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국의 대표적인 대북 인도주의 지원단체들이 대북제재의 예외조항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구호품 운송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이른바 '화이트 리스트', 즉 허용목록을 만들어 많은 시간과 값비싼 비용이 들어가는 행정적 절차를 완화해 줄 것을 미국 관계 당국에 촉구했습니다. 지예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워싱턴 DC 민간 연구기관인 케이토연구소(Cato Institute)가 11일 ‘비무장지대 저편 들여다보기: 헤드라인을 넘어 북한 이해하기’(Peering Beyond the DMZ: Understanding North Korea behind the Headlines)를 주제로 미국 내 주요 대북 인도주의 지원단체들과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주로 북한에 대한 농업기술 지원사업을 해온 미국친우봉사단(AFSC)의 다니엘 재스퍼(Daniel Jasper) 아시아 담당관은 이날 토론회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및 미국의 독자제재로 인해 대북 구호품 전달에 여전히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하면서, 대북제재가 인도주의 활동을 방해하지 않도록 제재 예외조항의 철저한 이행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 정부 차원에서 대북지원에 필요한 물품과 서비스에 대한 ‘화이트 리스트’, 즉 허용목록을 만들어 지원단체들이 재무부의 특별허가(special license) 승인 없이도 북한 주민들에게 구호품을 쉽게 전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제안했습니다.
재스퍼 담당관 : 우리는 '글로벌 화이트 리스트' 같은 것에 대해 정책 결정자들과 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화이트 리스트는) 기본적으로 전 세계 인도주의 활동에 필요한 물품과 서비스를 나열한 것입니다. (We begun to have conversations with policymakers about something like a global white list. That would essentially list goods and services that are required for humanitarian work around the world.)
그는 또 2017년부터 재무부가 식량과 의약품을 제외한 모든 대북 구호품 운송에 ‘특별허가’를 요구함에 따라, 기존에 몇 시간이면 끝나는 행정절차가 값비싼 변호사 자문이 필요한 수 개월의 긴 과정이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그는 플라스틱 구호품은 제재 대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 단체의 주요 대북 구호물자인 플라스틱 모판 운송에도 재무부의 ‘특별허가’가 필요해 북한의 모내기 시기에 맞춰 모판을 제때 전달하지 못한 어려움도 토로했습니다.
아울러, 랜달 스파도니(Randall Spadoni) 월드비전 북한 담당 국장은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제재로 인해 인도주의 활동에 상당한 제약이 생긴 것과 더불어, 미국의 종교단체라는 이 기관의 정체성을 북한 주민들에게 알리는 데도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비정부기구(NGO)의 개념을 알지 못하는 북한 주민들은 기본적으로 북한을 방문하는 미국인들을 신뢰하지 않으며 정부 관료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아, 미국인들에 대한 주민들의 선입견을 극복해야 하는 난제가 있다는 설명입니다.
또 그는 북한의 정부기관 중 북한에 대한 국제 원조를 총괄하는 조직이 부재함에 따라 정부 여러 부처가 각기 다른 권한으로 대북지원을 관리하는 등 정부 조직이 국제원조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도록 짜여있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약 3주간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하이디 린튼(Heidi Linton) 조선의 그리스도인 벗들(CFK) 대표는 이날 토론회에서 이번 방북 시 결핵과 간염 환자들을 위한 이 단체의 지원활동을 소개하면서, 북한 의료시설도 깨끗한 물과 전기 공급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