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가 친북 성향의 계정들을 연이어 삭제하고 있습니다. 삭제된 채널들은 북한 다큐멘터리와 공연 영상을 번역해 올리던 곳들로, 미국 전문가는 미국의 대북 제재와 저작권 침해 문제가 삭제의 배경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자민 앤더슨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다큐멘터리(기록 영화)와 공연 영상 등을 번역해 올리던 친북 유튜브 계정이 계속해서 삭제되고 있습니다.
지난 4일 삭제된 채널 ‘K.N’은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TV의 다큐멘터리를 고화질로 업로드해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지난해 12월 20일에는 1950-60년대 과거 북한의 영상을 주로 올린 ‘노쓰코리아 미디어 아카이브’ 채널과 모란봉밴드의 공연 영상을 올리던 ‘Cathay340’ 채널이 삭제됐습니다.
현재 해당 채널에 접속하면 “죄송합니다. 이 페이지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와 “사용할 수 없는 동영상 33개가 숨겨졌습니다”라는 알림이 표시됩니다.
친북 성향의 해외 누리꾼들은 유튜브의 이러한 조치에 당혹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들은 온라인 사회관계망 서비스 X에서 “유튜브 측이 채널 삭제 이유로 ‘스팸 및 기만적 행위(deceptive practices)’를 들었지만 이는 납득할 수 없는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유튜브는 지난해 10월에도 3개 이상의 친북 성향 계정을 삭제한 바 있습니다.
당시 삭제된 채널 ‘천리마 전선’의 관계자는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최근 북한 관련 채널들이 삭제되는 배경에는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이 원인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며 “앞으로도 채널 삭제가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자, 일부 계정 운영자들은 자신들이 정치적 의도와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계정 소개란에 ‘중립적(neutral)’ 또는 ‘비정치적(apolitical)’이라는 문구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일부는 자신들만의 독립적인 사이트를 만들어 북한 영상과 음악을 공유하거나, 유튜브 외의 다른 동영상 사이트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유튜브는 지난해 3월에도 친북 성향의 채널들을 무더기로 폐쇄하며 “구글은 북한과 관련된 미국의 제재와 무역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검토를 거쳐 우리의 정책에 따라 해당 채널(익스플로어 DPRK)을 폐쇄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힌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민간연구기관 스팀슨센터의 마틴 윌리엄스 연구원은 “유튜브가 이들 계정을 삭제하는 배경은 제재 및 저작권 침해와 관련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6일 RFA에 밝혔습니다.
[윌리엄스 연구원] 미국의 제재는 매우 엄격합니다. 유튜브가 북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플랫폼에 영상을 공유하도록 허용함으로써 미국의 제재를 위반하는 위험을 감수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또한 삭제된 채널들이 실제로 북한에 의해 운영되고 있지 않더라도, 유튜브는 몇 만명 이하의 구독자를 둔 작은 채널의 관리자가 누구인지에 대해 대대적인 조사를 할 시간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이 채널 삭제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에 대해 “유튜브가 북러와 관련된 정치적 문제에 특별히 신경을 쓸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유튜버들이 조선중앙TV 영상을 업로드하는 행위는 기술적으로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며, 이것이 채널 삭제의 주요 이유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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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측은 이번 계정 삭제에 대한 입장과 배경 설명을 요청한 RFA의 질의에 6일 오후까지 답하지 않았습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