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내 전문가들 “북 무력시위, 미 셈법 바꾸라는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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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이 미국과 대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지 반나절 만에 무력시위를 한 데 대해 한국 내 전문가들은 미국에 변화된 셈법으로 협상에 임할 것을 압박하는 의도로 분석했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10일 평안남도 개천에서 동해상으로 발사체 두 발을 쏘아올린 북한.

이날 무력시위는 전날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담화를 통해 미국에 대화하자고 제안한 지 반나절 만에 이뤄졌습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북한이 미국을 향해 강경과 유화 메시지를 동시에 발신한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특히 자신들이 제의한 이달 말 실무협상에 나서기는 하겠지만, 대북제재 완화와 안보우려 해소를 최우선 의제로 삼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10일 9·19 남북군사합의 1주년 진단 토론회): 대화와 대결 모두 준비 되어있다, 구체적으로는 대북 안전보장에 대한 새로운 셈법을 가지고 오라, 가지고 오지 않으면 핵미사일 고도화라는 새로운 길, 북한에서는 새로운 길이라고 하지만 외부에서 보기에는 옛날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이런 메시지가 담겨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이 지난 8일 북한의 잇단 미사일 발사에 대해 경고한 것을 언급하며 이번 발사에 대한 미국 정부의 경고 수위에 따라 북한의 반응도 달라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 : 미국 정부에서 어떤 수준의 경고가 나오느냐에 따라서 이번 실무회담까지의 북한 미사일 발사 문제,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 문제가 어느 정도 매듭이 지어질지가 결정될 것입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선희 제1부상의 대화 제의에 이미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 만큼 북한에 대해 강경한 반응을 보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북한도 이러한 점을 잘 알고 도발을 했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실무협상이 재개될 것으로 보이는 이달 말까지 북한의 신무기 추가 시험발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습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의 이번 시험발사가 한미 연합훈련이나 한국의 F-35A 스텔스 전투기 등 신형무기 도입에 대한 반발일 뿐 아니라 자신들의 계획에 따른 무기 현대화인 시험발사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대화 제의와 그 직후 이뤄진 시험발사가 전혀 무관하다고 보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올해 미북 간 대화에 진전이 없다면 내년에 시작되는 미국의 대통령 선거 기간 동안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일종의 경고일 가능성도 제기했습니다.

일각에서는 한미 연합훈련이 지난 8월에 이미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미북대화 시기를 이달 말로 미루는 등 뜸을 들이고 있는 배경에 미국과 한국을 탓하며 시간을 번 뒤 그동안 개발해온 무기의 시험 발사를 완료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제기됩니다.

또 지난 9일이었던 북한의 정권수립일을 계기로 군사강국임을 과시하며 체제결속을 도모하려는 목적도 있다는 설명입니다.

북한의 이번 발사체 제원에 대해 한미 정보당국이 분석 중이라고 밝힌 가운데 한국 내 전문가들은 새로운 무기보다는 북한이 지난 7,8월에 발사한 네 종류의 신무기 가운데 하나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김동엽 교수는 이번 발사체가 함경남도 개천 지역에서 발사돼 동해상을 향해 북한 내륙을 횡단한 점에 주목했습니다.

지난달 10일과 16일 잇달아 발사했지만 아직 내륙횡단 시험 발사는 하지 않은 신형 전술 지대지 탄도미사일, 이른바 ‘북한판 에이태킴스’나 지난달 24일 발사한 ‘초대형 방사포’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을 지낸 신원식 전 합참 차장은 이 같은 북한의 신형 무기가 계룡대를 비롯한 한국 군의 주요 시설 뿐 아니라 미군기지까지 사정권에 넣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신원식 전 한국합동참모본부 차장 (지난 9일 외신기자 대상 간담회): 당연히 캠프 험프리스 등 미군부대는 이미 1980년대부터 북한 스커드 미사일의 사거리 안에 들어와 있었습니다. 북한이 미사일만 쏜다면 미국이 가진 패트리어트 미사일 요격체계와 사드(THAAD)로 충분히 요격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여기에 방사포까지 동시에 쏜다면 미국도 방어할 방법이 없습니다.

신 전 차장은 북한의 신형 대구경 방사포의 사거리가 구형 장사정포의 다섯 배인 300킬로미터까지 늘었다면서 한국 군의 육해공군 본부가 모인 계룡대와 F-35A 스텔스 전투기가 배치된 청주 공군기지도 타격 대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신 전 차장은 또 올해 북한이 집중적으로 시험 발사한 이른바 ‘북한판 이스칸데르’, KN-23 미사일이 날아오는 고도 20~50km 사이에서 기존의 패트리어트 미사일 요격체계나 사드(THAAD), 즉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는 막을 수 없는 이른바 ‘요격 공백’이 발생하고 북한의 방사포 역시 미사일에 대비한 기존 방어체계로는 방어가 더 어렵다고 경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