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순희의 성공시대] ‘평양냉면’으로 남북 사람들 입맛 사로잡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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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마순희의 성공시대’ 진행을 맡은 김인선입니다. 탈북민이 생각하는 성공은 어떤 것일까요? 이 시간에는 남한에서 살아가는 탈북민들의 ‘성공’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탈북민들의 국민 엄마,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김인선: 지난주부터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지면서 감기 환자가 속출하고 있는데요. 이번주에도 맹추위의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어요. 건강 관리에 유념할 때인데요. 청취자 여러분 모두 무탈하시기를 바랍니다. 마 선생님도 마찬가지고요.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정말 요즈음 날씨는 북한에서 겪던 추위 못지않더라고요. 그래도 온수 난방이 잘 돼 있는 집에서 활동하는 시간들이 많아서 큰 어려움은 없답니다. 날씨가 추워질수록 건강 관리를 위해 매끼 먹는 음식도 영양 정보에 맞게 잘 챙겨 먹고 있고요. 사과나 배, 곶감 등 간식도 즐겨 먹습니다. 고구마를 구워 먹기도 하는데 겨울철 간식으로는 제격인 것 같더라고요. 무엇보다 동네 친구들이랑 함께 갈비탕이나 삼계탕, 순댓국 등 뜨끈한 국물 음식을 먹으면 온 몸이 스르르 녹아 마음마저 따뜻해지는 것 같아 종종 먹고 있답니다.

김인선: 맞아요. 뜨끈한 국물 음식을 절로 찾게 되는 요즘인데요. 이렇게 추운 날에도 차가운 음식을 찾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여름에 뜨거운 음식을 찾는 것처럼 말이죠. '이열치열이' 아니라 '이냉치냉'인데요. 차가운 음식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냉면'이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인지 요즘 같은 날씨에도 냉면집을 찾는 분들이 제법 많다는데요. 탈북민들 중에 냉면집 하시는 분들 많으시잖아요?

마순희: 네, 맞습니다. 경기도 고양시와 수원시, 서울 마포구, 강원도 원주 등 대한민국 곳곳에 냉면집을 하는 탈북민 사장님들이 참 많으십니다. 평양냉면을 맛보기 위해 실향민을 비롯해 탈북민, 남한 사람들까지 많은 분들이 일부러 찾는 식당들입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성공시대 주인공도 냉면집을 하는 사장님 중 한 분이신데요. 서울의 청계산 인근에서 냉면집을 운영하는 김수진 씨입니다. 수진 씨는 2005년에 한국에 입국해서 여러 가지 일을 하다가 2016년부터 냉면집을 본격적으로 운영하고 있는데요. 경기도 남양주에서 시작해서 2년 전 청계산 인근으로 이전을 했습니다.

김인선: 장소 선정이 기가 막히네요. 청계산 인근이니까 등산객들이 주 고객이잖아요. 산을 타고 내려오면 얼마나 갈증이 나겠어요. 시원한 게 절로 생각나는데 눈앞에 냉면집이 있다! 그냥 들어가게 되죠. 식당 운영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인 상권 결정을 참 잘한 것 같네요.

마순희: 맞습니다. 수진 씨가 한국에 정착한 지 11년 만에 처음 냉면집을 열기까지 다양한 경험을 했는데요. 그 경험들이 자신의 가게를 차리는 데 밑바탕이 되었습니다. 수진 씨가 한국에서 제일 처음 일한 곳은 지인의 소개로 취직한 유명 백화점 매장 관리였습니다. 고객들의 쾌적한 쇼핑을 위해 매장을 관리하는 일을 담당했는데요. 이는 훗날 식당 운영에 있어 청결과 주변 환경, 매장 분위기 등을 만들어 가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수진 씨는 백화점 매장 관리 일을 2년 정도 하고 그만 두게 되는데요. 지인의 소개로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하면서 가정을 돌보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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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식객 식당 입구 /김수진 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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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수진 씨는 가정주부로 지내지 않고 다시 취업을 했기에 출산과 육아로 2년 정도 쉰 것이 전부였습니다. 김수진 씨는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 먼저 컴퓨터 학원에 등록했고 전산 세무회계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자격증을 취득한 후 수진 씨가 취업한 곳이 북한음식문화연구원이었는데요. 북한 음식 조리법을 중심으로 강의와 실습이 이루어지는 교육기관입니다. 이곳에서 수진 씨는 경리직으로 5년 정도 근무하게 되었는데요. 근무를 하면서 수진 씨도 2013년부터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에서 2개월 동안 음식 공부를 배우고 한식조리기능사 자격증 시험에 응시했습니다.

요리 공부 2달 만에 한식조리사 자격증 취득

김인선: 한식조리기능사는 국가기술자격이에요. 한식 분야에서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상시로 시험이 진행되고 있는데요. 필기시험보다 실기시험이 훨씬 어렵다는 게 특징입니다. 그런 시험을 수진 씨는 음식 공부를 시작한지 2달 만에 응시를 했다고요?

마순희: 네. 모든 시험이 다 어렵다고 하지만 특히 한식조리사 자격시험은 몇 번을 떨어지면서도 취득하기가 쉽지 않다고들 합니다. 수진 씨 역시 그런 소식을 접하긴 했지만 도전장을 내밀었는데요. 경리직으로 근무하면서도 퇴근 시간 이후나 휴일마다 직접 음식을 만들어 보고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고 합니다. 수진 씨의 피타는 노력은 열매를 맺어 필기와 실기시험까지 한번에 통과했고 자격증을 취득하게 되었습니다. 피타는 노력을 했던 게 가장 큰 비결이지만, 사실 그게 전부는 아니었습니다. 수진 씨는 북한에서부터 음식 만드는 일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습니다. 1995년 고등중학교를 졸업하고 탄광노동자로 배치를 받아야 하는데 부모님의 노력으로 8.3 생활필수품공장에서 3년 정도 일하게 되었고 이후 탄광 사람들의 후방사업을 위한 부업목장에서도 2년 정도 일했는데 그때 탄광의 부업으로 술, 두부, 김치도 만들면서 나름 음식을 만드는 일을 했습니다. 그런 경험들이 훗날 도움이 되었던 것입니다.

속아서 떠난 중국 , 숨어 살면서도 인정 받은 음식 솜씨

또 수진 씨는 중국에서도 식당 일을 하면서 음식과 관련된 일을 했었습니다. 북한에서 22살 때였던 1999년, 한 동네에서 살던 언니가 수진 씨네 친척이 중국에 있다는 것을 알고 수진 씨에게 함께 중국에 다녀오자고 했다는데요. 나중에 결혼을 하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며 자신이 친척집에 같이 가서 돈을 얻어 올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침에 가면 저녁에는 돌아올 수 있는 곳이 중국이라는 그 언니의 말을 수진 씨는 마다할 수 없었습니다. 아침에 출근했다가 저녁에 돌아오는 것처럼 하려고 아침에 두만강을 건넜는데 돈은 고사하고 인신매매로 중국 시골에 팔려가게 되었습니다. 아시는 것처럼 제대로 된 신분이 없는 탈북민의 삶은 중국 내에서 쫓기는 삶입니다. 수진 씨 역시 그런 삶을 살았는데요. 그 과정에서 두 번의 북송도 경험했습니다. 북송 후에도 재탈북을 한 수진 씨는 산골이 아닌 중국의 도시에 숨어 살면서 식당에 취직해 일도 했습니다. 음식 만드는 일이 능숙했던 수진 씨였기에 식당 일에 막힘이 없었고 식당에서는 수진 씨가 없으면 식당이 돌아가지 않는다고 표현할 정도로 신임을 받았습니다.

김인선: 아무리 신임을 받아도 신분이 보장되지 않는 삶은 불안하죠. 그래서 중국에 있던 많은 탈북민들이 결국 한국행을 결심하게 되잖아요.

마순희: 맞습니다. 수진 씨 역시 한국행을 결심하게 되는데요. 식당 일을 하면서 알게 된 분의 도움으로 한국에 올 수 있는 길을 알게 되었습니다. 중국에서 이미 두 번의 북송 경험이 있었기에 수진 씨는 한국행이 실패하면 죽은 목숨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떠난 한국행은 제3국을 거쳐 어렵사리 한국대사관에 들어서게 되었고, 그 순간 안도의 숨을 내쉬었던 기억이 수진 씨에게 지금까지 생생하게 남아있습니다.

2005년 9월 한국에 도착한 후 수진 씨는 탈북민 초기정착 교육기관인 하나원을 수료하고 한국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정착에 도움을 주는 지인의 소개로 유명 백화점의 매장관리원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남한 출신의 남편을 만나 가정도 이뤘고, 출산과 육아로 2년 간의 공백을 가졌지만, 수진 씨는 다시 재취업에 도전해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의 경리직으로 일을 하면서 그 어렵다는 한식조리사 자격증까지 취득했던 것입니다.

김인선: 네. 지금까지 김수진 씨가 냉면집을 열기까지 경험했던 일들을 쭉 들어봤는데요. 어떤 계기로 자신만의 가게를 열 생각을 하게 됐을까요? 수진 씨의 못다한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계속됩니다. 오늘은 여기서 인사드릴게요. 함께 해주신 마순희 선생님, 감사합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김인선: 마순희의 성공시대. 지금까지 진행에 김인선이었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