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한국 내 전문가들은 북한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채택된 '워싱턴선언'을 빌미로 한국과 미국의 각종 군사행동에 대해 반드시 보복하겠다는 노선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는 평가를 내놨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달 26일 한국에 대한 확장 억제에 미국의 역량을 총동원하는 내용과 핵 관련 유사시 전략수립에 한국의 참여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워싱턴선언’이 채택된 가운데 북한이 이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북한이 향후 7차 핵실험, 고체연료 기반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대남 전술핵 훈련 등 한반도의 긴장감을 더욱 높이는 움직임을 보일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김여정 당 부부장과 북한 관영매체의 입장을 통해 북한이 한미에 대한 보복 노선을 명확히 했다는 평가입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북한의 핵 능력을 상회하는 한미의 대응에 대해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진 배치 가운데 전략핵잠수함(SSBN)의 한반도 기항, 전략핵폭격기의 한반도 기착 같은 경우는 사실 북한의 예상을 뛰어넘는 합의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이 보유한 핵 억제력을 능가하고, 또 이를 상쇄시키는 한미의 대응에 대해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습니다.
실제 김여정 당 부부장은 지난달 29일 워싱턴선언에 대해 “적대적이고 침략적인 행동 의지가 반영된 극악한 대조선적대시 정책의 집약된 산물”이라며 “미핵전략자산들의 정기, 지속적인 전개와 빈번한 군사훈련으로 지역의 군사정치 정세는 불안정한 흐름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됐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의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도 지난달 30일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에 대해 “윤석열의 이번 행각은 가장 적대적이고 침략적인 도발, 위험천만한 핵전쟁 행각”이라고 비난했습니다.
특히 한미의 워싱턴선언에 대해 ‘핵전쟁’을 기정사실화 한 것이고 한미의 북한 침략 기도를 더욱 명백히 한 것이라며 “우리가 현재와 미래의 우려스러운 안전 환경에 상응한 군사적 억제력을 키우는 것은 당연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여기에 한미에 반드시 비싼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는 입장도 덧붙였습니다.
이처럼 최근 북한이 내놓은 입장은 사실상 도발을 시사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기자들에게 보낸 분석글을 통해 올해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감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당 총비서 간 대립이 격화됐던 지난 2017년 수준으로 고조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정 실장은 “북한은 계속 핵과 미사일 능력의 급속한 고도화를 추구하면서 이 같은 행동이 워싱턴선언에 대한 반발인 것처럼 관련 책임을 한미에 전가할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북한은 사실상 자신들의 핵무력 및 신무기 개발 등 국방력 강화의 정당성과 향후 군사적 행동의 명분으로 워싱턴선언을 활용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북한이 워싱턴선언을 빌미로 자신들의 핵무기를 선제공격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움직임을 지속적으로 보일 것이라는 관측도 내놨습니다.
김여정 당 부부장도 지난달 28일 담화를 통해 “한미가 더욱 강력한 힘의 실체에 직면할 것”, “억제력의 제2의 임무에 더욱 완벽해야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우리의 자위권행사도 정비례하여 증대될 것”이라고 위협한 만큼 다양한 전략 도발을 감행할 것이란 관측입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향후 7차 핵실험, 고체연료 기반의 ICBM 발사와 미 핵 항공모함 및 전략핵잠수함을 겨냥한 핵어뢰 사용 훈련을 진행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또한 미국 전략핵잠수함의 한반도 전개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북한의 3000톤급 신형 잠수함의 진수 공개 및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의 발사 가능성도 점쳐집니다.
다만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전략 도발보다는 다양한 유형의 재래식 도발을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핵실험의 경우 북한의 입장에서는 급한 상황이 아닙니다. 고강도의 전략 도발보다는 여러 탄도미사일과 재래식 도발을 섞어 하고 (도발) 원점 확인이 어려운 움직임을 복합적으로 보이는 형태가 당분간 지속될 것 같습니다.
이어 조 선임연구위원은 “정찰위성 발사와 핵추진 잠수함의 경우 북한의 역량으로는 단기간에 해결될 수 없다”며 “무인기 침투 같은 비전통적인 도발도 일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기자 목용재,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