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가 미북 실무협상 장소 제공 등 미북 간 비핵화 대화의 중재 역할을 해 온 스웨덴 즉 스웨리예를 강도 높게 비난하고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북 실무협상 북한 측 대표를 맡았던 김명길 대사는 19일 미국이 이른바 ‘대북적대시 정책’을 철회할 결단을 내리지 않는 한 ‘미북대화는 언제가도 열리기 힘들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김명길 대사는 이날 북한 조선중앙통신과의 인터뷰에서 12월에 미북 실무협상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는 미국 언론 보도에 대한 질문에 이같이 답했습니다.
김명길 대사는 이어 미국 국무부의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스웨덴을 통해 12월중에 다시 만나자는 의사를 북한 측에 전달했다고 소개한 후, “미북이 서로의 입장을 너무도 명백히 알고 있는 실정에서 스웨덴이 더 이상 미북대화 문제를 들고다닐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주장했습니다.
김명길 대사는 특히 스웨덴이 지난 10월초 미북 실무협상 장소를 제공하고 편의를 보장해준데 대해 ‘평가’하지만, 미북사이에 협상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은 연락통로나 그 누구의 중재가 없어서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스웨덴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김명길 대사의 이 같은 발언들에 대한 논평은 하지 않겠다면서도, 이 문제와 관련된 당사국들과 직접 소통하겠다고 밝혔습니다. (We refrain to comment, we communicate directly with the parties involved on this matter.)
브뤼셀 자유대학 유럽학연구소의 라몬 파체코 파르도 한국석좌는 북한이 스웨덴을 비난하고 나선 것은 북한 측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파체코 석좌 : 스웨덴은 수 십년 동안 북한과 정기적인 관여를 해 온 몇 안 되는 나라입니다. 따라서 북한의 입장에서도 스웨덴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스톡홀름에서 미북이 다시 만날 필요는 없지만, 북한이 스웨덴을 공공연하게 비난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북한은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를 원하지 않을 때 조차 미북 간 대화를 주선하고(facilitate dialogue) 중립적인 역할(play the role of a neutral actor)을 해 온 스웨덴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파체코 석좌는 지적했습니다.
그는 그러면서도 김명길 대사가 전하려는 메시지의 방점은 스웨덴에 대한 비난보다는 미국과의 직접 대화에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스웨덴 안보개발정책연구소(ISDP) 한국센터의 이상수 소장도 북한이 향후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에서 성과가 없고 다시 국제적으로 고립될 경우 스웨덴은 북한이 서방세계와 연결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스웨덴은 지난 10월 미북실무협상 장소 제공 뿐 아니라 지난해 6월 첫 미북 정상회담의 개최에도 일부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스웨덴은 또 1973년 북한과 외교관계를 수립했고, 1975년 서방 국가로서는 처음으로 평양에 대사관을 설치하면서 북한에서 미국·캐나다·호주 등의 이익대표부 역할을 해 왔습니다.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를 포함해 북한에 억류된 이들 국가 국민의 석방에 중추적 역할을 했습니다.
한편, 에반스 리비어(Evans Revere) 전 미국 국무부 동아태 담당 부차관보도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이 ‘연말시한’ 등 미국에 대한 압박과 위협이 통한다는 것을 감지하고 더 이상 협상에 제3자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