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미북정상회담이 열린지 3주가 지났지만 별다른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비핵화 논의를 위해 오는 5일부터 7일까지 다시 북한을 방문합니다. 김소영 기자가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 석좌로부터 미북 협상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기자 : 폼페이오 장관이 미북정상회담의 후속 회담차 다시 북한을 방문합니다. 이번 회담에서 현실적으로 얻을 수 있는 주요 결과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차 교수 : 이번 회담에서 모든 무기와 관련 시설 신고에 대한 약속을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것이 비핵화 논의의 첫 단계입니다. 북한이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비핵화 논의를 시작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즉시 북한으로부 터 핵 관련 정보 신고에 대한 약속을 받아낸 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을 받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면 비핵화 논의가 좀 더 현실적으로 보일 것입니다. 북한이 몇개의 핵무기를 포기한다고 하면 좋아 보일 수 있지만 이것이 완전한 비핵화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사실 시간표(타임라인)도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플루토늄, 우라늄, 미사일, 생화학무기, 대량살상무기 등 모두에 대한 신고가 먼저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신고가 있다면 북한이 비핵화에 대해 진지한 태도를 가진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기자 : 만약 말씀하신대로 북한이 핵 정보에 대해 완전히 공개하고 비핵화 절차에 협조한다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말한 것처럼 1년 내 핵 프로그램 폐기도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차 석좌 : 물론입니다. 북한이 만약 과거 리비아와 같이 완전히 협조한다면 1년 내 가능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북한이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란 걸 알고 있습니다. 과거 6자회담 결과에서도 볼 수 있듯이 비핵화 이행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볼턴 보좌관이 왜 1년이란 기간을 제시했는지 그 의도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임기 중인 2년내 비핵화에 대한 상당한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것은 확실합니다.
기자 : 비핵화가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사안이라는 것은 모두 알고 있지만 북한에게 언제까지나 시간을 줄 수만은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만약 이번 회담에서도 뚜렷한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다음 단계는 무엇이 될까요?
차 교수 : 모든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달려 있습니다. 사실 북핵 협상이 현재 미국이 유일하게 진행하고 있는 외교적 협상입니다. 최근 사례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대로 미국은 이란 핵협정에서 탈퇴했고 이밖에 많은 무역 정책들도 바뀌었습니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의 유일하면서도 가장 중요한 외교적 사안이 북핵 협상인 만큼 트럼프는 인내심을 가질 것입니다. 하지만 북한이 계속해서 핵시설을 개발하는 등 또 다시 속이는 정황이 포착되면 트럼프 대통령도 더 이상 기다리기 어려울 것입니다. 조만간 구체적인 결과를 얻지 못하면 취소했던 8월 한미연합훈련을 재개할지도 모릅니다. 사실 8월 훈련은 3월 훈련때와 달리 탁상토론과 컴퓨터 가상훈련이 많기 때문에 규모를 조정하면 언제든 재개가 가능합니다. 아니면 꼭 한반도가 아니더라도 괌과 같이 다른 지역에서 훈련이 가능합니다. 결론적으로 7월 중 진전을 보지 못하면 대통령은 다음 결정을 내려야 할 것입니다.
기자 : 최근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해 폼페이오 장관과 볼턴 보좌관 간 견해 차이가 있어 보입니다. 내부 갈등설도 거론되고 있는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차 석좌 : 볼턴 보좌관은 강경파이고 폼페이오 장관은 협상가입니다. 어느 협상이든 강경파는 필요합니다. 명백히 폼페이오 장관이 북핵 협상을 주도하는 인물입니다. 볼턴 보좌관이 백악관에 앉아서 1년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돌이킬수 없는 비핵화(CVID)를 해야 한다고 언급하더라도 폼페이오 장관이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폼페이오 장관은 트펌프 대통령의 지시를 따를 것이고 싱가포르 회담 이후 진전을 보기 위해 협상해야 할 인물입니다. 내부 갈등과 관련해서는 북한과의 협상이 있을 때마다 행정부내 긴장과 갈등은 있었습니다. 외교관, 협상가들은 힘든 여건과 압박 속에서 진전사항을 만드는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직접 협상을 하지 않는 관리들은 언제나 더 높은 기준을 세우곤 합니다.
기자 : 미북회담 이후 북한은 6.25 반미행사를 취소하는 등 우호적인 모습을 보이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미국 정보기관들이 잇따라 북한이 비밀리에 계속해서 핵시설을 개발한다고 보고하는 등 북한의 진정성을 알기가 어려운데요. 북한의 의도는 무엇일까요?
차 석좌 : 북한이 올해 6.25 행사에서 반미 행사를 취소한 것은 미국과 좋은 관계를 맺고 싶어하는 신호로 풀이됩니다. 다만 북한에 미국과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핵무기를 포기해야 한다는 공식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반대로 미국에는 북한이 핵을 포기해야만 우호관계를 맺을 수 있죠. 실제로 북한은 미사일 시험 중단, 풍계리 핵시험장 폐쇄, 미국인 억류자 송환 등 미국과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 여러가지를 하고 있습니다.
회담 후 북한의 지속적인 핵개발은 이미 예상한 바입니다. 어느 누구도 미북회담 이후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고 믿지 않았을 겁니다. 사실 북한은 핵시설을 개선하고 핵물질 생산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폼페이오 장관을 비롯해 미 행정부에 어떤 결과든 보여줘야 한다는 엄청난 압박을 가하고 있습니다. 6.12 회담이 열린지 3주가 됐지만 우리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습니다. 이는 좋은 신호가 아닙니다. 단언컨대 북한은 쉽게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빅터 차 한국 석좌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