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찾아 삼만리, 쿠켄 치킨대표 마인희 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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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탈북민이 생각하는 성공은 어떤 것일까요? 이 시간에는 남한에서 살아가는 탈북민들의 ‘성공’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탈북민들의 국민 엄마,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김인선: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김인선: 오늘은 지난 시간에 이어 쿠켄 치킨 대표, 마인희 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볼 텐데요. 잠깐 짧게 정리를 해볼게요. 함경남도 출신의 마인희 씨는 중국 남편의 도움으로 한국에 왔고 국제결혼을 통해 남편과의 재회를 했습니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낯선 한국 땅에서 정착하기란 두 사람 모두에게 쉽지 않았지만 함께 정착해 나가는 부부입니다. 하지만 복병이 있었죠? 인희 씨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 세 번의 수술을 받았다고 했는데요. 저는 여기서 살짝 궁금한 게, ‘사랑이 밥 먹여주냐’는 말처럼, 아무리 사랑한다지만 몸도, 마음도, 특히 경제적으로 힘들어지면 좋던 사이도 틀어지는 경우가 많잖아요. 두 분 사이는 어땠나요?

마순희: 그래도 두 사람은 좋았대요. 인희 씨의 입장에서 볼 때 지금의 남편은 생명의 은인이기에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어도 그 고마움을 잊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인희 씨 남편처럼 자신의 전 재산을 몽땅 털어서 한국으로 보내주는 남자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되거든요. 인희 씨 뿐 아니라 인희 씨를 중국으로 데려간 언니까지 한국으로 함께 보내줬으니 남편에게 일평생을 감사하며 살아야 한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생각하는 남편인데 인희 씨가 남편에게 또 고마운 일이 생긴 거죠. 허리수술을 받고 꼼짝을 못 하고 누워 있다 보니까 인희 씨의 남편은 꼼짝없이 누워있는 인희 씨의 손발이 되어줬습니다. 인희 씨는 자신이 수술을 받고 누워있을 때 남편이 옆에 없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더 들었다고 해요. 얼굴 색 한 번 변하지 않고 묵묵히 이겨나가는 남편이 고맙고 미안하고 죄스러운 마음까지 들었다고 이야기하면서 마인희 씨는 눈물까지 보이더라고요.

김인선: 남편의 지극한 사랑을 받는 부인을 보면 아줌마들끼리 ‘무슨 복이 있어서 그런 대접을 받냐,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이런 말을 하거든요. 인희 씨가 참 부럽네요.

마순희: 맞는 말씀입니다. 저도 사실은 남편 복이 별로 없는걸 보면 전생에 나라는 못 구했나 봐요.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북한에서 남편들은 일반적으로 가부장적이라 맞벌이하는 아내가 퇴근해서 탁아소에서 애기를 찾아가지고 들어가도 남편은 책상 앞에, 혹은 장판방에 올 방자를 틀고 앉아서 신문이나 보는 모습을 흔히 보게 됩니다. 또 우는 아이를 업고 저녁을 하는데 그나마 부엌아궁이에 장작불이라도 지펴주는 남편은 괜찮은 편이랍니다.

처음 한국에 와서 아이를 업고 아내의 손가방을 들고 가는 남편 옆에 빈 몸으로 걸어가는 아내의 모습이 그렇게 충격적일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끼리 저 모습을 그대로 북한에 가져다 놓으면 어떨까 하면서 얘기 나눴을 만큼 놀라웠어요. 물론 한국에도 가끔은 가부장적, 가정폭력, 이런 단어들이 사용되기는 하지만 북한에 비할 바가 못 되겠지요. 인희 씨 남편은 노래의 가사처럼 앉으나 서나 인희 씨 생각이랍니다. 지금 가게를 함께 하면서도 인희 씨가 약간 무거운 짐이라도 들세라 앞서가면서 자기가 다 하고 가게의 구석구석의 잔손질도 인희 씨가 신경 쓰기 전에 다 손질해 놓더라고요. 세 번의 수술을 받고 건강을 회복하고 있을 때 인희 씨의 남편은 회사에 취직하여 낮에는 일하고 밤이면 인희 씨를 돌보면서 지냈다고 해요.

김인선: 누군가의 사랑을 받으면 빛이 나거든요. 아이가 부모의 사랑으로 빛나는 것처럼요. 인희 씨는 남편 믿고 좀 쉬면 좋으련만 다시 일을 시작했다고요?

마순희: 네. 수술 받고 6개월 정도 지나서 어느 정도 몸이 추스러지자 인희 씨는 한 회사에 취직을 했습니다. 하지만 출퇴근 거리도 멀고 생산직 일이라 힘이 들어서 집 가까이에 있는 식당으로 일자리를 옮겼다고 해요. 음식 만드는데 관심이 많았던 인희 씨는 여러 식당에서 일을 하면서 앞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는데요. 했던 일 중에 치킨 가게 일이 눈에 들어오더랍니다. 한국 사람들이 가장 많이 먹는 음식 중 하나가 닭튀김과 맥주잖아요. 가만히 살펴보니까 본사에서 닭이나 양념 같은 것은 다 공급해 주기에 다른 식당보다 밑반찬도 크게 들지 않아서 비교적 일하기가 편했다고 합니다. 일하면서도 늘 어린 아들을 늘 남의 손에 맡기는 것이 안쓰러웠고 더욱이 아들이 큰 다음에는 혼자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서 더 신경이 쓰였던 인희 씨는 아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은, 자신의 가게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김인선: 치킨집이 쉬워보였던 건 인희 씨만은 아닌 것 같아요. 직장을 은퇴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시작하는 게 치킨집이란 말이 있을 정도라서 경쟁이 치열할 거 같은데요?

마순희: 일하기가 편하다고 곧바로 가게를 낸 건 아니랍니다. 인희 씨는 4년을 치킨집에서 일하면서 비법을 익히고 자신의 치킨 가게를 냈으니까요. 이제는 치킨 가게 사장님으로 3년차가 되었답니다. 남편도 인희 씨가 가게를 내면서부터 함께 일하게 됐는데요. 처음 가게를 내올 때 주변에서는 석 달을 못 버틸 거다, 혹은 반년이나 가겠냐 했다는데요. 그래도 지금까지 잘 해 나가고 있으니 분명히 성공적으로 정착을 한 거겠지요.

김인선: 저는 두 분 사이가 계속 궁금한데요. 집에서도, 밖에서도 24시간을 붙어있다 보면 아무리 사랑해도 분명히 싸울 일이 있을 것 같거든요.

마순희: 마인희 씨 부부는 다투기는커녕 함께 일해 나가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도와주면서 더 살뜰한 부부가 되었다고 합니다. 가게를 해 나가다보면 함께 풀어야 할 과정들이 더 많았기에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면서 좋은 동반자가 되었다고 해요. 남편은 중국사람, 아내는 북한사람, 그러면서도 식당을 찾는 주 고객은 한국 사람이었기 때문에 함께 노력해야 할 일들이 많았거든요. 특히 음식장사는 인맥이 중요하고 단골손님이 많아야 했는데 이들 부부에게는 그 모든 것이 전혀 없는 상태였으니 두 사람이 더 한 마음이 된 거죠. 인희 씨 부부가 하는 치킨집의 특징이라면 쉬는 날이 거의 없다는 겁니다. 음력설이나 추석 명절 때에도 하루 정도만 문을 닫는다는데요. 휴일이 없는 가게라고 소문이 나 있는데 혹시라도 손님이 찾아 왔다가 돌아가면 안 된다는 생각에 인희 씨는 한 사람씩 번갈아 가면서라도 가게 문을 닫지 않는다고 해요. 싱싱한 재료와 정성을 다 하는 인희 씨의 야무진 음식 솜씨에 최선을 다 하는 서비스 덕분에 인근에는 맛있는 치킨 가게로 소문이 나서 가게가 나날이 잘 되고 있답니다.

김인선: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확인해보고 싶은데요. 여러 힘든 고비도 넘기고, 지금은 장사도 잘 되고 있지만, 결혼한 지 이제 10년이 지났으니까 이분들의 뜨거운 사랑, 어느 정도는 식었겠죠?

마순희: 전혀요. 제가 찾아 간 날, 흔치도 않은 성이라 언니를 만난 것 같다면서 부부가 함께 마중을 나왔었는데 운전은 인희 씨가 하더군요. 전날에 남편이 힘들었기에 그 시간에라도 편히 쉬게 하고 싶어서라고 하는 인희 씨의 말에서도 남편에 대한 지극한 사랑을 엿볼 수가 있었습니다. 어느 사회에서나 다 마찬가지긴 하지만 사실 우리 탈북민 가정들도 다들 이렇게 행복한 것은 아니잖아요? 어렵게 부부가 함께 탈북해 왔어도 한국에 와서 서로 헤어지는 경우도 있고 인희 씨네처럼 중국에서 살던 남편이나 아내를 국제결혼으로 데려 오더라도 문화적 차이나 성격차이 등을 이겨내지 못 하고 다시 갈라져서 중국으로 돌아가는 경우들도 많고요. 하지만 인희 씨 부부는 생사의 고비를 함께 나눈 그 어느 부부보다도 더 견고하게 가정을 꾸려가고 있었습니다.

북한에서 어렵게 데려온 두 딸들도 엄마보다 오히려 새 아빠를 더 따를 정도이고 뒤늦게 만난 어린 남동생을 그렇게 아끼고 보살피며 사랑을 준다고 합니다. 아빠 엄마가 가게일로 바쁘더라도 누나들이 그 빈자리를 채워주고 있는 것입니다. 두 딸들도 자신의 꿈을 찾아서 예술전문학교, 미용전문가 교육 등을 받으면서 잘 적응해 나가기에 인희 씨는 매일매일이 행복하다고 했습니다. 사랑으로 일과 가정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은 마인희 씨의 행복한 정착이야기를 들으시는 모든 분들에게도 꿈과 희망, 그리고 함께 행복해 지시기를 바라는 마음도 고스란히 전해지길 바래봅니다.

김인선: 마음이 포근하다고 할까요? 듣는 내내 따뜻한 기운이 전해지더라고요. 마인희 씨 이야기를 들으면서 부부관계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봅니다. 함께 해주신 마순희 선생님! 감사합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김인선: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