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즐거움, 미화원 부부 이명섭 씨, 김인숙 씨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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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탈북민이 생각하는 성공은 어떤 것일까요? 이 시간에는 남한에서 살아가는 탈북민들의 ‘성공’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탈북민들의 국민 엄마,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김인선: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김인선: 네. 남한에선 고령화 시대, 100세 시대라는 말이 낯설지 않잖아요. 이제는 몇 살까지 사느냐보다 어떻게 하면 건강하고 행복하게 늙을 수 있는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어르신들이 많은데요. 식습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분들도 있고 몸을 움직이는 활동성을 강조하는 분들도 많더라고요. 그래서 돈도 벌고, 소일거리도 하려는 어르신들이 많잖아요?

마순희: 네. 맞습니다. 우리 탈북민들도 역시 100세 시대에 맞게 건강하고 행복하게 일하면서 나이 들어가고 있는 사례들이 많은데요. 제가 오늘 소개할 주인공 역시, 일하는 곳이 있어서 행복하다는 어르신들의 정착 이야기랍니다. 오늘은 이명섭, 김인숙 부부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려고 하는데요. 이명섭씨는 올해 71세이시고 김인숙 씨는 69살로 한국에 온 지 만 10년이 됐습니다. 2008년, 60대가 넘은 나이에 오셔서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정착해 나갈 수 있겠는지 걱정도 많았다고 하지만 지금은 부부가 다 일을 하고 있는데요. 이명섭 씨는 여의도에 있는 한 건물의 관리를 하고 있고 김인숙 씨는 아파트 청소를 하고 있습니다.

김인선: 네. 하지만 두분 다 나이가 있어서 힘에 부치지 않을까 싶은데요?

마순희: 네. 저도 회사일이 힘들지 않으신지 물어보면 절대로 힘들게 일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시더라고요. 명섭 씨는 외국계 금융회사 건물의 관리를 하다 보니 회사원들이 다 퇴근한 저녁시간부터 밤사이에 일을 하는데요. 대리석으로 된 건물을 청소하는 일입니다. 연마기로 바닥을 연마하고 진공청소기로 먼지를 빨아들이고 주기적으로 물청소도 하는 등 하는 일은 적지 않지만 그 일을 몇 년을 하다 보니 기술도 늘어나고 요령도 생겨서 지금은 큰 어려움 없이 해나가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김인선: 요령이 있어도 몸을 쓰는 일이라 체력이 좋아야 할 것 같아요.

마순희: 맞습니다. 이명섭 씨는 나이보다 젊어 보이고 체력관리도 잘하고 있는데요. 지금도 뒷모습만 보면 30-40대로 착각할 정도로 건강을 유지하고 있답니다. 웬만한 거리는 자전거를 타고 다니고 일을 끝내고 퇴근하면 거의 매일 일과처럼 뒷산에서 두 시간 정도 운동을 하며 멋지게 살고 계신답니다. 자신의 불찰로 가족이 함께 어려움을 겪게 된 것이 미안하고 안쓰러워서 가장으로서 무슨 일이든지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건강관리를 열심히 한다고 해요. 사실 이명섭 씨는 북한에 있을 때 기업소에서 잘 나가는 기술자였는데요. 친구 어머니의 장례식장에 가면서 문제가 생겼다고 하더라고요.

워낙 생활이 어려운 때라 여력이 없는 친구를 위해 누구는 국수를 가져가고 누구는 가루를 가져가고 누구는 술을 가져오고 하면서 모여서 장례를 치르게 되었답니다. 어머니를 제대로 모시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게 한 것이 마음에 걸린다고 눈물을 멈추지 못 하는 친구의 모습을 보면서 어려운 세상을 한탄하다보니 저도 모르게 한 마디씩 하게 됐는데 그 말들이 고스란히 보위부의 귀에 들어 간 거죠. 굶어서 돌아가신 거나 마찬가지라는 말, 이 세상이 어떻게 되려고 이런지 모르겠다는 친구의 말에 ‘그래도 힘내야지, 쥐구멍에도 볕들 날이 있다는데’ 라고 한 마디 한 것이 죄가 되었던 것입니다.

김인선: 별 말 안한 것 같은데, 그 말이 왜 죄가 됐을까요?

마순희: 나라 형편에 대해서 비관한다고 해서 그런 거죠. 그래도 보통의 사람이라면 어느 날 갑자기 수용소로 끌려갔겠지만 명섭 씨의 친구 중에 그 계통에서 근무하는 아주 가까운 친구가 있어서 미리 소식을 알게 됐다고 합니다. 명섭 씨의 친구가 ‘남들은 다들 중국에도 들락날락하면서 사는데 앉아서 고스란히 당하지 말고 떠나는 게 어떻겠느냐’ 라고 권하더랍니다. 그 친구가 도움을 준 덕분에 고향을 떠나 한국까지 오게 된 거죠. 정착 초반에 사회복지사와 함께 세 식구가 함께 살게 될 아파트에 미리 가보게 됐는데 부인 인숙 씨가 목이 마르다고 하자 복지관 직원이 인숙 씨 아들에게 아파트 입구에 있는 상가에서 물을 사오라고 했답니다. 그 말에 이명섭 씨와 김인숙 씨는 물마저 사먹어야 하는 자본주의 사회에 대해 너무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해요. 그때 돈이 없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두 사람 다 무슨 일이든 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회상하더라고요. 아마 그 일이 하루도 쉬지 않고 지금까지 일하게 된 계기가 된 것 같다면서 말이죠.

김인선: 그런데, 수돗물을 먹어도 괜찮잖아요?

마순희: 네, 맞습니다. 그런데 복지사가 (한국에) 처음 왔고 하니까 생수를 사다드리고 싶어서 그랬겠죠. 지금 우리가 먹는 수돗물도, 아리수라고 그냥 먹어도 아무 문제없잖아요.

김인선: 맞아요. 그런데 그 말 때문에 지금도 일을 하고 있다고 했는데, 한국에 왔을 때가 이미 60이 넘은 나이였기 때문에 아무래도 취업이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당시 남한에서 그 나이면 정년퇴임을 하는 나이거든요. `

마순희: 그렇습니다. 그러나 이명섭씨는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이 강하고 또 어떤 일이라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치는 분이라 자신이 노력하면 얼마든지 잘 정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한 거죠. 탈북민 정착교육기관인 하나원에서 많은 것을 배우면서 미래를 계획했다는데요. 처음 지역에 나와서 제일 먼저 한 일이 학원에 가는 것이었답니다. 자격증이 있으면 취업하기가 쉽다고도 하고 또 자신은 북한에서 대학을 다녔는데 한국에서는 어떻게 기술교육을 하는지 궁금해서 말이죠. 탈북민의 경우 취업준비를 위해 학원에 다니는 동안에는 생활비와 교통비, 식비까지 다 내 주고 또 자격증을 취득하면 자격증 취득 장려금까지 다 주는데 기술을 안 배울 이유도 없거든요. 그래서 전기기술 전문학원에 다니게 됐다고 합니다. 이명섭 씨는 배우는 것이 제일 쉽다고 할 정도로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것에 열중했고 전기기능사 자격증까지 취득했지만 취직하는 데는 큰 도움이 안 됐습니다. 60이 넘은 명섭 씨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던 거죠. 그러다 첫 일자리를 구한 게 아파트 경비일 이었습니다.

김인선: 그런데 남한에서 나고 자란 분들도 그 연세에 가장 많이 하는 일이 아파트 경비일이에요. 다양한 분야에서 일했던 분들이 지원을 할 만큼 경쟁률이 치열한데요. 그런 면에서 이명섭 씨는 굉장히 운이 좋았던 것 아닐까요?

마순희: 맞습니다. 아파트 경비일도 아무나 취직되는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취업이 쉽지 않다는 걸 실감한 명섭 씨는 최선을 다해서 근무했는데요. 하지만 그 일은 계약직이라 1년에 한 번씩 근무태도에 따라 계약이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는 일이었습니다. 명섭 씨는 3년간 일을 했는데 어느 날, 명섭 씨의 지인이 외국계 회사의 건물관리를 하는 지금의 일자리를 소개해주었고 지금까지 그곳에서 4년 째 근무하고 있습니다.

김인선: 그랬군요. 부인 김인숙 씨도 누군가의 소개로 일을 시작했다고요?

마순희: 네. 맞습니다. 돈 주고 물을 사먹어야 된다는 말에 충격을 받은 인숙 씨는 그 이튿날에 동네를 돌아보다가 미용실에 무작정 들어갔데요. 자기는 북한에서 왔는데 일할 곳이 없는가, 있으면 소개해 달라고 부탁을 했데요. 대담하게도요. 그래서 그 미용실에서 소개해줘서 그 상가의 청소하는 일부터 시작한 겁니다. 그러다가 아파트 경로당 어르신들의 점심식사를 보장하는 일도 하면서 노인회 회장의 소개로 아기를 돌봐주는 일을 하기도 했다는데요. 그 아기를 다 키우고는 지금은 몇 년 째 아파트 미화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도 일할 곳이 마땅치 않다고 하지만 이명섭, 김인숙 두 어르신들께서는 무슨 일이든 진심으로 성심껏 하시기에 60-70대라도 일자리 걱정을 안 하고 일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인선: 맞아요. 많은 사람들이 좀 더 편한 일, 쉬운 일을 찾는데요. 두 분은 아닌 것 같아요. 70의 나이에도 열심히 일하는 이명섭, 김인숙 부부의 이야기를 들으니까 저도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하는 즐거움을 알게 됐다는 부부 미화원 이명섭씨와 김인숙 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요. 시간 관계상 오늘은 여기서 마무리 짓고 다음 시간에 계속해서 전해드려야 할 것 같아요. 마순희 선생님과 오늘은 여기서 인사드릴게요. 선생님, 감사합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김인선: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