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노넨 “북, 영변 경수로 가동해 플루토늄 생산 우려”

북한 영변 핵단지
북한 영변 핵단지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중간보고서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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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평안북도 영변 핵단지 내 실험용 경수로 발전소 가동이 임박했다는 징후가 보인다고 과거 북핵 위기 당시 영변 핵사찰을 주도한 올리 하이노넨 미국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이 분석했습니다.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차장을 지낸 하이노넨 연구원은 특히 실험용 경수로 가동은 북한이 무기용 플루토늄 생산을 재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우려했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하이노넨 연구원의 견해를 들어 봤습니다.

기자: 스팀슨센터 내 북한전문매체 '38노스'가 지난달 27일 촬영된 위성사진을 바탕으로 영변 핵시설 내 활동이 증가했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는데요. 이 중 가장 주목할 만한 내용은 무엇이 있을까요?

하이노넨 연구원: 홍수로 손상된 저수용 댐의 복구 작업에 보고서에 나타난 것처럼 파열된 댐에 강철 도랑용 철판(steel trench sheeting)을 설치하는 것은 실험용 경수로의 완공이 임박한 것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5메가와트 흑연 원자로보다 물을 훨씬 더 많이 사용하는 경수로 가동을 위해 건기에도 충분히 냉각수용 물 공급이 필요하고, 따라서 많은 양의 물을 저장할 더 견고하고, 영구적인(stronger and permanent) 댐을 건설하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북한은 10여 년 간 실험용 경수로 건설에 힘써 왔고, 38노스 등은 북한이 이 경수로에 전력망 연결이나 내부 장치 설치 등의 준비 작업을 해 왔다고 보도해 왔지요. 이번 보수 작업은 몇 개월 내로 가동이 임박했을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봅니다.

기자: 경수로가 운영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나요?

하이노넨 연구원: 실험용 경수로에서 나온 사용후 연료에서 플루토늄 추출이 가능하다는 의미로 당연히 우려되는 사항입니다. 다만, 이 경수로에서 대량의 플루토늄이 추출되려면 2년 정도의 기간이 필요합니다. 게다가 실험용 경수로에서는 현재 5메가와트 원자로에서 생산되는 플루토늄보다 4배 정도 많은 연간 약 30킬로그램 정도의 플루토늄이 추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경수로에서 추출된 많은 플루토늄을 재처리하기 위해서는 시설의 개량이 필요하고 이는 2년 정도가 소요될 겁니다.

기자: 즉각적인 위협이라기 보다는 2년 여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말씀인데요. 실험용 경수로에서 연간 추출되는 플루토늄으로 얼마나 많은 양의 핵무기 생산이 가능한건가요?

하이노넨 연구원: 정확한 수를 제시하기 위해 많은 고려사항이 있습니다. 국제원자력기구 기준에 따르면, 핵무기 4~5개 정도 생산 가능한 양이라고 추정할 수 있을 겁니다. 북한의 핵무기의 설계가 기초적인 단계인지 얼마나 소형화 되었는지 등에 달려 있습니다.북한이 플루토늄을 5킬로그램 정도만 사용하는 수준에 도달했다면 연간 5~6개 무기를 생산할 수 있다는 말이지요.

기자: 향후 미북 협상에서 어떤 지렛대가 될 수 있을까요?

하이노넨 연구원: 제가 파악한 바로는 북한이 2018년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이후 플루토늄의 재처리나 5메가와트 원자로에서 플루토늄 추출을 하지 않았습니다. 재처리시설 개량을 지금 시작하면 실험용 경수로 운영이 시작되고 약 2년 후에는 플루토늄 추출이 가능해지게 된다는 말입니다. 가까운 미래에 북한이 무기 이외에 민간용으로 플루토늄을 사용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비핵화 측면에서 매우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일단 실험용 경수로 가동을 시작하면 협상이 더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에 가동 이전에 협상을 시작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기자: '38노스'는 우라늄농축공장 바로 남쪽에 위치한 건물에서 연기 혹은 수증기가 분출되는 것을 확인했지만, 이것이 이산화우라늄 생산을 의미하는 지 여부는 불분명하다고 밝혔는데요?

하이노넨 연구원: 해당 건물은 오직(sole purpose) 이산화우라늄을 생산하기 위한 건물입니다. 우라늄 농축용이나 5메가와트 원자로 연료 생산에 필요한 금속 우라늄(Uranium Metal) 등에 사용되는데요. 이 건물에서 이산화우라늄이 생산되는 것은 제가 핵시찰 당시 직접 검증했고, 그 이후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개조한 정황은 없었습니다. 날씨에 따라 인공위성 사진에 증기가 보이기도 하고 보이지 않기도 합니다. 그러나 최근 국제원자력기구의 보고서를 포함해 여러 해에 걸쳐 북한이 이산화 우라늄을 지속적으로 생산해 온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앵커: 지금까지 과거 북핵 위기 당시 영변 핵사찰을 주도한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차장으로부터 영변 핵단지 내 경수로 완공 징후와 그 의미에 대해 양희정 기자가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