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실무그룹 ‘2.0버전’은 역할격하 의미…동맹 손상”

앵커: 한국 통일부 장관이 남북관계의 교착 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방책으로 한미 실무그룹 기능을 조정하자고 제안한 가운데, 미국의 일부 한반도 전문가들은 이를 우려했습니다. 지예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이인영 한국 통일부 장관은 18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와 만나 남북관계 진전과 한반도 평화정책을 촉진하기 위해, 한미 간 대북외교 협의체인 한미 실무그룹의 운영과 기능을 재조정해 업그레이드, 즉 향상시킨 이른바 '2.0버전'을 만들자고 제안했습니다.

한미 실무그룹이 남북관계를 제약하는 기제로 작용한다는 일각의 우려를 불식할 수 있고, 남북관계가 교착 국면을 넘어 더 굳건해 질 수 있도록 미국의 협력을 요청한다는 겁니다.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은 이 장관의 이러한 제안은 실무그룹의 기능을 축소하려는 의도가 있다며, 한미동맹에 부정적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분석관 출신인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18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이 장관의 실무그룹 '업그레이드' 단어 사용은 오도(misleading)됐다며 반대로 실무그룹의 역할을 격하(downgrade)시키려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 이 장관은 실무그룹이 남북관계를 막고 있다는 말했는데, 한국의 (대북) 경제제재 위반을 막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또 그는 대북 관여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했는데, 문재인 한국 정부가 그 동안 사용했던 많은 대북 경제적 제안이나 혜택을 부활시키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겠다고 말하는 또 다른 방식인 것입니다.

그는 이어 문재인 정부의 지속적인 대북 제안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계속해서 한국을 무시하고 심지어 모욕을 주고 있는 상황 속에서, 한국은 남북관계 개선에 더욱 간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 역시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기본적으로 실무그룹은 한국 통일부가 아닌 외교부와 미국 국무부 간 양자 협의체임을 분명히 하면서, 실무그룹이 남북관계를 제약한다는 이 장관의 발언은 완전히 잘못된 인식으로 한미동맹에 손상을 주고 마찰의 원인을 제공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맥스웰 선임연구원: 실무그룹에서 한국이 제안한 것들이 제재를 위반할 수 있다고 미국이 상기시키는 것은 남북관계를 가로막는 것이 아니라 현실(reality)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그는 또 미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지난 일년 반 동안 대북 인도주의 지원에 대한 제재면제가 승인되도록 애쓰는 등 남북관계 개선에 도움을 주려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이어 남북관계가 개선되지 않는 진짜 이유는 한미실무그룹이 아니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국의 여러 대북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에 있는 만큼, 미국을 비롯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실무그룹을 탓해서는 곤란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아울러,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실무그룹이 장애가 돼 왔다는 이 장관의 언급은 실무그룹이 경솔한(ill-advised) 행보에 대해 가치있는 점검(check)을 제공한다는 미국의 인식과 충돌한다"며 "북한을 다루는 데 있어 미국과 한국의 의견이 항상 같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실무그룹은 더욱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이어 "북한이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계속 확대해도 북한과의 대화 및 교역 확대를 추구하는 것은 극히 문제의 소지가 있다"며 "북한이 위협을 증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실무그룹이 이를 무시하는 것에 미국이 동의하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미국 국무부는 이날 한국 통일부 장관의 한미실무그룹 발언에 대한 자유아시아방송(RFA) 논평 요청에, "미국과 한국은 외교적 노력, 제재 이행 및 집행, 그리고 남북 협력에 대해 정기적으로 조율한다"는 기본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The United States and the Republic of Korea regularly coordinate on diplomatic efforts, on the implementation and enforcement of sanctions, and on inter-Korean cooper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