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핵과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용 자금 조달을 위해 아프리카 국가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를 위반하는 불법활동을 자행하고 있다고 영국의 저명한 안보 전문 연구소가 분석했습니다. 이경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국 런던 주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Royal United Services Institute)는 24일 '남방 전략: 동남부 아프리카에서의 북한의 확산 금융'(The Southern Stratagem: North Korean Proliferation Financing in Southern and Eastern Africa)을 주제로 한 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확산 금융'(proliferation financing)은 핵과 생화학 무기 등 대량살상무기의 제조와 획득 등에 사용되는 자금이나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돕는 행위입니다.
이 보고서는 아프리카가 전 세계 다른 국가들 보다 북한의 '확산 금융 (proliferation financing)' 위험에 취약하고 매우 노출돼 있다면서, 특히 북한은 남동부 아프리카 국가에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를 위반하는 불법행위를 통해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을 위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보고서는 앙골라, 에티오피아, 우간다, 잠비아 등 남동부 아프리카 최소 13개국에서 △군사협력 △건설 및 조각상 사업 △야생동물 밀매 △북한 노동자 송출 △사이버범죄 등 북한의 유엔 안보리 제재위반 행위가 여전히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보고서의 저자 다르야 돌지코바(Darya Dolzikova) 핵 확산 및 정책 연구분석가는 27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이 전 세계에서 '확산 금융'(proliferation financing)'과 관련한 불법행위를 저지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아프리카 남동부 국가에서 전 세계 다른 국가들보다 북한의 제재위반 행위가 빈번하게 이뤄진다면서 다른 국가에 비해 아프리카 남동부 국가들이 '확산 금융'에 더 취약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돌지코바: 북한은 남아프리카와 동아프리카 국가에서 군사협력, 야생동물 밀매, 건설 및 의료 부문의 북한 해외 노동자 배치와 같은 활동을 통해 수익을 창출한 것으로 보입니다. (North Korea appears to have generated revenue in southern and eastern African countries through such activities as military cooperation, wildlife trafficking and the deployment of North Korean overseas labour in the construction and medical sectors.)
그러면서 그는 아프리카 지역을 통해 조성된 불법자금의 일부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확산 자금으로 사용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그는 아프리카 남동부 국가들에서도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도 다른 지역 국가와는 달리 큰 격차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보고서는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 정부들의 전반적인 투명성이 부족하다면서, 자체적인 대북제재위반 조사단을 꾸릴 것을 제안했습니다.
아울러 보고서는 아프리카 국가들은 대부분 북한(DPRK·North Korea)과 한국(ROK·South Korea)의 영어명을 비슷하게 인식해 착오를 범하기 쉽기 때문에 제재위반 행위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아프리카 국가들이 국경을 강화하고 세관 관련 조치를 철저히 해야 된다고 권고했습니다.
한편,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단도 최근 공개된 최종보고서에서 아프리카에서 북한과 무기 거래 등 군사적으로 협력한 정황이 있어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문가단이 아프리카의 에리트레아와 북한의 무기 협력에 대해 조사 중이며, 북한의 무기 제조와 수출업체인 '그린파인(청솔)'의 에리트레아 대표 김광림에 대한 조사도 진행 중입니다.
아울러 보고서는 북한이 콩고민주공화국의 대통령 경호실에 군사 훈련과 무기를 제공하고, 콩고에서 금광채굴에 연루된 정황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