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 3일 개최된 한국과 중국 외교장관 간 회담이 한국과 미국의 사이를 벌어지게 하려는 중국 측 목적에 악용됐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한국은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를 위해 중국이 아닌 동맹국인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일부 미국 전문가들이 권고했습니다. 이상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담당 수석부차관보는 5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지난 3일에 중국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과 전날인 2일 미국에서 열린 한미일 안보실장 회담은 한미 간 골(gap)이 깊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습니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정의용 한국 외교부 장관이 미국보다 먼저 중국을 방문한 것은 한국의 우선순위가 어디에 있는지 미국에 잘못된 신호를 보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한미일 안보실장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의 완전한 이행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할 그 때 중국은 정 장관과의 회담을 이용해 대북제재 완화를 촉구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한미일 안보실장 회담 후 백악관이 내놓은 성명에는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규칙에 기반한 질서 뿐 아니라 미국·일본·호주(오스트랄리아)·인도의 안보 연합체 '쿼드(Quad)' 및 홍콩, 신장, 대만해협 등 중국 관련 내용이 언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이런 내용이 회담에서 실제로 논의됐을 가능성이 높고 한국 측은 이러한 내용이 회담 후 공동성명 같은 형식으로 발표되는 데 난색을 표명했을 수 있다면서 미국과 중국을 함께 만족시키려는 한국 측 노력으로 인해 한국은 미국, 중국 양국 모두와 소원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이런 점에서 한국은 누가 친구이고 동맹국인지 신중히 생각하고, 또 어떤 가치를 신봉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할 때라고 강조했습니다.
미국 전략국제문연구소(CSIS) 중국전문가인 보니 글레이저 선임연구원은 5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이 한중 외교장관 회담 후 한 인터뷰에서 "한반도의 문제해결의 관건은 북한이 직면하고 있는 군사적 압력과 위협의 해결"이라고 밝힌 것을 볼 때 북한 문제와 관련해 중국과 한미 간에 우선순위가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습니다.
글레이저 선임연구원은 한국은 중국의 의도를 잘 이해해야 한다며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돕는다고 말하지만 북중 관계를 위험에 빠트리는 식으로 북한에 영향력을 발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은 한미동맹을 와해시키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았고 한국과 미국 관계를 이간시키려는 노력을 최근 더 기울이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미국 기업연구소(AEI)의 올리비아 쉬버 선임연구원 역시 5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중국 측 실제 의중을 간파해야 한다면서 이번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양측이 동의했다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북한 비핵화와는 다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쉬버 연구원: 북한 비핵화는 말 그대로 북한을 비핵화하는 것으로 한미대북정책의 핵심입니다. 반면, 한반도 비핵화는 북한 측이 보기에 한반도에서 미군을 철수하는 것이고 한미동맹 종식하는 겁니다.
그는 이어 중국은 북한에 영향을 계속 미치는 가운데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군 주둔 감소를 원한다면서 이런 중국의 입장은 항구적 평화 등 한반도에서의 진전과 어울리지 않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미국 평화연구소(USIP)의 패트리샤 김 선임연구원도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중국은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들 만큼 절박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김 연구원: 중국의 최우선정책은 비핵화가 아니라 한반도에서 안정 유지입니다. 반면, 미국과 동맹들은 북한의 점증하는 핵과 미사일 능력을 매우 우려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그 동맹국들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 제거없이는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가 이뤄질 수 없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한국 측에겐 이런 이해 당사국들의 입장 차이를 잘 조율하는 역할이 요구된다고 그는 강조했습니다.
한편, 미국 국무부는 한중 외교회담에 대한 자유아시아방송(RFA)의 논평요청에 5일 오후까지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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