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한국 통일부는 내년에도 미북 협상 전망이 불투명하다며 비핵화 협상이 진전되지 않을 경우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통일부가 17일 발표한 ‘북한정세 2019년 평가 및 2020년 전망’.
한국 통일부는 자료를 통해 북한이 적대시 정책 철회를 요구하며 대미 압박 수위를 올리는 가운데 내년 미북 비핵화 협상 전망도 불투명하다고 전망했습니다.
북한이 제시한 연말 시한 안에 협상이 진전되지 않을 경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내년 신년사를 통해 협상 중단을 선언할 수 있고 이에 따라 한반도에서의 긴장도 고조될 수 있다는 겁니다.
다만 북한이 지난 2017년에 있었던 미북 간의 극단적 대립 국면은 피하면서 미국의 대북정책 변화에 따라 대화 계기를 지속적으로 모색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또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제재를 극복하기 위해 중국, 러시아 등과 경제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지난 2월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냉각된 남북관계에서는 교착 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미북, 남북관계 등에서 한국 정부가 독자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북한의 판단이 크게 바뀌지는 않을 거라는 설명입니다.
또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과 한국의 첨단무기 도입을 겨냥한 안전보장 문제를 쟁점화하거나 내년 한국의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한국 내 보수 세력에 대한 비난을 강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올해의 북한 정세를 자력갱생, 자위적 국방력 강화, 김정은 위원장의 권력 공고화, 선미후남 기조 등으로 요약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군사 분야 공개 활동은 모두 23차례로, 지난해의 6차례보다 크게 증가했고 이는 군 사기진작 등 내부 결속을 도모하면서 미국을 압박하려는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또 북한의 곡물 생산량은 최근 3년간 평균치보다 5만 톤 적은 464만 톤으로 만성적인 식량부족 현상이 올해도 지속됐을 것으로 관측됐습니다.
한국의 민간 연구기관인 아산정책연구원도 내년 한반도 정세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이 내년 국제사회로부터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기 위해 미국과 한국을 향한 강도 높은 도발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신 센터장은 이날 ‘2020 아산 국제정세전망’ 간담회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내년 한반도 정세가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하고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하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 : 지금까지 나타난 북한의 행보를 보면 현 단계에서 핵을 포기하려 하지는 않을 겁니다. 협상을 통해서도 미국의 양보를 얻어서 사실상 핵보유로 가기 위한 전략을 전개하고 있는 것이고 그것이 안 통한다면 무력시위를 통해서 한국을 지치게 할 것입니다.
신 센터장은 지난 2010년 연평도 포격 도발과 2017년 북한의 대미 고강도 도발을 언급하며 북한의 도발을 우려하면서도 북한이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 방안을 내놓기 전에는 국제사회가 결코 제재를 완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잃을 게 없다’는 주장과 달리 김정은 위원장이 전면전을 감수하려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한국은 북한의 도발을 감수하더라도 북한의 핵 보유 시도를 강력하게 저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한국의 힘만으로 부족하다면 미국과 공조해 중국과 러시아로 하여금 북한에 일정 선을 넘으면 지지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박지영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올 한 해 동안 북한의 비핵화에 실질적인 진전이 전혀 없었다고 평가했습니다.
박지영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국제사회는 얻은 것도 없이 북한이 생각보다 진전된 핵기술을 갖고 있다고 인식하면서 북핵에 대해 실질적으로 기술적 평가 등을 상향 수정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지금은 북한이 40~50기 정도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오는 2030년까지는 100기까지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입니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비핵화를 위해선 불능화와 폐기, 검증 등 기술적으로나 정치적, 외교적으로 지난하고 힘든 단계를 거쳐야 하지만 북한의 핵과 관련해서는 그런 준비가 전혀 돼있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북한이 앞서 6차례 핵실험을 통해 필요한 기술을 확보한 이상 추가 핵실험보다는 조용하고 신속하게 핵무기의 수량을 늘리거나 해킹과 같은 정보전을 벌이는 등 눈에 띄지 않는 활동으로 우회할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차두현 경희대 평화복지대학원 교수는 당장 북한이 ICBM, 즉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쏘지 않더라도 초대형 방사포 등 여러 선택지를 갖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차두현 경희대 평화복지대학원 교수 : 지금 방사포가 300~400킬로미터 정도 날아가는데 이미 한반도 전역이 사정권입니다. 어쩌면 일본 근해까지 닿을 수도 있는 초대형 방사포를 선보인다면 난리가 나겠죠. 북한의 대안은 굉장히 많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차 교수는 한국 정부가 북한이 제시한 연말 시한에 얽매여 서둘러서는 안 된다며 어려운 상황이지만 비핵화 대화 국면에서 한국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찾는 것이 시급하다고 제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