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마순희의 성공시대’ 진행을 맡은 김인선입니다. 탈북민이 생각하는 성공은 어떤 것일까요? 이 시간에는 남한에서 살아가는 탈북민들의 ‘성공’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탈북민들의 국민 엄마,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김인선: 1월 29일이 음력으로 1월 1일, 민족의 최대의 명절인 '설'이었습니다. 북한에서는 구정보다는 신정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고 하지만 한국에서는 여전히 음력설을 더 크게 생각하고요. 이날 다시 한번 새해 인사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마순희 선생님! 올 한해 건강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선생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리고 이 방송을 들으시는 모든 분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북한에서 제가 살았던 1990년대까지는 양력설만 쇠었습니다. 어르신들이 계신 가정이나 옛 풍습을 고집하는 가정들에서는 음력설에 간단히라도 음식을 챙기며 잊지 않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공휴일은 아니었습니다. 요즘엔 북한에서도 음력설을 명절로 지정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요. 2003년부터 연휴로 3일이 지정되었다고 하더라고요. 한국에서는 주말을 포함하고 중간에 낀 평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서 올해 6일간 쉴 수 있는데, 북한에서는 명절 연휴로 길게 쉬는 것은 생각도 못 할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인선: 한국에서는 음력설에 고향에 다녀올 수 있도록 설 하루 전과 후를 공휴일로 지정하는데요. 이번 '설'은 수요일이다 보니 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휴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주말과 설 연휴 사이인 27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서 이번 설 명절 연휴가 최소 6일이 된 거죠. 공식적인 연휴기간 앞, 뒤로 월차까지 쓰면 최대 9일에서 10일까지 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설 명절을 이용해 해외 여행을 떠나는 경우도 많고요. 부모님과 친인척을 만난 후에 겨울 캠핑을 즐기는 분들도 정말 많더라고요.
마순희: 네. 우리 탈북민들도 마찬가집니다. 주말과 연휴 기간에 여행을 즐기시는 분들이 참 많은데요. 한국생활이 점차 안정되어 가면서 국내 여행은 물론 매년 해외 여행을 하는 분들도 점점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평소 가보고 싶었던 한국의 명소들을 자신의 승용차를 이용해서 자유롭게 여행하는 분들도 있고, 산이나 들, 바닷가에서 야영하는 캠핑을 즐기는 분들도 있습니다. 야영하는 생활은 북한에서 지겹게 했다는 분들도 한국에 와서는 캠핑을 즐기게 됐다고 하는데요. 실내만큼 편안한 장비를 갖추고 오직 자연을 즐기며 쉴 수 있는 순간이기 때문이죠. 더구나 캠핑카라고 하는, 여행을 하면서 조리와 숙박이 가능하도록 만든 자동차도 인기가 많은데요. 제가 오늘 소개해드릴 성공시대 주인공이 캠핑카와 관련된 분이십니다. 직접 캠핑카를 제작하는 유명한 분이신데요. 2009년에 한국에 입국한 권효진 씨입니다. 이름만 들으면 여성 같지만 권효진 씨는 남성분이고요. 여러 직업들을 경험하다가 최종적으로 캠핑카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김인선: 많은 분들이 처음 한국에 정착해 여러 시행착오를 겪은 후에 결국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게 되는데요.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이 뭔지, 어떤 일을 원하는지 생각한다면 도움이 되는데 그게 쉽지 않습니다. 권효진 씨는 조리와 숙박이 가능한 자동차인 캠핑카를 만드는 일을 하기까지 어떤 경험들을 했을까요?
마순희: 네. 권효진 씨도 대한민국에 정착하면서 자신이 어떤 일을 해야 할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효진 씨는 북한에서 미술 관련된 일 특히 선전화나 무대미술 부분에서는 꽤 이름난 권위자라 말할 수 있었던 분인데요. 어느 정도 위치에 있었던 탈북민 대부분이 그랬던 것처럼 처음 한국에 와서 자신의 전공 분야를 살릴 수 있는 일을 생각했습니다. 효진 씨는 한국의 미술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우선 둘러봤는데요. 미술의 거리로 유명하다는 인사동 거리를 찾아갔습니다. 그곳에서 효진 씨는 북한의 선전식 미술과는 너무나도 다른 한국의 미술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에서 자신의 재능인 서예나 그림으로 정착해 보려고 했던 결심이 너무 허망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관련 기사>
[ [마순희의 성공시대] 한국사회에 빨리 적응하는 법 (1)Opens in new window ]
[ [마순희의 성공시대] 한국사회에 빨리 적응하는 법 (2)Opens in new window ]
당시 효진 씨의 나이는 49살로 새로운 미술을 배우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효진 씨는 일단 한국 사회를 경험한다는 마음으로 노동현장에서 일하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수산물 도매시장에서 하루 일한 만큼 돈을 받는 일을 시작으로 이삿짐센터 일 등 다양한 현장에서 일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지인의 추천으로 북한 관련 소식을 전하는 신문사에 기자로 취직하게 되었고 기자 활동 중 북한 사회의 실상을 알리는 안보강사로도 활동했습니다. 권효진 씨의 능력과 명성이 점차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한 탈북민 인권단체의 실장으로도 추천 받아 몇 년간 근무하기도 했었습니다.
김인선: 신문사 일에, 강연과 인권활동까지 다방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셨네요. 그런 분이 지금은 조리와 숙박이 가능한 캠핑카 제작 일을 하고 있다고 했는데, 지금까지 해 왔던 일과 연관성이 전혀 없는 것 같거든요. 캠핑카 제작하는 일은 어떻게 시작할 수 있었을까요?
마순희: 네, 사실 권효진 씨는 북한에서 공예미술학과를 전공한 분이셨기에 목공 일도 경험했습니다. 한국에 와서도 인권단체에서 실장으로 활동하던 2016년에 그림 전시회를 열 정도로 미술을 손에 놓지 않았는데요. 당시 효진 씨가 그린 그림은 자신이 전거리교화소에서 수감생활을 한 내용을 바탕으로 북한 전거리교화소의 실상을 고발하는 것이었습니다. 효진 씨의 그림은 유엔에서 전시회를 열면서 전 세계에 알려졌습니다. 권효진 씨는 대단한 인권 활동가로 활약을 했던 분이신데요. 하지만 한국에서의 생활을 뒤돌아보니 인권 활동이나 기자 생활 등을 하면서 사는 것으로는 경제적인 어려움이 따랐기 때문에 기술을 이용해서 사는 것으로 변화를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효진 씨는 대담하게 자신이 하던 일을 내려놓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목공 일을 배우기 시작했는데요. 그의 나이는 55살이었습니다.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효진 씨는 지방에 내려가서 자신에게 소질이 있고 오래전부터 하고 싶었던 일이라는 생각에 목조공장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는데요. 주로 가구를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효진 씨는 그냥 시키는 일만 한 것이 아니라 창의성을 발휘하여 정성껏 제작했고, 효진 씨의 창의성이 담긴 제품들은 대형 매장의 전시장에 전시되기도 했습니다. 전시장에서 효진 씨는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자부심을 느껴졌는데 이후 그 자부심은 점점 실망감으로 이어졌습니다.
김인선: 무슨 일로 심경의 변화가 크게 생긴 걸까요?
마순희: 네. 효진 씨의 창의성으로 출시된 제품이 회사의 위상이나 매출에도 큰 기여를 했는데도 본인에게 차례진 것이 없다는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권효진 씨는 제일처럼 일을 잘 해서 회사에 큰 이득을 주면 보상이 따를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생각과 달리 회사에는 적지 않은 이익이 되었음에도 본인 수입에는 큰 영향이 없는 것을 보고 이젠 자신의 일을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효진 씨가 그동안 한국에서 살아보니 한국은 이제 건강한 육체와 정신을 추구하는 시대라 자연 속에서 즐길 수 있는 캠핑을 즐기는 사람이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차가 다닐 수 있는 모든 곳이 캠핑장이 될 수 있기에 캠핑카의 수요도 꾸준히 늘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효진 씨는 전문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캠핑카 회사에 취직을 했습니다. 경력이 없어서 최저 시급으로 취직을 하게 됐지만 기술을 배우는 것이 제일 큰 목표였기에 문제되지 않았습니다. 효진 씨는 오래 지나지 않아 남다른 기술력과 성실성으로 실력을 인정받았고, 회사에서는 그에 따라 월급도 올려 주었습니다. 하지만 1년 정도 지났을 때 효진 씨는 또 다른 일자리를 찾게 되었습니다.
김인선: 원하던 기술도 배우고 능력에 따라 로임도 인상되는 곳이라 좀 더 길게 근무해도 좋을 것 같은데 효진 씨가 또 다시 이직을 하려하는 이유가 뭘까요? 그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들어보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마순희 선생님, 감사합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김인선: 마순희의 성공시대. 지금까지 진행에 김인선이었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