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강도 간부들, 김정은 현지시찰 피하려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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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현지 시찰을 피하기 위해 양강도 간부들이 김형직군을 지방발전 시범 단위로 선정했다는 사연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월 중순, 양강도 지방발전추진위원회는 여러 논의 끝에 지방발전 시범 단위로 김형직군을 선정했습니다. 그런데 당시 김형직군이 지방발전 시범 단위로 선정된 이유가 뒤늦게 알려져 양강도 주민들 속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고 복수의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양강도의 한 간부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지난 달 28일 “도 인민위원회 지방공업부 계획과장 최성호와 지도원 2명이 지난달 19일, 도 보위국에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며 “이들이 체포된 내막이 주민들 속에 알려져 양강도의 민심이 뒤숭숭해졌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도 인민위원회 지방공업부 계획과장인 최성호는 김일성의 생일인 4월 15일, 자기 집에 부서 사람들을 불러놓고 술판을 벌렸다”면서 “그 자리에서 술에 취한 최성호는 아래 간부들에게 김형직군이 지방발전 시범 단위로 선정된 배경을 말해주었다”고 전했습니다.

“양강도 지방발전추진위원회가 김형직군을 지방발전 시범 단위로 선정한 이유는 김정은이 현지 시찰을 하기 어려운 곳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김형직군은 혜산시와 삼지연시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데다 중국 임강진 팔도구와 마주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김형직군은 혜산시에서 90km나 떨어져 있고, 도로가 국경 연선을 따라 놓여 있다”면서 “과거 김일성과 김정일은 중국이 보인다는 이유로 전용역인 왕덕역을 3번이나 옮겼고, 전용 도로인 혜산-삼지연 1호 도로도 국경 연선이 아닌 내륙으로 따로 건설했다”고 말했습니다.

김형직군으로 이어지는 철도와 도로가 중국에서 훤히 바라보이는 국경 연선을 따라 놓여 있어 지방공업공장이 건설되었다 해도 김정은이 (신변안전을 이유로) 현지 시찰을 꺼릴 것이라는 게 소식통의 설명입니다.

소식통은 “김형직군으로 통하는 혜산-만포 사이 북부철길은 지질층의 변화로 해마다 열차굴(터널)이 붕괴되는 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며 “사고 위험이 높기 때문에 김정은의 전용 열차도 혜산-만포 철도는 절대 이용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김형직군은 도로도 충분치 않은데다 철도마저 여의치 않아 김정은의 현지 시찰이 불가능한 지역이라는 것이 소식통의 주장입니다.

앞서 지난 2월에는 양강도당 간부들이 지방발전정책을 구실로 하급간부 숙청을 도모했다는 주장 ( 관련 기사) 이 제기되기도 습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 사법기관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1일 “도 인민위원회 지방공업부 계획과의 간부들이 술자리에서 (사람 목숨을 경시한다고) 김정은을 비난한 사실이 알려져 줄줄이 도 보위국에 소환되고 있다”며 “계획과장과 일부 지도원들은 체포되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도 인민위원회 계획과는 통계국에서 주는 자료에 기초해 일을 하기 때문에 인원도 6명이 전부”라면서 “그 6명 중에 도 보위부의 스파이가 있어 술자리의 내용을 모두 밀고했다는 사실에 양강도의 간부들은 물론 주민들도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소식통은 “김정은을 직접 비난한 사람은 과장이고, 지도원 두 명은 과장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는 이유로 체포되었다”며 “도 지방발전추진위원회가 김정은의 현지시찰을 피하기 위해 김형직군을 지방발전 시범 단위로 지정했다는 것이 문제가 된 과장의 발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만에 하나 김정은이 완공된 지방공업공장을 둘러보던 중 무언가를 꼬투리로 잡아 질책하게 되면 건설을 책임진 간부들은 목숨을 부지하기 어렵다”면서 “그런 두려움 때문에 김정은의 시찰이 어려운 김형직군을 시범 단위로 지정했다는 것이 과장의 발언 내용”이라고 소식통은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체포된 계획과장의 발언으로 양강도 지방발전추진위원회 간부들도 도 보위국에 줄줄이 소환돼 조사를 받을 위기에 처했다”면서 “양강도 지방발전추친위원회에는 도당의 비서급 간부들, 도인민위원회 부위원장급 간부들과 도 근로단체 책임자들이 속해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소식통은 “과거에는 김일성, 김정일의 눈에 잘 보이기 위해 간부들이 앞을 다투어 일을 벌여 놓고 충성경쟁을 벌렸다”면서 “그런데 지금은 김정은의 눈을 피하기 위해 될 수록이면 일을 벌리지 않고 쥐 죽은 듯이 조용히 사는 것이 요즘 간부들의 행태”라고 덧붙였습니다.

과거 북한에서는 눈 밖에 난 간부들을 산간오지나 광산에 보내 최대 3년씩 일하도록 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시 현 위치로 복직시키는 '혁명화' 방식을 통해 소생할 기회를 준 반면 김정은 시대에는 한번 숙청당한다면 가족들과 함께 무자비하게 수용소에 보낸다거나 극악한 방법으로 처형돼 간부들 사이에서는 보신주의가 더 만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