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한국 내에선 최근 북한의 잇단 담화가 미북 대화를 앞두고 기존 입장을 강화하는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비핵화 협상 동력이 한동안 약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최근 김계관 외무성 고문과 김영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장 등을 내세워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지 않으면 미국과의 비핵화 대화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힌 북한.
한국 통일부는 19일 이와 관련해 북한이 지금껏 강조해온 이른바 ‘새로운 셈법’에 대한 입장을 강화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한국 통일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연말 협상 시한을 앞두고 이 같은 내용의 담화를 이례적으로 계속 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북한 입장에서 미국에 대북 적대정책 철회를 요구하는 것은 미북 협상의 역사만큼이나 길다며 결국 기존 입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담화를 계속 내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내세우고 있는 ‘새로운 셈법’이 안전보장과 대북제재 완화 또는 해제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조남훈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이날 열린 한 토론회에서 북한의 이 같은 강경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대북제재 강화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조남훈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민화협 토론회): 제재를 강화하는 것도 좋지만 유엔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힘들 것입니다. 중국은 북한에 위기가 와서 북한이 무너지거나 급변하는 것을 매우 걱정합니다. 동북아시아 안정 측면에서 더 이상의 제재, 예를 들어 석유를 끊는다거나 하면 북한의 붕괴까지 나타날 수 있는 만큼 대북제재 강화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경제건설총력 집중노선을 선언한 북한이 스스로 제시한 연말 협상 시한을 넘기더라도 무력 도발 등 이른바 ‘새로운 길’로 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또 이 같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경우 핵실험에 성공한 국가가 핵을 제거하는 최초의 사례가 된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는 북한의 개혁개방과 급속한 경제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지만 비핵화 협상에 실패한다면 동북아시아 내 국가들 간의 대결양상이 크게 확대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조성렬 북한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는 이 자리에서 북한이 이미 생산한 핵무기 등의 처리 여부를 미국 대통령선거 이후에 논의하려 시간을 벌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조성렬 북한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 (민화협 토론회): 현재 북한은 중장거리 탄도미사일과 대륙간탄도미사일, 그리고 핵무기와 핵프로그램까지만 포기하겠다는 것이 기본적인 생각인 것 같고요. 그 중에서도 이미 완성해서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은 트럼프 2기 정부로 넘기겠다는 생각인 것 같습니다.
또 북한이 잇달아 담화를 내며 미국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취하는 배경에는 내년에 한반도를 둘러싼 정치적인 행사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한미가 이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쉽게 대응하지 못할 것이라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내년 2월 시작되는 미국 대통령선거 경선과 4월의 한국 국회의원 총선거, 5월 뉴욕에서 열릴 핵확산금지조약(NPT) 연장회의와 7월 도쿄 올림픽을 예로 들었습니다.
다만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지난 9월 미북 비핵화 협상 실패시 한국과 일본 등의 핵무장론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제기한 것을 언급하며 미국이 북한에 비핵화 실패 책임을 넘기며 강경 노선으로 전환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