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북핵 위협 대처 위해 한미동맹 정상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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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의 핵 위협으로부터 대처하기 위해 먼저 문재인 정부 시절 약화된 한미동맹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15일 개막 이틀째를 맞는 제17회 제주포럼의 ‘윤석열 정부와 한반도 평화안정’ 세션에서 “북한의 핵 위협으로부터 대처할 수 있는 도구를 갖고 있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한미동맹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박 교수는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한 방어태세가 약화되었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박 교수는 또 “윤석열 정부는 북한의 비핵화를 추구하는 것이 우선순위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점에서 문재인 정부와 차이를 보인다”며 “비핵화가 쉽지는 않지만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되며 한국의 궁극적인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당장 걱정을 해야 하는 것은 어떻게 하면 우리의 방어 태세를 더욱 강화할 수 있을까입니다. 한국을 북한의 핵 공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미국의 역량을 활용하는 것이 그 첫 번째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고요. 한미동맹을 정상화하는 것이 우리가 취해야 할 두 번째입니다.

박 교수는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과 관련한 일부 비판에 대해 반박하는 입장을 내비쳤습니다.

“일부에서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을 강경주의라고 비판하지만 강경주의가 아니라 현실주의로 넘어간 것”이며 “현실적으로 한반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더 반영한 정책을 펼치는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또 “윤석열 정부가 북한과 대화를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일부 비판이 있지만 정부는 ‘담대한 구상’을 제시하는 등 개방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북한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지원할 뜻을 나타냈지만 이러한 정책이 과연 한국에 좋은 정책이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고 “윤석열 정부는 북한의 정권이 아닌 북한 주민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로 초점을 바꾸었다”고 밝혔습니다.

같은 세션에 참석한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학 명예교수 역시 “남북대화가 어려워지고 있지만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또 “조만간 북한의 7차 핵실험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도 “2~3년 뒤 북미 간 협상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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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욱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핵전쟁 예방을 위한 위기관리 방안: 쿠바 미사일 위기가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인가’ 세션에서 발표하고 있다. /중계화면 캡쳐

이근욱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핵전쟁 예방을 위한 위기관리 방안: 쿠바 미사일 위기가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인가’ 세션에서 “1962년 쿠바의 미사일 위기를 극복했던 교훈을 오늘날 각국의 정치 지도자들이 배워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교수는 당시 미국과 소련이 각각 상대국을 지나치게 밀어붙이지 않도록 스스로 자제했고 소통을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습니다.

또 미국과 소련이 이 사안을 감정적인 사안으로 만들지 않고 마치 하나의 비즈니스인 것처럼 다루며 전문가답게 행동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교수는 오늘날 정치 지도자들에게는 이러한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나치게 상대를 코너로 몰아넣는 것은 편할 수 있지만 자살행위와 같은 일이 될 수 있다”며 “상대를 격화시키지도 않고 폭력을 사용하지도 않고 부모님이 아이를 대하듯 아주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이근욱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적을 한쪽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굉장히 편할 수 있겠습니다만 바보 같은 짓, 자살행위와 같은 짓이 될 수 있습니다. 리더들은 굉장히 조심스럽게 행동해야 합니다. 위기를 잘 통제하고 관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오바마·트럼프 행정부에서 국가안보회의(NSC) 군축·핵비확산 담당 선임국장을 지낸 존 울프스탈 글로벌 제로 선임고문은 같은 세션에서 “쿠바 미사일 위기에서 확인한 것은 아무리 똑똑한 사람들이 모여 있어도 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누구도 모든 가능성을 관리할 수 없다는 것을 유념하며 위기가 심화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현승수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질서 변화와 한반도’ 세션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한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핵 문제와 관련해 정책적인 조율을 하기가 상당히 어려워질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한국 정치권 일부에서 추진하고자 했던 남북러 삼각 경제협력 같은 프로젝트들은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들어졌다”고 밝혔습니다.

현 연구위원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러시아가 기존의 이중적인 정책 노선에서 보다 단일적인 노선으로 나아갔다”며 “이번 기회에 러시아가 한반도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한국 정부 차원에서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제주포럼 개막식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북한의 핵 위협 등 안보 평화 이슈에 코로나, 기후 위기까지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며 “복합적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미래지향적인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호세 라모스 오르타 동티모르 대통령은 “분쟁과 전쟁에 휩싸이면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는다”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서로를 죽였던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기자 한도형,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