관련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수 많은 방법을 어떻게 접근하면 좋은 지 합의가 필요했다는 설명입니다.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그러면서 고위급 회담을 준비하기 위해 실무급에서 더 많은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The lower level discussions apparently will be pursued, to prepare for this high level meeting between Sec. Mike Pompeo and Vice Chairman Kim Yong-Chol.)
미국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Bruce Klingner) 선임연구원은 북한 측에서 실무급 논의를 거부해 왔다며 회담이 연기된 것은 아직도 미북 간 입장차가 얼마나 큰 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 : 국무부가 성명에서 이유를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누가 먼저, 왜 회담을 연기하자고 했는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비핵화 회담에 있어 좋은 징조는 아니라는 겁니다. 북한은 이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최선희 외무성 부상 간의 실무회담을 개최하자는 미국의 제안을 거부해 왔습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지난 2일 북한이 언론매체의 논평을 통해 미국이 제재를 완화하지 않으면 지난 4월 채택한 경제건설 총집중 노선에서 다른 한 가지, 즉 핵개발이 더 추가돼 ‘병진’이라는 말이 다시 태어날 수 있다고 밝힌 데 주목했습니다. 이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실험을 재개할 수 있다는 암시이며, 미국과 북한이 ‘비핵화 개념’ 조차 합의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우려했습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 : 만일 실무급 회담이나 실질적인 진전이 없다면 내년 초로 예정된 미북 정상회담도 준비가 될 때까지 연기해야 합니다.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은 정상회담 이전에 실무회담을 갖고 실질적인 비핵화 진전을 이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또 다시 성급하게 정상회담에 나서 북한의 상응 조치 없이 미국만 양보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지난달 7일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은 매우 짧았고, 따라서 양측이 취해야 할 조치나 시간표 등 실질적이고 필요한 논의보다는 제2차 미북 정상회담의 시기와 장소에 대한 협상 정도에 그쳤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미국 국무부 동아태담당 수석 부차관보도 서해 미사일 엔진시험장과 풍계리 핵실험장 해체 검증 작업에 대한 대가로 제재 해제 등 구체적인 보상을 바라는 북한과 비핵화 진전이 없이는 제재를 해제할 생각이 없는 미국이 어떻게 짧은 시간 내에 공통분모(common ground)를 찾을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성과가 없을 것으로 보이는 고위급 회담을 강행하기 보다는 연기하는 쪽을 택하고, 서로 간의 차이점을 줄이기 위해 다른 경로로 대화하기로 했을 수 있다고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진단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