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한 해의 북한 관련 뉴스를 총 정리하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10대 뉴스' 시간입니다. 오늘 '10대 뉴스'의 세 번째 시간은 홍승욱 기자와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기자 : 네. 안녕하세요.
앵커 : 오늘의 주제부터 알아볼까요.
기자 : 네. 먼저 준비해온 자료부터 들어보시겠습니다.
앵커 : 네, 오늘 준비해 오신 주제가 올 한 해 동안 계속된 북한의 미사일 발사, 무력 도발인데요. 가장 최근에 있었던 북한의 움직임부터 알아봐야 할 것 같아요.
기자 : 네, 바로 지난 주말이었죠. 북한이 국방과학원 이름으로 '중대 시험'을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장소는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 있는 서해위성발사장이었고요. 위성 발사 기술은 ICBM이라고 부르는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ICBM 관련 실험을 한 거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미사일을 쏘아 올리는 역할을 하는 엔진, 즉 발동기 시험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죠.
앵커 : 그렇군요. 그런데 이번 북한의 중대 시험 발표가 처음은 아니었죠?
기자 : 그렇습니다. 이번 발표로부터 불과 일주일 전에도 같은 내용의 발표가 있었습니다. 결국 북한이 일주일 사이 두 차례나 ICBM 관련 실험을 했다는 해석이 가능한데요.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것이 ICBM은 전쟁 양상을 한 번에 바꿀 수 있는 ‘전략 무기’이기 때문입니다. ICBM이 무서운 건 미사일 머리 부분인 탄두에 핵무기를 실어서 멀리 미국까지도 날려 보낼 수 있다는 점인데요. 한국 내 전문가들은 북한이 ICBM 실험의 마지막 단계인 시험발사까지 한다면 미국이 설정한 한계선을 넘는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북한의 미사일 관련 활동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기도 하고요.
앵커 : 그렇군요. 그런데 북한이 ICBM 관련 시험만 한 것은 아니죠? 올해 북한이 미사일을 쐈다는 소식을 자주 들었거든요.
기자 : 네, 말씀하신 것처럼 북한이 올해 발사체를 쏘아올린 건 모두 13차례 입니다. 지난 5월 4일 함경남도에서 동해상으로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게 시작이었는데요. 북한은 올 한 해 동안 미사일은 7번, 초대형 방사포는 5번, 전략무기로 분류되는 SLBM, 즉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도 1번 발사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SLBM을 제외하면 모두 ‘재래식 전술무기’로 분류되는 것들이지만 엄연히 한국이나 일본 등 주변국들을 사정거리 안에 두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위협적이고요. 꾸준히 성능 개선도 하고 있습니다. ‘북한판 이스칸데르’ 라고 불리는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이 대표적인데요. 신원식 전 한국 합동참모본부 차장의 설명을 들어보시죠.
신원식 전 한국 합동참모본부 차장 (지난 9월 외신기자 대상 간담회) : 이스칸데르급 미사일 방어가 어려운 이유는, 마지막 단계에서 여러 가지 변칙 기동을 하기 때문입니다. 비행 고도가 40~50킬로미터 정도이기 때문에 요격이 어렵다는 점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초대형 방사포도 한국 내 주요 군사시설을 모두 사정권에 넣고 있는데요. 북한이 시험하고 있는 이런 다양한 발사체들을 동시에 쏜다면 한국에 배치된 요격 수단으로는 현실적으로 방어가 어렵다고 합니다.
앵커 : 장거리 미사일이나 핵무기만 위협적인 게 아니군요. 그런데 북한이 올해 갑자기 무력도발을 재개한 이유가 뭘까요?
기자 : 네, 표면적인 이유는 신무기 성능 고도화를 위한 시험이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지난여름에는 시험발사 다음 날 관영매체를 통해 어떤 기술을 검증하려고 한 것인지 밝히기도 했고요.
하지만 이런 시험 발사가 지난 2월 미북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에 시작됐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할 것 같은데요. 회담 결렬 두 달 후엔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올 연말까지라는 미북 협상 시한을 제시하면서 그 안에 결론이 안 나면 이른바 ‘새로운 길’을 갈 거라고 발표하기도 했죠.
앵커 : 그리고는 한 달 만인 5월에 올해 첫 시험 발사가 있었군요.
기자 : 네, 그렇습니다. 지난해에는 남북, 미북 대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1년 넘게 발사체를 통한 도발이 없었는데, 지난 5월에 갑자기 재개된 후 연말까지 쭉 이어진 거죠.
앵커 : 한국 정부의 반응은 어땠나요?
기자 : 네, 한국 정부는 북한의 시험 발사 초반에는 평가를 자제하며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비판을 받기도 했는데요. 그럼에도 도발이 계속되자 결국 강한 유감을 나타냈습니다.
전동진 한국 합동참모본부 작전부장 (지난달 28일): 한국 군은 북한에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군사적 긴장고조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거듭 촉구합니다.
정경두 한국 국방부 장관은 북한이 남북 접경지역에서 해안포를 발사하자 이는 9·19 남북 군사합의 위반이라고 명확히 규정하기도 했습니다.
정경두 한국 국방부 장관 (4일 ' 2019 연말 전군 주요 지휘관회의' ): 북한은 창린도 해안포 사격훈련으로 9·19 남북 군사합의마저 위반했습니다.
한국의 정치권에서도 남북 간 군사합의가 사실상 무효화됐다는 비판이 잇따랐습니다. 한국의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북한의 군사합의 위반을 강력하게 규탄하면서 한국 정부에 실효성 있는 안보 대책을 내놓을 것을 촉구했습니다. 또 다른 야당인 바른미래당은 북한에 부정당한 남북 군사합의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 북한이 이런 무력시위로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기자 : 한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것처럼 신무기 성능 개량 목적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미북 협상이 중단된 기간을 이용해서 그동안 대화 분위기에서 미뤄온 시험발사를 몰아서 하고 있다는 건데요. 특히 방사포는 올해 시험 발사를 거듭하면서 사거리를 늘리고 연사 간격도 17분에서 30초까지 크게 줄인 것으로 관측됐습니다. 차두현 경희대 평화복지대학원 교수의 분석입니다.
차두현 경희대 평화복지대학원 교수 (17일 ' 2020 아산 국제정세전망') : 지금 방사포가 300~400킬로미터 정도 날아가는데 이미 한반도 전역이 사정권입니다. 어쩌면 일본 근해까지 닿을 수도 있는 초대형 방사포를 선보인다면 난리가 나겠죠. 북한의 대안은 굉장히 많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대화 정체 국면에서 미국과 한국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려는 의도도 있다는 분석인데요. 대화도 멈추고, 대북제재도 완화되지 않는 상황에서 한미 연합훈련이나 한국의 스텔스 전투기 도입을 구실로 시위를 벌이고 있다는 겁니다. 지난 7월 시험 발사 이후엔 관영매체를 통해서 “한국의 첨단 공격무기 반입과 한미 군사연습에 대한 무력시위”라고 이례적으로 주장하기도 했고요.
또 미북 대화 재개를 염두에 두고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일종의 ‘몸값 올리기’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지난달 김정은 위원장이 남북 접경지역 군부대를 방문해서 해안포 사격을 지시했는데, 이건 9·19 남북 군사합의를 의도적으로 위반한 것이거든요. 대화를 재개하고 대북제재 완화 같은 요구조건을 들어달라는 미국과 한국에 대한 압박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 내년에도 이런 움직임이 이어질까요?
기자 : 북한이 제시한 연말 협상 시한이 이제 며칠 안 남았고, 미북 간에 극적인 합의가 없다면 대화 재개는 어려워 보이는데요. 한국 전문가들은 북한이 내년에도 한국을 겨냥한 도발을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의 목적은 결국 핵보유국으로 인정을 받는 것이고 한미는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내년 한반도 정세가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하고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 (17일 ' 2020 아산 국제정세전망') : 지금까지 나타난 북한의 행보를 보면 현 단계에서 핵을 포기하려 하지는 않을 겁니다. 협상을 통해서도 미국의 양보를 얻어서 사실상 핵보유로 가기 위한 전략을 전개하고 있는 것이고 그것이 안 통한다면 무력시위를 통해서 한국을 지치게 할 것입니다.
미국을 향한 위성이나 ICBM 관련 활동을 이어가면서 한국을 겨냥한 해안포 훈련이나 단거리 미사일 발사 등의 도발도 병행할 수 있다는 겁니다.
다만 북한이 아직 미국과의 대화의 끈을 완전히 놓은 것으로 보이지는 않기 때문에 ICBM 시험발사나 핵실험까지 감행하려고 하지는 않을 거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앵커 : 홍 기자, 수고했습니다.
기자 : 네, 고맙습니다.
앵커 : 자유아시아방송의 2019년 10대 뉴스 3편 '시도 때도 없는 미사일 발사'편을 마칩니다. 내일 이 시간에는 '김정은의 '반미연대' 노림수 시진핑-푸틴과 정상회담' 편을 보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