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국 대통령이 의회의 사전 승인없이 국제 조약에서 임의로 탈퇴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법안이 의회에 발의됐습니다. 법안에는 지난 1953년 체결돼 미국과 한국 양국 간 동맹의 근간인 한미상호방위조약을 행정부가 독단적으로 폐지할 수 없도록 하는 문구도 포함됐습니다. 보도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최근 미국 연방의회의 상원과 하원에서 대통령이 독단적으로 국제협약에서 탈퇴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법안이 잇따라 발의됐습니다.
에드 마키(마사추세츠) 상원 외교위 민주당 간사와 짐 파네타(민주∙캘리포니아) 하원의원이 최근 (5월21일) 발의한 이 법안 (Pause Act: Preventing Actions undermining Security without Endorsement Act)은 국제협약 탈퇴 요건을 엄격히 한 것이 골자입니다.
법안은 국방장관과 국무장관이 국가정보국장과 협의해 국제조약의 철회나 해지를 발표하기 180일 전에 의회에 해당 조치가 미국의 국가 안보 이익에 어떻게 부합하는지 그 정당성과, 해당 협정이 제공하는 이익의 손실을 보충하기 위한 대체 신뢰구축 방안의 존재 여부에 대해 설명하도록 명시하고 있습니다.
또 국방장관 또는 국무장관이 그러한 인증 절차를 거친 이후, 상원과 하원의 공동 결의안을 통해 철회 또는 해지를 승인해야 한다고 규정했습니다.
법안은 특히 '한미상호방위조약'이 "한국전쟁 당시 상호간의 희생으로 태어났으며, 공동의 가치와 이익에 바탕을 두고 있다"며 "서명된지 거의 70년이 지난 지금도 미국의 국가 안보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명시했습니다.
한미 양국이 방위비 분담금 규모를 놓고 큰 견해 차를 노출하는 등 한미동맹을 둘러싼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중요성을 의회 차원에서 재확인 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마키 상원의원과 파네타 하원의원은 법안 발의 직후 성명을 내 이 법안이 "상원에서 비준 절차를 마친 국제 조약의 철회 및 해지 안건에 대해 의회의 승인을 거쳐야만 하는 법적 기반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이 법안이 "미국의 안보를 뒷받침하는 구제 조약뿐만 아니라, 약속을 지키는 미국의 명성을 지키기 위해"마련됐다며, "전 세계적인 대유행에 맞서 싸우기 위해 미국의 국제적 지도력이 절실한 지금,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국가안보와 동맹국의 안보에 기여하는 조약에 대해 거칠게 굴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 연방의회에서 꾸준한 청원 활동을 이어온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의 장성관 프로그램 디렉터는 최근(26일) RFA 자유아시아방송에, 두 의원이 발의한 해당 법안이 민주당 측에서 상원이 다수당인 공화당의 독자적인 행보를 억제하기 위해 일종의 '견제용'으로 발의한 법안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장성관 KAGC 프로그램 디렉터: 특히 에드 마키 의원이 대표발의를 한 점을 보면, 마키 의원이 앞서 한반도 선제타격 금지 법안이나 이란에 대한 침공 금지 법안 등 이런 비슷한 골자의 법안들이 최근에 많았기 때문에 그 같은 맥락에서 앞으로 있을 수 있는, 예방차원에서 선제적이고 능동적으로 견제하기 위한 차원에서 발의한 법안으로 보입니다.
또 이번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이 미국 의회 내에서 외교 및 안보와 관련해 큰 목소리를 지닌 인물들이라는 점을 눈여겨 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장성관 KAGC 프로그램 디렉터: 에드 마키 상원의원 같은 경우는 지금 한 40여년간 연방의원을 지내시고 계시는데, 그동안에 꾸준히 전쟁에 반대하는 입장을 취하시고 계십니다. 기본적으로는 한반도에 관련된 전쟁을 반대하시고 북한에 있어서 인권적인, 또는 인륜적인 인도적 차원의 지원에 대해서는 굉장히 오랜 시간 지지하는 입장은 꾸준하게 보여주시는 분이시고요. 지미 파네타 의원같은 경우는 2016년에 당선되서 사실 아직 신예라고 볼 수 있는데요. 근데 사실 지미 파네타 의원은 부친이 레온 파네타라고, 예전에 같은 지역구에서 연방하원의원을 지내신 것 뿐만 아니라 CIA국장도 지내시고, 미국의 국방장관도 지내고, 백악관의 비서실장도 지내신, 말하자면 민주당 입장에서 외교 안보에 있어서는 큰 목소리를 내시고, 많은 주목을 받으시는 분입니다.
실제 마키 상원의원은 지난달(4월 13일)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대북 인도주의 지원 관련 제재면제 절차를 간소화해 대북 인도주의 지원이 신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대북인도주의 지원 강화 법안'을 앤디 레빈(민주∙미시건) 하원의원과 공동발의했고, 지난달 말(4월 28일)에는 하원 군사위원회 소속인 로 칸나(캘리포니아) 의원과 미 행정부가 의회의 승인 없이 북한과 전쟁을 추진하는 것을 금지하는 '북한과 위헌적 전쟁 금지 법안'을 발의하는 등 북한과 관련된 법안을 잇달아 추진한 바 있습니다.
한편 현재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미 의회가 정상적인 운영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미국의 대북정책에 관해 올해 11월 대선 이전에 미 의회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많지 않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로버트 킹 전 미 국무부 대북인권특사는 최근(5월21일)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주최한 화상토론회에 나와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대응과 대선 준비를 위해 북한에 관여할 여력이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그는 북한 또한 미국 대선의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우선은 기다리겠다는 입장으로 예상하면서, 이 와중에 미국 의회 역시 대북정책에 대해 적극적인 관여를 할 가능성이 작다고 내다봤습니다.
로버트 킹 전 특사: 제 생각엔 의회 역시 북한에 집중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예전에는 의회가 북한인권에 관해 많이 움직인 부분도 있지만, 사실상 현재 시점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워싱턴에서 기존의 의회 내 활동이 잘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그래서 아마 현재 의회가 집중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안은 다가오는 재선과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에 국한됐다고 봅니다.
킹 특사는 그러면서 만약 의회가 북한에 대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게 되는 것은 북한이 먼저 미국을 자극하는 경우일 것이라며, 북한이 심각한 도발을 하지 않는 이상 대북정책에 관한 특별한 진전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 한국 석좌는 예전부터 북한은 미국의 선거 기간 동안 도발을 감행해 왔고, 올해도 예외는 아닐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차 석좌는 그렇기 때문에, 한미 당국이 방위비분담금에서 돈의 액수에 대한 논쟁에 치중하기 보다는 상호간의 효율적인 조율로 북한의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동맹을 더 강화해야할 시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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