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역전, 렌터카 회사 대표 허철민 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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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탈북민이 생각하는 성공은 어떤 것일까요? 이 시간에는 남한에서 살아가는 탈북민들의 ‘성공’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탈북민들의 국민 엄마,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김인선: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김인선: 세상을 살아가는 어떤 삶이든 희로애락이 담겨 있기 마련이라고 하잖아요. 그 속엔 저마다의 굴곡진 인생이 있고요. 남들이 부러워하는 집안의 아들에서 도망자의 신분으로 좀 더 큰 세상을 경험하게 된 허철민 씨의 지난주 이야기야 말로 굴곡진 우리네 인생을 대변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굴곡진 인생에서 부러운 점도 있었어요. 평생을 살면서 한 명의 귀인을 만나기도 어려운데 철민 씨는 세 명의 귀인을 만났다는 거요.

마순희: 맞습니다. 철민 씨가 만났던 첫 번째 귀인, 중국에서 만났던 한국계 미국인 덕분에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그렇게 살아왔던 철민 씨가 대학에서 공부하면서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됐고요. 두 번째 귀인은 한국에 정착한 이후에 만난 철민 씨의 담당 형사님. 탈북자들에겐 보안원 격인 담당 형사가 한 명씩 배정 돼서 신변을 지켜주는데요. 이분이 렌터카 회사에 취업을 시켜준 덕분에 철민 씨가 지금의 렌터카 회사 대표가 될 수 있었으니까요.

김인선: 돈을 받고 차를 빌려주는 일을 렌터카 사업이라고 하잖아요. 차가 없어도 언제 어디서든 필요하면 필요한 시간만큼 그래서 차를 빌릴 수가 있는데요. 그런데 제가 알기로 렌터카가 뭔지 모르는 탈북민들이 많았을 것 같은데 철민 씨는 무작정 렌터카 회사를 찾았다고요?

마순희: 네. 2년 넘게 일을 했던 정육점이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해고된 철민 씨는 석 달 정도 쉬면서 일자리를 알아보게 되었는데요. 렌터카 회사에서 직원을 구한다는 전단지를 보고 무작정 찾아갔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하나센터에 선배특강으로 나갈 때가 많았는데요. 가끔 그 분들과 진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때가 있거든요. 혹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물어보면 남성들은 운전직, 여성들은 사무직에서 일하고 싶다는 대답을 가장 많이 듣곤 했습니다. 사실 북한에서는 남자들이 운전대만 잡으면 살아가기가 가장 유리한 직업이었고 생산 현장보다는 사무실에서 일하는 여성들에 대한 동경이 있기에 여성들도 현장보다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 같았습니다. 철민 씨도 렌터카 회사에 대해서 잘은 모르지만 운전직이라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적성에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 거죠.

렌터카 회사로 가보겠다는 철민 씨의 말을 들은 담당형사님은 그럴 바에는 자신의 친구가 렌터카 회사를 하고 있는데 자기가 소개해 줄 테니 그곳에 가는 것이 어떻겠는가 하더래요. 그렇게 해서 철민 씨가 렌터카 일과 인연을 맺게 되었는데요. 사실 우리 탈북민들 중에는 렌터카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더 많답니다. 렌터카는 어느 지역에서나 빌릴 수가 있죠. 짧게는 몇 시간에서 하루, 길게는 몇 달에서 몇 년까지 원하는 만큼 자동차를 빌려주고요. 저도 정착초기엔 잘 몰랐었는데 렌터카가 참 편리했습니다. 제주도에 놀려 갈 때에도 굳이 자신의 승용차를 배에 싣고 가지 않아도 공항에 내리면 이미 예약된 렌터카 회사들에서 차를 가지고 나와 있더라고요. 차 종류도 다양했고 렌터카 회사들도 굉장히 많더라고요. 저야 렌터카를 이용하는 고객의 입장이지만 고객을 상대해야 하는 철민 씨는 그 많은 자동차 종류를 다 알아야 하고 고정으로 차를 빌려가는 거래처까지 확보해야 했으니까 그 일이 쉽지 않았다고 해요.

김인선: 거래처 확보라는 게 쉽지 않죠. 사람도 많이 만나야 하고 때로는 넉살도 필요해서 영업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말이 있을 정도니까요. 그런데 많은 탈북민들이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는데 용기가 필요했다고 고백할 만큼 사람들을 만나는 일, 특히 모르는 사람을 만나는 일이 어렵다고 하는데 철민 씨는 조금 달랐나 봐요.

마순희: 맞는 말씀입니다. 허철민 씨에게는 남들과 다른 특별한 점이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처음 철민 씨를 만나는 순간 이 사람의 북한에서의 직업이 궁금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인상적이었습니다. 사람을 이끄는 힘이 넘치면서도 자신감과 온화함이 묘하게 조화되는 그런 분위기였거든요. 철민 씨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일하는 모습에서도 제가 받은 느낌이 틀리지 않구나 싶었습니다. 처음 해보는 일이었지만 철민 씨는 남들이 쉬는 시간에도 쉬지 않고 자동차 종류와 거래처, 영업설명서까지 외워가면서 노력에 노력을 거듭했습니다. 그리고 모르는 것은 직원들에게 물어가면서 하나하나 배워 나갔고 힘든 일은 자신이 도맡아 하기도 하면서 직원들과도 친하게 지내려고 스스로 다가갔다고 해요. 처음 1년은 회사업무에 적응하기가 힘들었지만 끊임없이 노력하다 보니 하루하루 일이 즐겁고 보람차게 느껴지기 시작했다는데요. 그렇게 일하다 보니 3년이 되면서부터 사장님은 회사의 전반적인 업무와 수십 명의 직원 관리를 철민 씨에게 거의 다 일임했을 정도였다고 하더군요.

김인선: 회사에서 신임을 얻고 모든 업무를 접해보면서 자신이 직접 차를 빌려주는 렌트카 사업을 해보겠다고 마음먹은 거였군요.

마순희: 네. 처음에는 회사에 잘 적응하겠다는 생각이 더 컸고 자신이 회사를 차리겠다는 생각은 전혀 못 했다고 합니다. 철민 씨가 거래처들에 나갈 때마다 거래처에서는 그렇게 업무를 다 맡아서 잘 하면서 남의 밑에서 일하지 말고 자신의 사업을 하라는 소리를 늘 듣기는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철민 씨는 아직은 자금도 부족하고 시기상조라고 생각하였답니다. 대신 더 열심히 배우면서 회사생활을 해 나갔고 그러다 보니 그 모든 것이 자신의 사업을 할 수 있는 밑천이 되었던 거죠. 철민 씨의 표현대로 말하면 영업을 위해서 발바닥에 땀이 마를 새가 없이 거래처들을 찾아 다녔다고 합니다. 렌터카 회사에 근무한지 9년 차 되던 지금으로부터 7년 전, 드디어 철민 씨는 자본금 6천만 원, 달러로 5만5천여 달러를 들여 차 두 대를 가지고 자신의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사업이 된 이후로 더 열심히 일한 철민 씨는 현재 50여 대의 차를 가지고 7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어엿한 렌터카 회사의 사장님입니

김인선: 그런데 사업이라는 게 항상 잘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생기잖아요. 많은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하는데 철민 씨의 사업은 어떤가요?

마순희: 좀 잘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몇 년 전에 허철민 씨는 사업이 잘 되어 돈을 좀 벌게 되었는데 그 돈으로 회사를 더 크게 키울까 아니면 가족을 위해 좋은 집을 장만할까 망설였다가 후자를 선택했다고 하더라고요. 돈보다 가족이 우선이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지인의 소개로 만난 아내를 자신의 일생에서 세 번째 귀인이라고 할 정도로 아내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표현했었는데요. 제가 찾아 갔던 날은 오후 시간이라 열여섯 살 아들과 늦둥이 일곱 살 막내아들이 모두 집에 있었습니다. 자신이 직접 포도를 갈아서 꿀을 타서 만든 음료수를 권하는 아내의 웃음어린 얼굴에는 남편의 사랑을 듬뿍 받으면서 행복한 가정을 꾸려가는 주부의 미소가 떠나지 않더군요. 일과 가정, 그 어느 것 하나도 놓치지 않는 허철민 씨의 무한한 노력과 사랑에 다시금 감동을 금할 수 없었답니다.

40대 중반, 아직 젊은 나이에 인생의 희로애락을 다 겪으면서 오늘의 행복한 생활과 자랑스러운 성공을 이룩하고 있는 철민 씨의 모습을 보면서 인간의 잠재력이 얼마나 무궁무진한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되더군요. 물론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렌터카 회사들이 많이 생겨나면서 경쟁도 심하고 더구나 대기업들의 진입으로 회사 경영에서 어려움이 적지 않다고 합니다. 하지만 늘 그랬던 것처럼 허철민 씨는 이러한 난관들도 자신만의 끈기와 성실, 근면으로 극복해 나가고 있고 앞으로 더 높이 비상하리라는 것을 믿고, 또 진심으로 바라게 됩니다.

김인선: 인생살이를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직선이나 곡선으로 표현을 해보면 누구나 굴곡진 모양이 만들어지겠죠. 그런데 허철민 씨의 인생살이를 그려보면 직선이 쭉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갔다가를 반복하는 모양이 아닐까 싶어요. 물론 그의 인생에는 3명의 귀인이 함께 했지만 한 번쯤은 포기하고 싶었을 순간도 있었을 텐데 매 순간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선 철민 씨를 통해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습니다. 오늘은 멋지게 인생역전을 이뤄낸 허철민 씨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함께 해주신 마순희 선생님! 감사합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김인선: 여기는 서울. 김인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