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와 추가적인 비핵화 조치를 협상 수단을 내놓을지 주목됩니다. 한국 전문가들은 미북이 영변 핵시설 폐기에 합의할 것이라고 전망하지만 북한이 합의 이후 이행 방안과 관련한 의제를 잘게 나눠 협상하는 살라미 전술을 구사할 것이라는 우려도 함께 제기하고 있습니다.
서울의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전문가들은 이번 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양측이 영변 핵시설 폐기에 합의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합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해 평양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 합의를 통해 “미국이 상응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 폐기와 같은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바 있기 때문입니다.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도 지난달 스탠퍼드대학교가 주최한 강연에서 “김 위원장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플루토늄과 우라늄 농축시설의 해체와 파괴를 약속했다”며 이번 회담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에 집중할 것이라고 시사한 바 있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으로부터 390여 개의 방대한 핵관련 시설이 밀집돼 있는 영변 핵시설에 대한 폐기 약속만 얻어내도 만족할 것이라고 분석합니다.
북한이 비건 대표가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언급한 ‘영변 핵시설 폐기와 추가적인 비핵화 조치’까지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됩니다.
구체적인 ‘추가적 비핵화 조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여러 의견이 제기됩니다. 다만 미북이 ‘추가적 비핵화 조치’에 대해 국제사회의 사찰과 검증까지 수용한다는 수준으로 논의한다면 충분히 합의가 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다만 문제는 2차 미북 정상회담 이후 벌어질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 이행방안을 논의하는 실무협상입니다. 과거 북한은 비핵화 협상에 임하면서 관련 의제를 잘게 나누어 실질적인 합의와 이행 등을 지연시키는 이른바 ‘살라미 전술’을 구사한 바 있습니다.
미북 정상회담 이후 영변 핵시설 폐기를 비롯한 구체적인 북한 비핵화 이행 방안 논의가 진척되지 않는다면 미북 정상 간의 합의는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박영호 강원대 교수 :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기와 관련해 구체적인 조치를 진행하겠다고 합의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구체적인 것은 추후에 협상하겠다고 나올 겁니다. 북한이 영변 시설에 대해 동결, 사찰, 검증을 받겠다는 수준까지 밝히면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성공입니다.
영변 핵시설 폐기를 미북 정상회담의 핵심의제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북한은 이미 상당량의 핵물질을 확보했기 때문에 영변 핵시설이 영구 폐기돼도 미국으로서는 실질적인 북한 비핵화 성과를 거둘 수 없다는 지적입니다.
박휘락 국민대 교수 : 영변 핵시설을 두고 협상해봐야 큰 의미가 없습니다. 핵물질을 생산한 북한에 영변 핵시설은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쓸 데가 없는 용도 폐기된 것을 폐기하겠다고 나선 겁니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도 지난 19일 외신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를 대가로 미국이 상응조치를 취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반면 김 위원장이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은 큰 결단으로 봐야 한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핵무기 생산 과정의 대부분을 핵물질 생산이 차지하기 때문에 영변 핵시설 폐기 협상은 북한 비핵화에 있어 의미 있는 과정이라는 겁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21일 통일연구원이 한국의 내신기자들을 상대로 개최한 토론회에 참석해 “핵무기 전체 공정에서 핵물질을 활용하는 비율이 90%”라며 “핵물질 생산 핵심 원천이 영변에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홍 실장은 “영변 외의 지역에 우라늄 농축시설이 있더라도 영변 핵시설이 폐기되면 북한의 핵능력은 지속적으로 감소할 수밖에 없다”며 “영변 핵시설이 ‘고철 더미’에 불과하다는 평가는 잘못된 이해”라고 강조했습니다.
같은 토론회에 참석한 안진수 전 원자력통제기술원 책임연구원은 “영변 핵시설은 1년에 플루토늄 5kg, 고농축우라늄 40kg을 생산할 수 있다”며 “영변 외의 다른 곳에 비밀시설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