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영변 재처리 활동으로 ‘대미 압박’ 가능성”

0:00 / 0:00

앵커: 북한 영변 핵시설에서 최근 핵 연료 재처리 작업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제기된 데 대해 북한이 미국에 영변 핵시설 폐기 관련 제안을 받아들이라는 압박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는 미국 전직 고위 관리의 분석이 나왔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16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지난 12일 입수한 영변 핵 단지 인공위성 사진에서 발견된 5대의 특수 철도 차량이 핵 연료 재처리 활동과 연계돼 있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정책 조정관은 17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이는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기 제안을 받아들이라는 대미 압박의 메시지일 수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하노이 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제시한 영변 관련 제안을 미국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북한은 재처리 활동을 하겠다는 신호라는 것이 세이모어 전 조정관의 분석입니다.

그는 그러면서 북한이 새로운 재처리 활동을 시작했는지 여부를 정확히 판단할 수는 없지만, 재처리 활동으로 북한이 얻을 수 있는 플루토늄은 6킬로그램에서 8킬로그램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북한의 핵물질 보유고가 크게 늘어나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보고서의 주요 저자인 조지프 버뮤데즈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도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이 미국의 반응을 살펴 보기 위해 취한 행동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정치적 판단이 아니라 과학자들이 영변 핵 단지 내 방사성 물질 보관소에서 어딘가로 운반하려는 결정을 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버뮤데즈 연구원:북한도 우리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관련 시설을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미국의 반응을 살펴보기 위한 행동일 가능성도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분명한 것은 특수 철도 차량의 크기나 (우라늄 농축시설과 방사화학 연구소 인근) 위치로 미뤄볼때 방사성 물질 운반에 사용됐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과거 사례를 보면 일반적으로 폐연료봉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재처리 활동을 전후해서 이들 차량이 목격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첩보 관련 정보 등 추가 자료가 없이 위성사진 만으로 어떤 물질을 운반했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습니다.

버뮤데즈 연구원은 이들 차량이 핵 물질 이외에 화학물질이나 방사성 물질을 통과시키는 데 사용한 파이프와 같은 오염물질 혹은 산업폐기물을 운반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과거 영변 핵사찰을 주도한 바 있는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차장도 성급하게 재처리 활동과 연관 지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 재처리 시설 가동이 중단됐다고 해도 많은 활동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핵 시설 폐쇄 후에도 안전을 위한 보수·유지 작업을 계속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그는 또 영변 핵단지에는 산업시설이나 화학물질 생산 공장 등 핵 활동과 관련이 없는 시설도 있다면서, 특수 철도 차량이 영변에서 생산된 화학물질을 함흥 등 다른 지역으로 운송하거나 다른 지역에서 생산된 물질을 영변으로 운반하는 데 사용되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그러나 2007년 영변 핵사찰 당시 이번에 목격된 차량과 비슷한 철도 차량과 통을 발견하고 북한 당국에 문의한 적이 있었는데 우라늄 광산에서 액화된 우라늄을 영변에서 재처리하기 위해 운반했다는 답을 들은 적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한 자유아시아방송의 논평 요청에 첩보 관련 사항이라며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We don't comment on matters of intellige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