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오는 5일 미북 비핵화 실무협상이 예정된 가운데 한국 내 전문가들은 이번 실무협상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도출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월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7개월여 만에 비핵화 논의에 나선 미국과 북한.
양측은 4일 예비접촉에 이어 5일에는 비핵화 실무협상을 갖습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하지만 미북이 이번 대화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놓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실무협상을 준비하는 기간 동안 양측이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의미 있는 입장 변화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 : 미북 간 서로의 입장은 하노이회담에서 상당부분 확인됐습니다. 그리고 실무접촉 준비 기간 동안 미북이 서로의 입장을 계속 밝혀왔는데 기본적으로 크게 변한 것이 없습니다.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해 미국 측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그에 따른 미국의 상응조치가 동시적, 병행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해 왔습니다.
반면 북한은 비핵화를 단계적으로 해 나가겠다고 팽팽히 맞서고 있어, 어느 한 쪽이 양보해야만 대화가 진전될 수 있는 상황입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협상 결과를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대화를 앞두고 시간에 쫓기고 있는 것은 북한일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앞서 관영매체를 통해 수차례 미국 측에 대화를 압박한 것이나 지난 2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한 것은 실무협상을 앞두고 주도권을 잡으려는 북한 측의 초조함이 드러난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올해 연말까지로 대화 시한을 못 박은 것도 경제제재로 인한 현재의 어려움을 빨리 벗어나고자 하는 속내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우 북한 문제를 비롯한 대외정책이 내년 대통령 선거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이번 실무협상에서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고 우라늄 농축을 중단한다면 미국이 북한의 섬유류, 석탄 수출에 대한 제재를 36개월간 유예해 주는 협상안을 내놓을 것이라는 일각의 관측에 대해선 미국이 고려하고 있을만한 대안 중 하나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미북 양측이 이번 실무협상에서 ‘비핵화’의 정의와 그 최종목표에 대해 합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박영호 서울평화연구소 소장은 이번 실무협상에서 미북 간 ‘비핵화’ 개념 정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박영호 서울평화연구소 소장 : 북한은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명확한 비핵화 개념에 대한 합의 없이 일정한 초기 조치를 시행하고 또 미국은 그에 대한 반대급부를 제공하는 결과를 얻으려 하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미국으로서는 끝이 안 보이는 상태에서 그냥 양보만 했다는 비판을 받기 쉽습니다.
하지만 미북이 여전히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양측이 공감하는 비핵화 개념을 도출하는 데에만 수차례의 추가 실무협상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미북 양측이 큰 기대 없이 ‘파국만은 피하겠다’는 태도로 실무협상에 임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 박 소장은 다만 북한이 이미 보유한 핵시설을 폐기하지 않고 추가 생산만을 중단하는 조건으로 제재해제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며 만약 미국이 이를 용인할 경우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꼴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이인배 협력안보연구원장도 양측이 이번 실무협상에서 적극적인 결론 도출에 나서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대선까지는 시간이 남아있어 이번 실무협상의 결과가 선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는 어렵다는 계산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인배 협력안보연구원장 : 서로가 다치지 않기 위해서는 실무협상을 또 한다는 결론 정도가 나오면 다행일 수 있다, 그 정도로 상황을 덮고 가는 것이 미북 양측이 서로 다치지 않는 최선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미북 실무협상 전망과 쟁점’이라는 보고서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양측이 모두 ‘시간 제약’이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압박이 단기간에는 협상 타결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겠지만 미북 실무협상이 장기화돼 이달 안에 정상회담 일정을 잡지 못한다면 미북 정상회담이 미 대선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