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RFA 10대 뉴스②] ‘하노이노딜’ 여파로 경색된 남북관계…북 ‘으름장’에 남 ‘조바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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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한 해의 북한 관련 뉴스를 총 정리하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10대 뉴스' 시간입니다. 오늘 '10대 뉴스'의 두 번째 시간은 김은지 기자와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기자 : 안녕하세요.

앵커 : 오늘의 주제부터 알아볼까요.

기자 : 먼저 준비해온 자료부터 들어보시죠.

앵커 : 오늘 주제는 올 한해 남북관계인데요. 지난 한 해 세 차례의 정상회담 개최로 훈풍이 불던 남북관계가 올해는 경색국면을 면치 못했는데요. 먼저 올 한해 남북관계를 정리해주시죠.

기자 : 지난 한 해 이른바 '한반도 운전자론'을 내세우며 미북 간 중재자를 자처한 한국의 문재인 정부는 일촉즉발의 위기상황까지 치달았던 한반도 정세를 급반전시키는 데 성공했죠. 문 대통령의 이른바 '중재 외교'로 이례적으로 두 차례나 미북 정상회담이 열리면서 '한반도의 봄'이 오는 듯 했지만 올해 2월 미북 정상 간 하노이회담이 아무런 합의없이 끝나면서 남북관계도 냉각기를 맞았습니다. 북한이 비핵화 논의에서 한국을 배제한 것은 물론이고, 남북관계 현안에서 조차 만남을 거부한 채 공세적인 대남 행보를 이어갔기 때문인데요. 실제 북한은 하노이 회담 이후 국제기구를 통한 한국 정부의 쌀 지원 거부, 금강산 지역 내 남측 시설의 일방적 철거 지시, 한·아세안 정상회의 초청 거부, 그리고 해안포 발사를 통한 남북 군사합의 위반 등 대남 압박의 수위와 강도를 단계별로 높여가고 있습니다. 북한의 노골적인 대남 무시와 위협으로 비핵화 진전은커녕 남북 간 합의사항조차 뒷걸음질치면서 남북 사이에 불신이 다시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구요. 정리하면, 미북관계 개선을 통해 남북관계의 진전을 끌어내려는 한국 정부의 선순환 전략이 구조적 한계에 부딪히면서 한국 정부의 비핵·평화구축을 위한 추진 동력 역시 상당히 약화된 한해였다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앵커 : 북한의 이 같은 대남 행보는 미국과의 대화에서 한국 정부의 중재를 적극 요청하며 대남 의존도를 키웠던 지난해와는 180도 달라진 건데요. 북한의 대남 행보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기자 : 북한의 이른바 미국과의 대화를 우선시하고 남북관계를 뒷전으로 하는 '선미후남' 기조엔 한국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불신과 실망감이 자리하고 있다는 게 한국 외교가의 평갑니다. 미북 협상과정에서 드러난 문재인 정부의 이른바 '중재 역할'의 한계와 대북제재가 지속되는 한 남북협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실익이 적다는 북한의 판단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인데요. 다시 말해 문재인 정부가 자신들의 편에 서서 미국을 움직여주길 기대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은 데 대한 불만의 표출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는 지난 4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오지랖 넓은 중재자'란 표현에도 잘 담겨 있는데요. 천영우 전 한국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의 분석 들어보시죠.

천영우 전 한국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한국 정부가 미국에 맞서 남북관계를 발전시킬 힘도 없고 미국을 설득해 북한이 당면한 실존적 문제를 해결할 능력도 보여주는 것이 없으니 문 대통령을 좋아할 이유가 없는 거라고 봐야겠죠.

실제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한국 정부와 문 대통령에 대한 북한의 불신이 더욱 커지게 됐다는 것이 한국 외교가의 관측입니다. 전현준 한반도평화포럼 부이사장은 북한이 남북관계를 중단한 것은 한국 정부가 중재자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 하노이회담이 결렬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앵커 : 북한이 올해 들어 재개한 무력도발 역시 한국 정부를 향한 불만 표출이라는 관측이 나오는데요.

기자 : 네 그렇습니다. 비핵화 방법론에서 미북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북한은 올해 5월부터 접었던 도발을 재개하며 한국에 위협이 되는 신형 미사일과 초대형 방사포를 발사했는데요. 신원식 전 한국 합동참모본부 차장의 설명입니다.

신원식 전 한국 합동참모본부 차장 (9월9일 평양공동선언 1년 평가 토론회): (북한이 한국을 겨냥한 무력도발을 감행한 것은) 군사기술적으로 한국이 갖고 있는 핵 미사일을 막는 모든 장치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미사일의 기술적 진전을 도모하는 한편 미국을 위협하지 않음으로써 대미 협상의 끈을 유지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봅니다.

여기엔 한국에 대한 군사전략적 우위를 과시하기 위한 의도와 함께 한국을 인질로 한 대미 압박 시위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북한이 협상 시한으로 못박은 연말을 앞두고 미국을 압박하기 위해 미국의 동맹이자 가장 ‘약한 고리’인 한국을 상대로 무력시위를 벌이며 자신들에게 유리한 협상 판을 짜려 한다는 분석인데요. 한국 내에선 핵무장으로 자신들의 전략적 지위가 근본적으로 달라졌다고 평가한 북한이 핵무기를 지렛대로 한국을 중요한 한반도의 외교현안 논의에서 배제하려 한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김천식 전 한국 통일부 차관의 진단 들어보시죠.

김천식 전 한국 통일부 차관 : 북한의 행보를 보면 대외적으로 한반도의 전략적 문제에 대해 외교권을 대표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한반도 문제에 대해 미북대화로 모든 것을 풀어갈 테니 한국은 끼어들지 말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결국 올 한해 북한의 노골적인 한국 배제 전략엔 하노이회담 실패 등을 감안해 미국과의 직접 담판을 통해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남북관계는 그 종속변수로 두겠다는 북한의 속내가 고스란히 반영됐다는 평가인데요. 한국 내에선 문 대통령을 사실상 배제한 채 이뤄진 지난 6월의 미북 정상 간 판문점회동이 북한의 이 같은 구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홍균 전 한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입니다.

김홍균 전 한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7월17일 한반도미래포럼 토론회): 판문점회동을 보면서 남북미 3자 회동이나 미북 정상 간 회동 이후 남북 회동을 한국 정부가 분명히 희망했을 가능성이 큰데 전자는 미국이, 후자는 북한이 원치 않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전개될 비핵화 프로세스에서 한국의 역할이 사실상 없어지게 되는 전기가 됐다고 볼 수 있지 않겠느냐..

앵커 : 그렇군요. 무엇보다 지금과 같은 남북 경색국면의 지속은 한반도 평화정착 논의를 국정 운영의 최대 성과로 내세우며 북한 문제에 총력을 기울였던 문재인 정부로선 상당한 외교적 부담이 될 수 밖에 없을 것 같은데요. 한국 정부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기자 : 한국 정부는 북한의 잇단 비난과 도발에도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며 남북간 합의 이행을 위한 대화를 북한에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데요. 이 때문에 한국 내에선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이 북한에 대한 '과도한 눈치보기'나 '짝사랑'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문제는 비핵화와 상응조치를 둘러싼 미북 간 입장 차로 북핵 협상이 공전할 경우 중재자, 촉진자로서 문재인 정부의 운신의 폭도 더욱 좁아질 수 밖에 없는데요. 한국 정부 안팎에선 북한이 제시한 '연말 시한' 내에 미북 협상이 진전되지 않을 경우 내년도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문정인 한국 청와대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입니다.

문정인 한국 청와대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 (10월18일 학술회의): 미국이 대통령선거에다 탄핵 국면에서 행동을 취하지 못할 경우 북한의 일방적인 도발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현상유지가 되는 이른바 '악화된 현상유지' 가능성이 상당히 큽니다.

무엇보다 현재의 남북 교착국면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장기화될 가능성이 더욱 높은데요. 한국의 통일부는 내년에도 북한이 한미연합훈련과 신규무기 도입 중단과 같은 안전보장 문제를 쟁점화하는 등 남북관계의 교착국면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앵커 : 북한이 핵무력 증강을 지속하며 한국을 배제하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한국 정부의 이른바 '희망적 사고'에 기초한 대북정책은 국제사회와의 공조 약화나 대북 협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김 기자, 어떻게 보십니까?

기자 : 네, 실제 한국 외교가에선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을 지연시키며 최대한 시간을 벌면서 핵무기와 투발수단을 개발해 사실상 핵 보유국의 길을 가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는데요. 한국의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지난 30여년간의 북핵 위기를 감안할 때 핵 문제 해결없이 남북관계의 개선이나 한반도 평화는 사실상 요원한 만큼 북핵 문제의 직접 당사자로서 한국 정부가 냉철하고 객관적인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비핵·평화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제언하고 있습니다. 조태용 전 한국 외교부 차관입니다.

조태용 전 한국 외교부 차관 (11월5일 EAI 문재인 정부 중간평가 정책토론회):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한테 있다고 생각하고 한국 정부가 좀 더 의연하게 중심을 잡고 현실에 기초해 긴 호흡으로 정책을 수립해나간다면 앞으로 남은 2년 반 동안 북핵 문제 해결에 있어 좋은 일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가 일관된 비핵화 원칙을 견지하며 미국 등 관련국과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비핵화의 포괄적 이행방안과 실효적인 검증체제를 마련해 북한의 ‘부분적 비핵화’가 아닌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앵커 : 지금까지 김은지 기자와 함께 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기자 : 고맙습니다.

앵커 : 자유아시아방송의 2019년 10대 뉴스 2편, '하노이 노딜' 여파로 경색된 남북관계…북 '으름장'에 남 '조바심'편을 마칩니다. 내일 이 시간에는 '시도 때도 없는 미사일 발사'편을 보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